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0.27 13:37
수정 : 2009.10.27 13:37
컬렉트콜·낙전 수입 매출서 빼고 “적자” 단죄
방통위 사업전반 검토 나서 연말쯤 생사 결정
‘공중전화씨’가 뿔났다.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해마다 설치 대수를 큰 폭으로 줄여온 것도 모자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적자 증가를 이유로 공중전화씨를 ‘치죄’하겠다고 전담반까지 구성하고 나서자, 홀대로 쌓인 감정을 터트렸다. 언제나, 전국 어디서나 싼 요금으로 전화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며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하더니, 느닷없이 수익성을 잣대로 애물단지 취급을 한다고 항변한다. 마침 전담반이 운영중이니, 공중전화가 ‘정리’ 대상으로 몰릴 정도로 수익성이 나빠졌는지, 보편적 서비스인 공중전화를 희생시켜 통신업체들의 이익을 늘리는 게 맞는지 조목조목 따져보잔다.
공중전화씨의 항변을 들어보면, 공중전화의 수익성 악화는 상당부분 과장됐거나 왜곡됐다. 요즘은 군인이나 학생 등 휴대전화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수신자 요금부담 통화(콜렉트콜)를 할 때 공중전화를 많이 사용한다. 콜렉트콜은 휴대전화가 고장났거나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와, 휴대전화 정액요금제에 가입한 청소년들이 그 달치 통화를 다쓴 상황에서 부모나 친구에게 긴급하게 전화를 걸 일이 있을 때 등에도 많이 이용된다. 하지만 공중전화 사업을 하는 케이티(KT)는 콜렉트콜이 지능망 서비스라는 이유를 들어, 콜렉트콜 통화료를 공중전화 수입이 아닌 지능망 서비스 매출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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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체들은 군부대를 대상으로 콜렉트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콜렉트콜 통화료는 공중전화 수입이 아닌 지능망 서비스 매출로 잡힌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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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케이티는 공중전화 사업과 별도로 공중전화 수요가 많은 군부대를 대상으로 콜렉트콜 사업을 벌여, 공중전화 수요를 빼앗고 있다. 케이티가 전국 군부대에 공중전화와 별도로 설치한 콜렉트콜 전용 단말기만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5000여대에 이른다. 군부대를 대상으로 한 콜렉트콜 사업은 엘지데이콤, 에스케이텔링크, 온세통신도 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군부대에 설치한 콜렉트콜 단말기까지 합치면 4만5000여대에 이른다. 공중전화씨는 “공중전화 시장의 노른자위에 별도의 빨대를 꼽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공중전화씨는 이른바 ‘낙전’이라고 불리는 부수입도 챙기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공중전화 요금은 3분 한통화당 70원이다. 동전을 이용하는 경우, 대부분 100원짜리를 넣고 통화를 한다.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한통화를 하고 끊으면 30원이 남는데, 케이티가 ‘낙전수입’으로 챙긴다. 공중전화에서 발생했지만, 케이티는 이를 공중전화 수입이 아닌 ‘영업외 수입’으로 잡는다. 이용자들이 공중전화카드를 산 뒤 사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공중전화카드 낙전수입’ 역시 영업외 수익으로 분류돼, 공중전화 수입에서 빠진다.
공중전화씨는 “동전 및 카드 낙전 수입과 콜렉트콜 통화료 모두 공중전화 덕에 발생한만큼 공중전화 수입으로 잡는 게 당연한데도, 다 빼놓고 적자가 크다는 이유로 구조조정 칼을 휘두른다”고 항변했다. 공중전화로 발생한 매출만 공중전화 수입으로 잡아도 적자의 상당부분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콜렉트콜과 낙전수입이 공중전화 매출에서 빠진다는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기는 처음이다. 방통위 정책담당자와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몰랐다”며 “전담반을 통해 사실 확인을 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중전화씨의 법적 지위는 ‘보편적 역무’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보편적 역무에 대해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서비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인 이용자의 필요가 있으면 수익성과 상관없이 설치·운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발생한 적자는 모든 통신업체들이 매출액에 따라 분담한다. 이 때문에 통신업체들은 공중전화씨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통신업체들은 “휴대전화 대중화로 공중전화의 필요성이 줄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미 2001년 51만5781대에 이르던 공중전화가 지난해 말에는 16만996대로 줄었다.
이제는 방통위까지 나섰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로 전담반을 구성해 공중전화 사업 전반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며 “연말까지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티 민영화 뒤 시내전화의 보편적 서비스 취지가 훼손돼 농·어촌 사람들이 전화를 놓기 위해서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의 전주 값을 물어야 하는데, 공중전화의 보편적 서비스 구실도 통신업체들의 이익에 밀려 바람 앞의 등불 처지로 내몰린 것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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