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서버와 ‘저주’ 서버…공화국과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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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세상 / 이용자들이 온라인게임 서버를 고르는 기준은 뭘까. 게이머들은 축복받았다는 ‘축’서버와 저주받았다는 ‘저주’서버로 나눈다. 모든 유저가 고루 혜택을 받으면 축서버이고, 일부 권력자가 독차지하면 저주서버다. 온라인게임에선 서버별로 데이터가 축적되고 게임이 이뤄지기 때문에, 현실과 비유하자면 서버는 자신이 어떤 나라에 태어나느냐의 문제다. 잘나가는 온라인게임의 경우 40~50여개의 서버가 있는데, 게임의 규칙은 같아도 거주민이 다르기 때문에 ‘삶의 질’은 서버별로 하늘과 땅 차이다. 싫다고 서버를 옮기면 캐릭터가 쌓아온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 온라인게임에서는 높은 레벨과 좋은 아이템을 장착한 캐릭터들이 권력자가 된다. 이들은 사냥터를 통제하고 서버의 경제권을 독점한다.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사냥터의 길목을 막고 특정 길드가 아니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일반 캐릭터들은 아이템이 적게 나오는 사냥터로 몰리게 된다. 똑같은 시간을 들여 게임을 하더라도 격차가 날 수밖에 없는 이런 곳은 저주서버다. 반면 축서버는 사냥터 통제가 없다. 누구나 좋은 자리에서 사냥할 수 있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양보하는 미덕이 있다. 비판에 대한 반응도 다르다. 저주서버의 권력자들은 반대 세력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들은 힘센 상대는 자기편으로 회유하고 저항하는 세력은 철저히 탄압한다. 본보기로 삼을 대상을 골라 ‘척살령’을 발동한다. 저항세력의 군주나 자신들을 비방한 이용자가 주된 과녁이다. 상대편이 게임에 접속하면 이유 없이 죽인다. 반대편을 서버에서 쫓아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아예 게임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리니지2’(사진)에서 거대혈맹에 맞서 저항세력을 만들었던 ‘올포원 연합’ 군주도 수개월간 척살령에 시달리다 게임을 떠났다. 반면 축서버 이용자들은 반대편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모아 결정을 한다. 게이머들 간의 논쟁을 조정하는 기능도 있다. 리더의 자질도 저주서버와 축서버를 나누는 기준이다. 저주서버의 리더들은 대부분 성장 지향형 캐릭터들이 많다. 이들은 서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강력한 군주 캐릭터를 키운다. 좋은 아이템을 집중시켜 군주 캐릭터를 최고로 만들어놓는다. 일부 길드에선 군주 캐릭터 하나를 키우기 위해 여러 사람이 순번을 정해 플레이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성장한 군주 캐릭터는 군림한다. 반면 축서버의 리더는 분배의 정책을 쓴다. ‘리니지2’에서 독재길드를 물리친 9서버의 한 군주는 정권을 잡은 후 자신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해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소유한 아이템을 함께 싸운 동료에게 나눠줘 이용자들을 감동시켰다. 서버의 분위기는 게임사가 만드는 게 아니라,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다. 그래도 저주서버보다 축서버가 훨씬 많다. 이덕규 <베타뉴스>(betanews.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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