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08 21:25
수정 : 2009.12.0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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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유저 못당해” 일등 캐논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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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뺨치는 소비자, 신제품 시야율 오차 잡아
캐논, 본사서 장비 들여와 재측정 뒤 환불·교환
세계 디지털카메라 1위 업체인 캐논코리아가 새 제품 ‘EOS 7D’(사진)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9월 출시한 이 렌즈교환식 디카를 처음 광고할 때 ‘시야율 100%’라고 표현했는데, 일부 구매자들이 실제 성능과 다르다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해, 성능 측정 뒤 교환·환불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와 달리 시야율이 100%가 못된다고 주장하는 구매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캐논은 광고 문구를 ‘시야율 약 100%’로 수정하고 오차 범위를 설명했지만,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캐논코리아는 지난 4일부터 일본 본사에서 시야율 측정장비를 들여와 문제를 제기하는 고객들의 카메라 시야율을 측정한 뒤, 환불이나 교환 요구가 타당할 경우 이를 수용하고 있다. 캐논이 수십개 나라에 출시한 이 제품은 일본과 한국 이용자 사이에서만 시야율 불만이 보고됐다. 두 달 넘게 쓴 200만원이 넘는 고가품을 환불하는 사례도 드물지만, 제조공장 검수 라인에 있는 시야율 검측장비를 특정국 이용자들의 문제 제기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로 제작해 그 나라로 보낸 경우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8일 현재 20여명이 시야율 검측에 응했다.
시야율이란 카메라 뷰파인더에 피사체가 보이는 범위를 일컫는 말로, 시야율이 100%라면 보이는 대로 찍히기 때문에 촬영뒤 손질(트리밍)하는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시야율 100%는 전문가급 최고기종에서만 구현되어온, 고난도의 기술이다. 지난 9월 228만원에 이 카메라를 구매한 박아무개씨는 “시야율 100%는 7D보다 비싼 기종에서도 구현되지 않았던 기능으로, 구매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였다”며 “지난 4일 측정 결과 98.8이 나와 수리를 희망했지만, 불가능하다고 해 환불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에스엘아르클럽(slrclub.com)과 같은 카메라 동호회에서 정보를 교환하면서 제조·판매 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센 소비자’(파워유저)의 특성을 보여준다. 소수 이용자의 문제제기이지만 디카나 내비게이션 등의 정보기기는 파워유저의 사용 후기가 품질 평가와 구매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업체들이 이들의 목소리를 매우 중시한다.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활발한 정보 공유를 통해 제조업체도 발견하지 못한 결함을 발견하거나 개선사항을 요구하는 이들 커뮤니티는 기업들에 고마우면서도 두려운 존재다. 캐논코리아 관계자는 “일부 고객의 문제제기를 근거를 갖고 수용하기 위해 검측장비를 도입했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이용자들의 요구에 귀를 귀울이면서 절차를 밟아 최대한 수용하고 있지만 일본 본사와 협의를 거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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