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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12 20:20 수정 : 2009.10.12 20:20

불로소득 ‘자동사냥’ 논란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두고 게임업계가 떠들썩하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리니지’에서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사용하다 적발돼 계정을 박탈당한 이용자들에게 보상을 해주라는 결정을 내렸다.

소비자원은 “자동사냥 프로그램 사용이 명확하더라도 한 차례의 적발로 계정을 압류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엔씨소프트에 대해 리지니 자동사냥 프로그램 사용자에 대한 압류 해제와 보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자동사냥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대다수 유저들의 권리를 무시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미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자동사냥을 도입한 게임이 심의 불가 판결을 받았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논란의 배경은 자동사냥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반영한다는 온라인 게임에서 자동사냥 프로그램은 전형적인 ‘불로소득’으로, 허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로소득도 근로 의욕을 훼손하고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지만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 기득권의 영향력이 크지 않고 규칙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게임 안에서는 ‘불로소득’에 대한 접근이 다르다. ‘리니지’나 ‘아이온’ 같은 온라인게임에서 경제 활동의 기본은 사냥이다. 사냥감을 잡아 획득한 돈과 아이템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일부 이용자는 자동사냥 프로그램으로 일하지 않고 돈을 벌어 게임 속 경제논리를 무너뜨린다. 정상적 이용자가 며칠을 사냥해 모은 돈을 자동사냥 프로그램은 몇 시간 만에 벌어들인다. 게임을 하지 않아도 프로그램이 알아서 사냥을 하고 돈을 모아주기 때문이다. 자동사냥 프로그램은 상대방의 사냥까지 방해하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중시킨다. 열심히 게임 해봐야 소용없다는 박탈감이 팽배해지면 이용자들은 게임을 떠난다.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온라인게임 ‘뮤’는 자동사냥 때문에 실패했다. ‘뮤’는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자동사냥 기능을 추가했지만 이용자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지금은 자동사냥 캐릭터만 남은 유령게임이 됐다.

사행성 문제도 있다. 아이템 현금거래를 노린 작업장들이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게임을 망쳐놓고 있다. 자동사냥 프로그램은 해커들에게도 좋은 먹잇감이다. 대부분 중국에서 만든 불법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해킹 위험도 크다.

자동사냥 프로그램에 대해 게임업체는 강경하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 자동사냥 프로그램 이용자 7만명의 계정을 삭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자동사냥 프로그램 배포사이트 ‘패왕’ 홈페이지를 신고해 접속이 차단됐다. 엔씨소프트의 이재성 상무는 “게임 중독을 예방하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자동사냥을 지속적으로 추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산업협회도 자동사냥 프로그램 근절 캠페인에 나섰다.

이덕규 <베타뉴스>(betanews.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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