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2.09 14:41
수정 : 2010.02.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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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 참맛버섯영농조합법인 대표가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계림리 농장에 설치된 농장환경 자동관리시스템과 이 농장에서 재배중인 흰색 만갈래버섯을 공개하고 있다. 케이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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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 이용해 습도·온도 등 재배조건 관리
품질향상에 매출 늘고, 자동관리로 비용 줄어
지난 5일 아침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계림리 참맛버섯영농조합법인 사무실. 이영욱 대표와 오정택 재배관리담당 이사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컴퓨터 화면에 뜬 각 농장의 습도, 온도, 이산화탄소 농도, 빛 밝기 수치부터 살핀다. 밤새 이상이 있었을까 싶어 각각의 수치를 한 시간 간격으로 보여주는 그래프까지 확인한다. 아무 이상이 없는 게 확인되자, 비로소 긴장을 푼다.
“버섯은 습도, 온도, 이산화탄소 농도, 빛에 굉장히 민감해요. 서너 시간만 제대로 맞춰주지 않아도 대나 갓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져 상품성이 떨어져요.” 이 대표는 “버섯 재배는 자식 키우는 것보다도 더 신경이 쓰인다”며 “날이 갑자기 추워지거나 풀릴 때는 더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와 오 이사가 사무실에 일찍 나온 것도 입춘(4일) 추위로 밤새 바깥 온도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이 버섯 재배 같은 비닐하우스나 아파트형 농장에도 활용되고 있다. 기업들이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해 비용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이듯, 비닐하우스나 아파트형 농장들은 정보기술을 활용해 원격 재배와 품질 향상을 시도한다. 케이티(KT) 같은 통신업체들이 정보기술을 활용해 다른 업종의 생산성을 높이는 사업을 성장 돌파구로 삼아 강화하면서 농업, 어업, 축산업 등 그동안 정보화에서 소외됐던 업종들의 정보기술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참맛버섯은 버섯 재배와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농업법인이다. 2005년 9월 버섯 재배를 하던 농부 5명이 손을 잡고 설립했다. 여주와 강원도 홍천, 충북 음성 등에 4개 버섯 농장을 두고, 병버섯 재배방식으로 키운 갈색과 흰색 만갈래버섯을 3t씩 생산해 공급한다. 지난해 3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내년에는 100억원, 2015년에는 3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스페인 등으로 수출도 시작했다.
매출 증대 비결은 정보기술을 이용한 엄격한 재배관리다. 버섯도 재배 농가가 늘면서 공급 과잉 상태이다. 참맛버섯은 정보기술을 활용한 철저한 농장 환경 관리로 버섯의 품질을 높여 매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실제로 참맛버섯은 정보기술을 활용해 3개 지역에 흩어져 있는 농장의 환경을 똑같이 관리해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케이티의 자문을 받아 농장마다 습도, 온도, 이산화탄소 농도, 빛을 재는 센서를 설치하고, 이를 환경자동조절장치와 연결했다. 각 환경자동조절장치를 제어하는 컴퓨터에는 버섯의 성장 단계에 따라 가장 적합한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빛 쬐는 시간 등을 입력했다. 이전에는 각 농장을 관리하던 농부들의 ‘감’에 의지했다.
센서의 측정치와 그에 따른 자동조절장치의 동작 상황은 인터넷을 통해 재배를 담당하는 오 이사에게 실시간으로 보내진다. 오 이사는 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4개 농장의 환경이 버섯 생장에 적합한 상태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오래 버섯을 재배하며 얻은 경험도 활용한다. 버섯의 생장 상태에 따라 인위적으로 온도를 높이거나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인다.
참맛버섯은 환경자동관리시스템과 원격 재배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케이티에 농장별로 월 50만원 정도를 낸다. 대신 인건비를 줄이고, 상품성이 높아진다.
이 업체는 4개 농장에서 매일 생산되는 버섯 가운데 품질이 일정수준 이상인 것만 골라 ‘참맛드림’이란 상표를 달아 백화점과 할인마트 등으로 출하하는데, 요즘은 참맛드림 상표 부착률이 80%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 대표는 “농장의 환경관리시스템을 스마트폰으로 확장해 이동하면서도 각 농장의 환경을 점검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맛버섯은 정보기술을 활용한 철저한 재배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재배가 어렵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품종에 도전하고 있다. 느타리버섯을 재배하다 만갈래버섯으로 바꾼 것도 부가가치가 높아서다. 실제로 300g짜리를 기준으로 느타리버섯은 하루 40여만팩씩 생산되지만, 만갈래버섯의 생산량은 2만팩밖에 되지 않는다. 생산량이 적은데다 항산화물질과 항암성분이 많이 든 것으로 알려져 값이 좋다. 약용 버섯 재배와, 여주 농장에 버섯 체험장을 만들어 어린이들이 버섯 맛을 깨닫게 하는 사업도 추진중이다.
여주/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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