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4 14:42
수정 : 2019.01.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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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기자간담회에서 나이젤 뱁티스트 넷플릭스 파트너 관계 디렉터가 발표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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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공개 앞두고 본사 임원 간담회
“올해 오리지널 5건 제작·공개
유료방송·통신사와도 협력할 것”
망사용료·규제 대해선 말 아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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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기자간담회에서 나이젤 뱁티스트 넷플릭스 파트너 관계 디렉터가 발표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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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90여개국 1억3900만명의 유료회원이 1700여종 5억1800만대의 기기로 넷플릭스를 본다. 한국을 기준으로 한달 9500~1만4500원이면 드라마, 영화, 버라이어티, 다큐멘터리 등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를 쉴 새 없이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2016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손바닥 위 스마트폰부터 거실 안방까지 점령해가고 있다.
1998년 디브이디(DVD) 구독서비스로 출발한 네플릭스가 20년 만인 지난해 매출 17조7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강점은 나에게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기를 불문하고 편리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마다 ‘공포’, ‘엉뚱 기발’, ‘가슴 뭉클’ 등의 태그를 붙이고, 시청 이력을 바탕으로 이런 태그를 조합해 맞춤형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해준다. 어느 기기에서 보더라도 끊기지 않고 볼 수 있다. 아이피티브이(IPTV)에서 주문형 비디오(VOD)를 보려고 몇번씩 리모컨을 누르고 광고까지 봐야 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편리하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쟁력은 이미 여러번 입증됐다. 넷플릭스 영화 <로마>는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최근엔 <블랙미러: 밴더스니치>처럼 시청자가 게임을 하듯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인터랙티브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미국 에미상을 휩쓴 것은 벌써 몇 년 전 얘기다. 넷플릭스는 지난 22일 스트리밍업체 최초로 미국 영화산업협회에 가입하기도 했다.
이런 강점들은 한국 시장에도 고스란히 먹혀들었다. 한국의 빠른 이동통신 환경은 2016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가 손쉽게 한국 시장에 안착하는 계기가 됐다. 24일 한국 첫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공개를 앞두고 본사 임원들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앤디 로우 모바일·웹 상품 디자인 디렉터는 “보통 넷플릭스 시청시간의 3분의 2가 텔레비전에서 나오지만, 한국은 모바일 스트리밍 시간이 다른 곳에 비해 굉장히 길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티브이나 셋톱박스 보급이 확산되면서 이용자 숫자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나이젤 뱁티스트 파트너관계 디렉터는 “한국에는 수백만 가정에 셋톱박스가 있어, 유료방송·통신사와의 협력에 집중할 단계”라며 “셋톱박스를 디자인하는 데 관여하려 한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케이(K)팝이나,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를 비롯한 국외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2016년 싱가포르에 있던 한국 전담팀을 지난해 서울로 이전했다. 약 30여명의 직원이 콘텐츠 제휴 업무를 중심으로 일하고 있다. 앞으로 넷플릭스는 첫 한국 드라마시리즈인 <킹덤> 시즌2를 비롯해 <좋아하면 울리는>, <보건교사 안은영>과 같은 한국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디렉터는 “전세계 팬들에게 한국 콘텐츠를 소개하고, 동시에 한국 회원들이 전세계의 다양한 스토리와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되는 <킹덤>은 27개 언어 자막과 12개 언어 더빙으로 제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넷플릭스의 공세는 한국 방송통신 시장을 흔들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과 에스케이텔레콤(SKT)은 넷플릭스에 대항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만들 별도법인을 만들고 있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같은 통신사들은 ‘넷플릭스가 느리다’는 고객 민원에 시달리며 망 증설에 나서고 있다.
한국기업 ‘역차별’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기업은 트래픽을 유발한 기업이 통신사에 지불하는 ‘망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내지 않고 있다. 또 넷플릭스와 같은 오티티를 방송의 영역으로 간주해 규제해야 한다는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넷플릭스 쪽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제시카 리 아시아태평양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은 망사용료 관련 질문에 “한국 생태계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서비스에서 혁신이 만들어지는지에 관한 것”이라는 원론적인 대답을 했다. 방송법을 통한 규제에 대해서도 “현재 논의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말할 게 많지 않다”며 “논의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요구가 있는지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뱁티스트 디렉터는 “넷플릭스는 (방송이 아니라) 단지 스트리밍서비스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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