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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요술램프 상상대로 이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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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특집 스마트폰]
자는 모습 살펴 최적 기상시간 깨워주고, 명함속 이름·정보도 알아서 분류해 주고
가고싶은 곳? 검색만 하면 어디든 ‘척척’…주차한 차 위치도 기억하고 알려주지요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 활용 탐구생활
# 아침 7시7분. 베개 옆에 놓아둔 스마트폰 알람이 울려요. 7시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왜 7분이나 늦게 울리는 거얏!? 김 대리는 잠깐 ‘폰이 맛갔나’ 생각해요. 후훗. 어젯밤에 수면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켜놓고 잔 걸 깜빡했어요. 침대에서 뒤척인 정도를 측정해 가장 얕은 잠을 자고 있는 최적의 기상시간에 깨워주는, 귀신 같은 앱이에요. 귀에 대고 사이렌을 울려도 절대 안 일어날 것 같은 ‘잠꾸러기 미녀’도 늦잠 잘 염려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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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용자 김얼리(가명)씨의 달라진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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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호, 벌써 점심시간이에요. 맛집 마니아인 친구랑 뭘 먹으러 갈까, 고민해요. 일할 때도 이렇게 열심히 고민하면 사장님이 좋아할 텐데. 선택은 맛집 소개용 앱에 맡겨요. 친구는 다음주에 일본에 놀러 가는데, 일본 맛집 앱을 잔뜩 다운받았다고 자랑질이에요. 일본어도 못하고, 상여금 깎여서 일본 갈 돈도 없는 김 대리는 한숨만 쉬어요. 불쌍해 보였는지 커피는 친구가 사겠대요. 금세 기분이 좋아져요. 커피전문점이 어딨는지도 스마트폰의 앱한테 물어보면 돼요. 이런 게 요즘 뜨는 ‘증강현실’(AR)이라고 김 대리는 잘난 척해요. 카메라로 길거리 모습을 찍으면 어느 방향에 커피숍이 있는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다 알려줘요. 또다른 카메라 앱을 실행해 커피전문점 방향을 비춰주면, 그곳에 대한 평가글이 스마트폰 화면 위에 구름처럼 둥둥 떠다녀요. 누군가 ‘직원이 불친절하다’고 투덜거리는 평가를 써놨네요. 김 대리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슬쩍 몸무게 관리 앱을 살펴, 일주일 동안 살이 얼마나 쪘나 확인해봐요. 택배 앱에서 어젯밤 지른 화장품이 어디까지 왔는지 운송상황이랑 경로도 추적해봐요. # 김 대리는 퇴근하고 친구들을 만나요. 같이 간 친구는 자동차를 공영주차장에 세워놓고 ‘자동차 찾기’용 앱으로 주차 위치를 사진 찍어놔요. 이 친구 아이큐는 붕어랑 비슷한 게 분명해요. 차를 어디에 세워놨는지 매번 미친 듯이 찾아 헤매요. 김 대리는 내비게이션처럼 차를 찾아주는 이 앱이 나와서 친구한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은 연락처 자동교환 앱을 켜서 인사를 나눠요. 스마트폰을 서로 부딪치기만 하면 전화번호랑 이메일·사진 등이 상대 스마트폰에 자동 입력돼요. 휴대폰 버튼을 누르면 움직이는 동물 그림과 소리가 나오는 앱을 다운받은 친구는, 3살짜리 딸내미가 제일 좋아한다고 큰 소리로 자랑해요. 결혼 안 한, 아직 애인도 없는 김 대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요. 헤어질 때가 됐는데, 한 친구가 오늘 마신 와인 이름을 기억하려고 코르크 마개를 챙겨 가겠다고 해요. 웬 구닥다리 시추에이션? 김 대리는 포도 품종, 생산지, 연도별로 자동정리되는 앱이 있는 것도 모른다고 친구를 구박해요. 오늘 술자리에선 얼굴에 각종 ‘뽀샵’을 해주는 카메라, 포토샵 앱이 최고 인기였어요. 너무 고단한 하루가 끝나가요.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운 김 대리는 수면용 앱의 바람소리와 빗소리 가운데 뭘 들으며 평화롭게 잠들까 고민하다가, 꿈나라로 가요.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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