등록 : 2009.09.29 14:03
수정 : 2009.09.29 14:36
시외통화료 인하, 장기이용자 할인에 약정 요구
최소 3년 요구…이동통신 가입자 타사 이동 막아
통신업체들이 통신요금 인하 방안에 경쟁을 위축시키고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는 장치를 숨겨둬, 요금인하 효과 및 경쟁활성화 정책 취지를 반감시킬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요금을 깎아주는 조건으로 최대 3년까지의 ‘약정기간’을 요구하고, 요금을 인하하는 대신 ‘할인’해주면서 중복할인은 배제하는 게 대표적이다.
28일 각 업체의 요금인하 방안을 보면, 케이티(KT)가 유선전화 시외통화료를 3분당 39원으로 통일하는 요금제에는 3년 약정 조건이 달려 있다. 휴대전화 장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동통신 3사의 새 이동전화 요금제에는 1년, 2년의 약정기간이 붙어있다. 약정기간이란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는 해지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기간 안에 해지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방통위는 그동안 가상이동통신망(MVNO) 제도 등을 도입해 요금경쟁이 활성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가상이동통신망이란, 남의 통신망을 빌려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비용이 적게 들어 요금을 낮게 책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약정을 통해 이동통신 업체에 발목이 잡힌 가입자가 많아지면,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용자로선 그만큼 경쟁촉진을 통한 요금인하 혜택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약정기간을 다는 것은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처럼 이미 가입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가입자가 이탈하지 못하도록 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스케이텔레콤은 기존 이동통신 가입자 이탈을 막고, 케이티는 유선전화 가입자가 인터넷전화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케이티와 인터넷전화 사업자,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엘지텔레콤(LGT) 및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 사이의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
통신업체들은 또 장기 가입자 등에게 추가 요금할인 혜택을 주는 대신 ‘중복할인’은 배제하기로 했다. 결합상품 할인이나 장기 이용 할인을 받는 가입자들은 추가 요금할인 대상에서 빠진다는 얘기다. 중복할인을 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지 않는 한, 이번 요금인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에스케이텔레콤은 “장기 가입자 요금할인 프로그램은 연간 5110억원의 요금경감 효과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경쟁이 활성화하려면 이전의 약정기간도 없애거나 줄여야 할 판에 거꾸로 확대하고 ‘인하’ 대신 ‘할인’이란 편법을 썼다”며 “정책당국자들의 통신시장에 대한 안목과 요금인하 의지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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