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07 19:20
수정 : 2005.10.07 22:21
“애플만큼 싸게” “긍정 검토할 것”
세계 엠피3 재생기 시장의 강자인 애플컴퓨터에 핵심 부품을 헐값에 공급해 국내 중소업체들을 곤경에 빠뜨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가 중소업체들과 협의를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한국포터블오디오협회는 지난 6일 산업자원부 중재로 간담회를 열어, 중소 엠피3 업체들에 대한 플래시메모리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포터블오디오협회는 국내 30여개 중소 엠피3 제조업체들로 구성돼 있다.
중소업체들은 “공동구매에 나설 경우 적정한 가격으로 메모리를 충분히 공급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삼성전자 쪽은 “요구안을 만들어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7일 참석자들이 전했다.
삼성전자가 중소 엠피3 업체들의 의견 수렴에 적극 나선 것은 애플과의 가격 차별 또는 불공정거래 시비 끝에 불거질지 모를 피소 가능성 등을 감안해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업체들은 삼성의 이런 움직임을 진전된 태도로 평가하면서도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협의에 참석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삼성이 공동구매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고질적인 물량 부족에서는 좀 벗어날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 애플과의 가격 차이가 좁혀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날 중소업체들에 ‘애플과의 공급 가격 차이가 10%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중소업체들은 공급 제품의 종류가 달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의 조사를 보면, 애플의 새 제품 ‘아이팟 나노’에 들어간 삼성전자의 2기가바이트(GB) 메모리 가격은 54달러다. 그러나 중소업체들이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는 가격은 90달러다. 중소업체들은 이마저도 물량이 달려 현물시장에서 100달러에 사들이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한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애플에 공급된 낸드 플래시메모리는 국내 업체들에 공급된 싱글레벨셀(SLC) 제품보다 가격이 30% 싼 멀티레벨셀(MLC) 제품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구입하는 업체와 적은 양을 사가는 업체에 똑같은 가격으로 줄 수는 없지만, 중소업체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 엠피3 업체들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국내 업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싼 가격에 플래시메모리를 공급해 중소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해 왔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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