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삼아항업의 김민호 대리가 충남 천안시 상공에서 항공사진을 찍고 있다.(왼쪽 위) 항공촬영에는 경비행기 세스나기(오른쪽 위)가 사용되고, 거리사진을 찍는 픽스코리아는 경차 모닝(아래)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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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인터넷지도 제작현장 따라가보니
거리사진, 15m 주행거리마다 한컷씩 찍어 파노라마로
항공사진, 전국토 250구역으로 나눠 구역당 600컷 촬영
독도법을 익히고 지도와 나침반을 지닌 탐험가·군인보다 막강한 정보를 손에 쥔 ‘민간인’ 100만여명이 거리로 쏟아지고 있다. 이들이 손에 쥔 스마트폰엔 위성항법장치(GPS)와 전세계의 뒷골목 정보까지 담긴 디지털 지도가 들어 있다. 어디를 가나 지도에 내 위치를 표시해주며, 근처 식당·편의점 위치도 알려준다. 포털업체 ‘다음’은 글로벌업체 못지않게 위치기반 서비스의 핵심인 국내 지도 정보를 꾸준히 강화해왔다. ‘로드뷰’를 제작하는 픽스코리아의 촬영차량과 ‘스카이뷰’를 만드는 삼아항업 경비행기에 동승해 ‘21세기 디지털 대동여지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봤다.
■ 거리사진 ‘로드뷰’ 지난 2월19일 오전, 촬영차량 모닝에 동승해 서울 마포 신수동 일대의 거리사진을 촬영했다. 조남주 촬영팀장은 “어제 눈이 내려 도로 위 물기가 렌즈에 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찮다”며 “카메라 시야를 가리는 대형트럭이나 버스를 피하면서 좌회전 때는 서비스를 고려해 직각에 가깝게 회전하는 등 특별한 운전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이 제공하는 로드뷰는 거리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사진을 디지털지도 위에 입힌 서비스다.
차량을 개조해 지붕엔 카메라 4대와 지피에스를 얹고, 조수석엔 기록·모니터 장치를 실었다. 주욱선 촬영팀 대리는 “아침에 출발해 해질녘까지 촬영한다”며 “신기하고 값비싼 장비라서 손상이 우려돼 점심도 차 안에서 해결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광각렌즈를 단 카메라는 15m 주행거리마다 한 컷씩 자동으로 촬영한다. 이 사진들을 둥근 공 형태로 이어붙여 파노라마 사진을 만든다. 촬영 이후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지도와 촬영사진을 일치시키고 얼굴·차량번호판 등 개인정보를 지워야 하기 때문이다.
로드뷰를 제작하는 픽스코리아 배영주 사장은 “경차가 진입할 수 있는 서울의 거의 모든 거리를 촬영해 다음 지도에서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며 “현재 500만장인 서비스 규모를 1000만장으로 늘려 전국의 작은 도로까지 담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픽스코리아는 세그웨이를 이용한 실내촬영장비와, 촬영자가 20㎏의 장비를 짊어지고 계단·등산로도 촬영할 수 있는 장비를 자체개발해,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제주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로드뷰의 요긴함을 알고 서비스 요청을 늘리고 있는 상태다.
■ 항공사진 ‘스카이뷰’ 지난 8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항공측량업체 삼아항업의 세스나기를 타고 이륙했다. 12인승 경비행기는 4인승으로 개조돼 수십억원대의 촬영장비를 실었다. 25분 만에 천안 상공에 이르자 촬영이 시작됐다. 바둑판 같은 가로세로 줄을 따라 2.5㎞ 간격으로 공중 유(U)턴을 하며 촬영했다. 기류와 바람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탓에, 기체는 수시로 흔들렸다. 촬영장비 틈새로 찬바람이 들어왔고, 10㎞ 운항 뒤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는 통에 멀미가 왔다. 촬영기사 김민호 대리는 미동도 없이 항공기 안 촬영 모니터를 지켜보다 백병기 기장에게 헤드폰으로 “8번 코스 촬영 고도가 다른 곳보다 50피트 높아졌다”고 말했다. 백 기장은 “재촬영할 수 있도록 8번 코스로 재진입하겠다”고 응답한 뒤 기수를 돌렸다. 백 기장이 “지상에 구름 그림자가 드리웠는데 괜찮은가” 묻자, 김 대리는 “심하지 않아 사후보정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착륙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번 이륙하면 보통 6시간을 체공하며 촬영을 한다. 김포공항에 착륙하자, 촬영사진이 든 하드디스크를 떼어내 작업에 들어갔다. 보안구역이 찍혔는지 살펴 삭제하고 국군기무사령부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20㎝ 크기 식별이 가능하도록 촬영하지만 안보상 이유로 해상도를 절반 이하로 낮춰서 서비스한다. 별도의 보정작업이 필요하다. 이렇게 전 국토를 250개 구역으로 나눠 한 구역을 600컷씩 촬영해, 15만장으로 전국지도를 만든다.
다음의 서태섭 로컬서비스 본부장은 “통신과 교통 발달로 생활반경이 넓어졌고, 지리정보의 가치도 높아졌다”며 “지도는 고유기능을 넘어서 다양한 부가정보가 담기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색업체 구글이 비영어권의 이용자에게 알려진 계기도 지도·구글어스·스트리트뷰 서비스였으며, 구글이 개방한 지도를 활용한 서비스들은 구글의 플랫폼 지배력을 더 강화시켰다. 업계는 2012년이면 국내에서 휴대전화의 80% 이상에 지피에스가 달릴 것으로 예상하며 사업모델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휴대전화에 지피에스 탑재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
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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