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2.09 20:53 수정 : 2010.02.10 15:01

내 손안의 요술램프 상상대로 이뤄져라~

[한겨레특집 스마트폰]
자는 모습 살펴 최적 기상시간 깨워주고, 명함속 이름·정보도 알아서 분류해 주고
가고싶은 곳? 검색만 하면 어디든 ‘척척’…주차한 차 위치도 기억하고 알려주지요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 활용 탐구생활

# 아침 7시7분. 베개 옆에 놓아둔 스마트폰 알람이 울려요. 7시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왜 7분이나 늦게 울리는 거얏!? 김 대리는 잠깐 ‘폰이 맛갔나’ 생각해요. 후훗. 어젯밤에 수면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켜놓고 잔 걸 깜빡했어요. 침대에서 뒤척인 정도를 측정해 가장 얕은 잠을 자고 있는 최적의 기상시간에 깨워주는, 귀신 같은 앱이에요. 귀에 대고 사이렌을 울려도 절대 안 일어날 것 같은 ‘잠꾸러기 미녀’도 늦잠 잘 염려가 없어요.

스마트폰 사용자 김얼리(가명)씨의 달라진 일상
아침은 고구마수프를 먹어요. ‘뭘 해먹을까’는, 메뉴랑 조리법, 필요한 재료를 다 알려주는 앱을 눌러서 정해요. 재료는 최저가로 샀어요. 온라인쇼핑 땐 바코드를 읽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짱이에요. 바코드만 찍으면 인터넷쇼핑몰에서 제일 싼 제품을 척척 찾아줘요. 지름신 내린 여자한테는 최고의 도우미예요.

이런 ‘우라질레이션’. 아침까지 챙겨먹다보니 출근시간이 늦었어요. 저녁엔 친구들 만나기로 했는데, 샤방한 꽃단장을 생략할 순 없어요. 일단 실시간으로 버스 운행정보를 알려주는 앱을 클릭해봐요. 휴, 다음 버스가 집앞에 올 때까지 10분이 남았어요. 기껏 붙인 속눈썹 휘날리며 무조건 뛰어갈 필요 없어 다행이에요. 김 대리는 버스시각 맞춰 우아하게 걸어가야, 스마트폰 유저로서 ‘간지’난다 생각해요. 버스 안에서 언론사랑 포털뉴스 앱을 클릭해 뉴스를 훑어보면서 놀다보면 어느새 회사에 도착해요.

# 김 대리는 사무실 의자에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요. 옆자리 직원은 “출근하자마자 스마트폰 갖고 논다”고 타박해요. 쳇, “모르면 가만히나 있으라”고 해요. 김 대리는 일정관리 앱을 보면서, 회의랑 고객사 방문일정을 확인해요. 아직도 구질구질하게 탁상달력에 약속 적어놓는, 옆자리 직원은 절대 모를 ‘초절정’ 일정관리 비법이에요. 동료 직원이 어제 만난 클라이언트 명함을 잃어버렸다고 구시렁대요. 김 대리는 자랑스레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들어요. 명함리더기 겸 명함관리용 앱을 활용해 명함을 받자마자 사진을 찍어놨거든요. 명함에 적힌 이름이랑 주소·전화번호가 자동인식돼 분류돼요. 김 대리는 지저분한 명함통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직원 앞에서 어깨를 으쓱대요.

부장님이 갑자기 외국에 출장 가 있는 부서 동료한테 전화하라고 시켜요. 사무실 전화를 쓸까 하다가, 국제전화료를 아끼는 센스를 발휘해 부장님한테 예쁨 받기로 해요. 같은 스마트폰 유저들끼리 공짜로 채팅할 수 있는 메신저 앱을 실행해, 동료와 업무 얘길 나눠요. 복잡한 업무 얘기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좁아터진 폰 화면에서 키패드를 치니까 속도 터질 것 같아요. 그래서 김 대리는 무전기용 앱을 쓰기로 결정해요. 앱을 실행해서 둘이 똑같은 채널을 맞추면, 스마트폰이 바로 무전기로 변신해요. 김 대리는 마치 ‘요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요. 수십명이 같이 얘기할 수도 있어요.


# 야호, 벌써 점심시간이에요. 맛집 마니아인 친구랑 뭘 먹으러 갈까, 고민해요. 일할 때도 이렇게 열심히 고민하면 사장님이 좋아할 텐데. 선택은 맛집 소개용 앱에 맡겨요. 친구는 다음주에 일본에 놀러 가는데, 일본 맛집 앱을 잔뜩 다운받았다고 자랑질이에요. 일본어도 못하고, 상여금 깎여서 일본 갈 돈도 없는 김 대리는 한숨만 쉬어요. 불쌍해 보였는지 커피는 친구가 사겠대요. 금세 기분이 좋아져요.

커피전문점이 어딨는지도 스마트폰의 앱한테 물어보면 돼요. 이런 게 요즘 뜨는 ‘증강현실’(AR)이라고 김 대리는 잘난 척해요. 카메라로 길거리 모습을 찍으면 어느 방향에 커피숍이 있는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다 알려줘요. 또다른 카메라 앱을 실행해 커피전문점 방향을 비춰주면, 그곳에 대한 평가글이 스마트폰 화면 위에 구름처럼 둥둥 떠다녀요. 누군가 ‘직원이 불친절하다’고 투덜거리는 평가를 써놨네요. 김 대리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슬쩍 몸무게 관리 앱을 살펴, 일주일 동안 살이 얼마나 쪘나 확인해봐요. 택배 앱에서 어젯밤 지른 화장품이 어디까지 왔는지 운송상황이랑 경로도 추적해봐요.

# 김 대리는 퇴근하고 친구들을 만나요. 같이 간 친구는 자동차를 공영주차장에 세워놓고 ‘자동차 찾기’용 앱으로 주차 위치를 사진 찍어놔요. 이 친구 아이큐는 붕어랑 비슷한 게 분명해요. 차를 어디에 세워놨는지 매번 미친 듯이 찾아 헤매요. 김 대리는 내비게이션처럼 차를 찾아주는 이 앱이 나와서 친구한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은 연락처 자동교환 앱을 켜서 인사를 나눠요. 스마트폰을 서로 부딪치기만 하면 전화번호랑 이메일·사진 등이 상대 스마트폰에 자동 입력돼요. 휴대폰 버튼을 누르면 움직이는 동물 그림과 소리가 나오는 앱을 다운받은 친구는, 3살짜리 딸내미가 제일 좋아한다고 큰 소리로 자랑해요. 결혼 안 한, 아직 애인도 없는 김 대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요.

헤어질 때가 됐는데, 한 친구가 오늘 마신 와인 이름을 기억하려고 코르크 마개를 챙겨 가겠다고 해요. 웬 구닥다리 시추에이션? 김 대리는 포도 품종, 생산지, 연도별로 자동정리되는 앱이 있는 것도 모른다고 친구를 구박해요. 오늘 술자리에선 얼굴에 각종 ‘뽀샵’을 해주는 카메라, 포토샵 앱이 최고 인기였어요.

너무 고단한 하루가 끝나가요.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운 김 대리는 수면용 앱의 바람소리와 빗소리 가운데 뭘 들으며 평화롭게 잠들까 고민하다가, 꿈나라로 가요.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