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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09 18:08 수정 : 2010.02.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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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특집 스마트 폰] 소프트웨어 개발자 좌담
국외시장까지 손쉽게 진출 가능…개인도 수익 낼 수 있어
폐쇄적 공공정보·보수적 통신업체들, 새로운 변화의 계기

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 장터인 ‘앱스토어’는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세계 각지의 수천만명을 상대로 도전할 수 있는 ‘꿈의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각광받게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긴다. 지난달 29일 서울 대치동 그래텍 사무실에서 개발자들을 만났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유주완(이하 완) 고등학교 3학년에 진학할 예정이고, 최근 서울버스 애플리케이션을 올렸다. 경기도가 한때 정보를 차단해 애플리케이션(앱)보다 ‘공공정보 공개’ 이슈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정원(이하 원) 퓨쳐스트림네트웍스에서 기술을 책임지고 있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 나온 것처럼 메모를 넘길 수 있는 아이폰용 앱을 비롯해 5개를 만들었다.

주진호(이하 호) 그래텍에서 곰티브이(TV)의 모바일 버전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모바일 버전의 개발과 콘텐츠 운영을 담담한다.

김현진 (이하 진) 길거리를 볼 수 있는 플레이스트리트란 앱을 만든 레인디의 대표를 맡고 있다.

오규석(이하 석) 고등학교 2학년이며 현재 미국 고등학생과 함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개발자에겐 스마트폰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국 시장뿐 아니라 국외 시장까지 손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개인이나 중소벤처 등에 굉장히 넓은 시장이 열린 것이다.

서울버스의 경우 고등학생으로서 홍보수단도 없고, 이를 알릴 통로도 없었다. 그냥 올렸는데도 사용자들이 알아서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졌다. 한 개인이 프로그램만 잘 만들면 그것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이 생긴 것이다.

-구체적으로 스마트폰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나?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우리 회사한테는 또 하나의 기회다. 직원을 늘리려면 인건비 때문에 조심스럽다. 아이폰 앱의 경우 개인이 개발하고, 마케팅은 우리 회사가 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사업모델이 가능해졌다.

현재 애플리케이션과 관련해 외국의 휴대전화 업체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고 개발자들은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바람으로 인해 진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창업 붐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나?

아이폰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은 없다. 개발 능력이 되면 친분으로 모인 사람들끼리 시간을 내어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또 개발자 몇명이 모여 별도 작업을 회사 안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사규 위반일 수도 있지만.(웃음)

투 잡을 하는 분들도 있다. 인사팀이 바쁜 것 같다. 용돈벌이는 퇴근 뒤 하도록 관리감독을 한다. 대기업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웃음)

우리나라 업체가 개발한 게임 ‘카툰워즈’의 인기가 높다. 그래서 매출도 늘었다. 그만큼 직원이 늘었는데 1인 기업에서 1명이 더 는 것이다. 한두 명으로 성공할 수 있지만, 아직은 많은 사람이 기업을 일으킬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국내 정보통신 관련 기술 수준과 인프라를 평가한다면.

미국에서 아이폰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은 무선인터넷망이 개방됐기 때문이다. 그 덕에 일정 금액만 내면 제한 없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 반면 국내에서는 통신사들의 폐쇄적인 무선인터넷 정책 때문에 스마트폰이 외면받았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이나 관련 기술이 2~3년 뒤떨어졌다.

국외와 국내의 개발 환경이 달랐다. 국내에서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그것을 휴대전화나 통신망 안에 가두려고 했다. 아이폰에 이어 안드로이드 등 다른 스마트폰까지 나오면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통신업체들은 지금까지 보수적이었다. 휴대폰에 있는 무선인터넷 버튼 하나로 수천억원을 벌었다. 세상은 바뀌었지만 앉아서 돈을 버니 안 바꾸고 버틴 것이다. 아이폰이 들어와서야 기업 안에서도 바꿔야 한다는 얘길 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유료프로그램을 올렸는데 99센트에 팔리고 있다. 수익은 애플 본사가 30%, 개발자가 70%를 갖는다. 미국 애플 쪽에서 돈을 보내줬는데 은행 직원이 ‘달러가 입금됐는데 정부에 신고를 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스마트폰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제도가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국내 개발자들은 게임을 개발해도 당국의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내 대신 외국 시장을 선택해 올리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앱스토어와 같은 공간을 만들고 있는데.

아직 애플이 아닌 다른 기업의 운영체제(OS)를 이용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삼성전자가 바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왜 이용해야 하는지 개발자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애플은 트렌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뒤늦게 삼성전자나 에스케이텔레콤이 따라가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노키아라고 해도 혁신적인 기기를 만들지 않고서는 어려울 것이다.

-스마트폰 활성화가 벤처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스마트폰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길거리 정보 서비스를 하고 있는 뉴질랜드의 경우 가게 주인들도 아이폰을 쓸 정도로 관심이 많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스마트폰이 사용이 어렵게 여겨져 폭발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벤처업계엔 앱스토어가 열려 벤처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창업이 활성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국외 진출의 벽을 낮춰준 게 매우 고맙다. 기존에는 삼성전자나 엘지전자, 에스케이텔레콤을 상대했지만, 이제는 외국 시장을 바로 겨냥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투자나 개발 의욕이 높아졌다.

“기존 업체 기득권 없어져…긍정적 변화”
‘스마트폰 전도사’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인터넷 생태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국내 벤처 1세대인 이찬진(사진) 드림위즈 대표는 ‘스마트폰 전도사’로 통한다. 그는 지난해 아이폰 출시 전부터 “스마트폰이 정보기술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일찌감치 ‘스마트폰 대세론’을 설파하고 다닌다. 요즘 공공기관과 언론사 등으로부터 스마트폰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에 분주하다. 그는 애플리케이션 독자 개발은 물론, 독립 개발자들을 지원하는 ‘터치커넥트’까지 설립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유선 인터넷을 통해 게임·포털 등 일부 업체에 권한이 집중됐다”며 “애플의 아이폰은 무선 인터넷을 이용해 기득권자들로부터 권한을 뺏어 다른 업체들도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앱스토어 공간에서는 네이버나 엔씨소프트 등 기존 업체들도 애플리케이션으로 다른 업체와 나란히 경쟁할 처지라는 것이다.

또 아이폰의 출시가 국내 업체들에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이폰의 출시가 늦춰져 이른바 ‘담달폰’으로 불리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많아졌고 막상 출시되자 큰 인기를 끌었다”며 “늦게 출시된 만큼 더 빨리 확산되는 효과를 가져와 그 영향도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 충격만큼 빠르게 변화할 수 있도록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기존 휴대전화 제조업체나 통신업체, 포털업체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은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고민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대형마트도 전단지를 없애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며 “그만큼 변하려는 시기에 아이폰이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나 엘지전자 등도 빠른 성장세에서 자칫 자만할 수 있는 시기에 위기감을 불어넣었다”며 “혁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설립한 터치커넥트에 대해서는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이 가져올 변화와 기회를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 시작했다”며 “사람들을 모아 무엇을 개발하기보다는 기회의 장을 열고 그들을 연결해주는 조언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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