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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09 18:04 수정 : 2010.02.10 15:45

미국 게임웹진에서 ‘최고의 스포츠게임’으로 선정된 ‘홈런배틀3D’(위), ‘최고의 아이폰용 역할수행게임’으로 선정된 ‘제노니아’(아래 왼쪽). 국내에서 1인 개발자 시대를 연 ‘헤비매크’(아래 오른쪽)

[한겨레 특집 스마트 폰] 물만난 게임 개발업체
컴투스·게임빌, 시장 선점 효과 국외 매출 급증
영토 확장 잰걸음…대작업체는 홍보에 이용도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새롭게 열린 기회를 발빠르게 포착해 성장 동력으로 삼는 기업들이 있다. 국내에서는 휴대전화용 모바일 게임 전문업체인 컴투스와 게임빌이 손꼽힌다. 두 회사는 국내에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이 출시되기 전부터 글로벌 시장의 변화와 동향을 읽고 온라인 콘텐츠 장터에 진출에 차곡차곡 성공담을 쌓아왔다.

‘휴대전화 강국’인 국내에서 ‘미니게임천국’ ‘프로야구’ 등을 개발·판매하며 모바일 게임 노하우를 쌓아온 이들 업체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읽고 바야흐로 개막된 ‘콘텐츠의 블루오션’ 앱스토어에 뛰어들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이용환경과 다르고, 이용자들이 전세계에 퍼져 있기 때문에 초기에 적응하느라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이들 업체는 빠르게 앱스토어 시장의 다크호스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컴투스는 2008년 12월부터 애플 앱스토어 시장에 진출해 지난해까지 모두 8개의 게임을 내놓았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노티아 연대기’는 앱스토어에서 서비스하는 유료게임 부문 역할수행게임(RPG) 분야에서 1위(2009년 6월)를 기록했다. 이용자끼리 실시간 대전이 가능한 야구게임 ‘홈런배틀3D’는 미국 게임웹진 아이지엔(IGN)에 의해 ‘2009년 최고의 스포츠게임’으로 선정되며, 앱스토어 전체 유료게임 부문 5위, 스포츠 분야 1위(2009년 7월)를 기록하기도 했다. 평가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44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2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컴투스의 2008년도 국외 매출액이 8억50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폭발적 상승세다. 컴투스의 국외 사업 부문에서 애플 앱스토어용 게임의 비중은 70% 수준이다. 이 회사는 올해 15개 이상의 앱스토어용 게임을 내놓고 구글 안드로이드폰과 윈도 모바일폰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컴투스와 쌍벽을 이루는 모바일 게임업체 게임빌은 앱스토어 시장에 더 일찍 진출했고, 이는 이용자의 호응과 괄목할 만한 실적으로 나타났다. ‘제노니아’는 유료게임 부문 10위 안에 들고, 애플이 앱스토어 게임들을 대상으로 평가한 ‘2009년 우수게임 30선’과 ‘최다 판매게임 30선’에 올랐다. 제노니아는 게임웹진 아이지엔이 발표한 2009년 ‘최고의 아이폰용 역할수행게임’으로 선정됐다. 세계 시장에 ‘게임 한국’의 이름을 알리고 업체엔 쏠쏠한 수익과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를 가져다주었다. 게임빌은 애플의 앱스토어만이 아니라 국내 게임사 최초로 구글폰에 게임 4종을 출시하며 안드로이드 마켓에 진출하는 등 시장을 다각화하고 있다. 블랙베리용 앱월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마켓플레이스에도 게임을 출시하며, 한국 모바일게임사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게임빌의 지난해 국외 매출은 20억원 수준으로, 2008년 5억5000만원 매출에 비하면 400% 수준의 폭발적 성장을 기록했다. 게다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국외 매출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으며, 전체 매출 중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앱스토어가 모바일 게임업체에만 열린 기회의 땅은 아니다. 리니지, 아이온 등 대작 온라인게임을 통해 게임 한국의 이름을 널리 알린 엔씨소프트는 앱스토어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이온과 같은 대작 게임을 스마트폰에서 구현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게이머들이 원하는 게임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앱스토어에 올려 팬서비스를 하고 홍보를 하는 방식이다.

엔씨가 무료로 올린 ‘아이온 파워위키’ 앱은 아이온 홈페이지의 위키(wiki) 기반 게임정보인 ‘파워북’의 컨텐츠를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시킨 콘텐츠다. 아이온 게임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아이폰을 쓰는 아이온 유저에겐 요긴하다.


‘창의성 하나로’ 1인 개발자 ‘기회의 땅’
‘카툰워즈’ ‘베이비폰’ 등 반짝반짝 아이디어 성공 잇따라

스마트폰 앱스토어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특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세계 수천만명을 상대로 직접 판매·무료 배포할 수 있어, 막대한 수익과 영향력을 거둘 수 있다.

대기업이나 조직에 속해 있지 않은 채 독립된 개발자이자 1인 콘텐츠 기업 대표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열렸다. 이미 시장에는 드물지 않게 성공담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에 올린 게임 ‘헤비매크’와 ‘카툰워즈’로 성공을 거둔 1인 개발자 변해준씨와 최강우씨가 대표적 사례다. 최씨가 아이폰·아이팟터치용 게임으로 개발한 ‘카툰워즈’는 국산 게임으로는 처음으로 앱스토어의 전체 유료 애플리케이션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국산 캐릭터 ‘졸라맨’이 등장해 적군의 성을 차지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는 액션슈팅게임의 성공을 계기로, 최씨는 모바일 게임회사 블루지앤씨를 설립하고 본격 사업에 나섰다. 변씨가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에 올린 ‘헤비매크’는 전체 다운로드 5위, 게임 부문 3위까지 오르며 국내에서도 앱스토어를 활동 무대로 삼은 1인 개발자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직장을 다니며 틈틈이 개발한 게임으로 수억원대 매출을 올린 변씨도 회사를 나와 별도의 모바일 게임회사를 차리고 본격 개발자 겸 사장의 길에 들어섰다.

수백억원의 자금과 기획, 디자인, 개발 분야의 많은 전문인력이 투입돼 한편의 영화 제작에 비교되는 대작 온라인게임과 달리 작은 화면에서 즐기는 모바일 게임은 1인 개발자들도 충분히 세계적 경쟁에 나설 수 있는 무대다. 특히 모바일 게임은 1인 개발자의 생활밀착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기 쉽다.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에스케이텔레콤은 자사 가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오픈마켓 티스토어를 열었다. 스마트폰만이 아니라 일반 휴대전화도 이용할 수 있는 이 시장은 애플이나 구글이 주도하는 앱스토어에 견주면 틈새로 여겨졌으나, 무시 못할 성공 사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회사원 유재현씨가 회사일 틈틈이 만들어 티스토어에 올린 콘텐츠 ‘베이비폰’은 넉달 만에 2만건 넘게 다운로드되면서 수천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국내 단일 시장에서의 판매만으로 이룬 실적이다. 유씨는 “오픈마켓이라 반품이 없고, 사업팀에 제안해 채택 여부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며 “아이디어만 있고 부지런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오픈마켓이 초창기이기 때문에 외국보다 경쟁이 덜 치열해 기회가 많다고 본다”며 ‘틈새시장’의 장점을 설명했다.


구태의연 심의규정…게임 편법이용 부추겨
애플 ‘게임군’ 국내선 안열려
외국계정 개설 등 심의 피하기

스마트폰 온라인 콘텐츠 장터에서 ‘게임’은 가장 인기가 높은 아이템이다. 몇 달러를 내고 게임을 내려받으면 스마트폰이 다양한 기능의 게임기로 변신한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은 닌텐도 디에스(DS)나 소니 피에스피(PSP)와 같은 휴대용 게임기의 강력한 경쟁 상대다.

하지만 국내에선 스마트폰용 게임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게임물등급 규정 때문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게임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 판정을 받은 뒤 서비스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외에선 이런 규정이 없고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한다. 애플은 국내 게임물 등급 심의규정 때문에 앱스토어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국내에선 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팟터치를 이용해 애플 앱스토어로부터 게임을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두 가지 편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앱스토어 이용자들이 애플의 아이튠스 계정을 만들 때 한국 계정 대신 외국 계정을 만드는 방식이 그 하나다. 미국이나 홍콩 등 다른 나라의 계정을 만들고 이들 나라에서 통용되는 신용카드 등 결제정보를 등록하면 국내 아이폰 이용자도 얼마든지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구매하거나 내려받을 수 있다.

또 하나의 편법은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가 ‘게임’ 카테고리 대신 ‘오락’(엔터테인먼트)에 등록해, 심의를 피하는 방법이다. 사실 숨은그림찾기나 자동차 경주와 같은 장르를 ‘오락’으로 봐야 할지 ‘게임’으로 분류해야 할지는 판단이 쉽지 않다. 애플 앱스토어의 ‘오락’ 장르에 등록되는 콘텐츠는 ‘게임’과 마찬가지로 애플의 내부 심의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에 선정성·폭력성 등이 문제되지 않는 이상 어려움 없이 등록되어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에 상당수 국내 게임들이 ‘오락’ 장르에 게임을 올려서 서비스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 게임 가운데 대부분은 게임물등급위의 심의를 받지 않은 상태다. 게임물등급위 전창준 정책지원팀장은 “앱스토어 엔터테인먼트에 등록돼 국내 서비스되는 1만2000여개의 콘텐츠 가운데 2300여개를 게임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가운데 120여개를 샘플로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심의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게임위는 심의를 받지 않은 채 국내 서비스되는 ‘사실상의 게임’들에 대해서 애플코리아에 서비스 중단을 요청한 상태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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