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9 15:42
수정 : 2019.01.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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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한국 전자 IT산업 융합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제품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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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국 IT산업 융합 전시회
일반인 관람 좋긴한데 급조 흔적 역력
참가기업들 “준비기간 촉박해 아쉬움 커”
CES서 주목받은 롤러블TV 한 대 전시
“전시회 참가지원부터 체계화해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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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한국 전자 IT산업 융합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제품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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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학생들이 많이 찾아주니 좋긴 하네요.”
29일 오후 이른바 ‘동대문 시이에스(CES)’에서 만난 한 대기업 관계자 말이다.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국 전자정보기술(IT) 산업 융합 전시회’가 개막했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현장을 둘러본 이후 정오부터 일반 관람객들도 전시장을 찾아보고 체험할 수 있었다. 기자가 직접 현장을 둘러보니 가족 단위 관람객을 비롯해 중국인 관광객, 학생 등이 전시된 제품을 둘러보고 체험하고 있었다. 자녀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김아무개씨는 “언론을 통해 보던 제품들을 보니 신기하고 설명도 친절히 해줘서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시이에스)에 전시했던 제품들을 다시 선보인 행사다. 전시장 안쪽으로 엘지(LG)전자·에스케이텔레콤(SKT)·삼성전자 부스가 대규모로 차려졌고, 앞쪽으로는 코웨이와 네이버랩스, 입구 앞쪽은 중소·스타트업 35곳이 자리를 채웠다.
이번 전시회는 기획 단계부터 급조됐다는 말들이 업계에서 쏟아졌다. 전시부스를 보니 그런 흔적이 역력했다. 시이에스에 참가한 한국기업이 317곳인데 이에 한참 못미치는 숫자가 참여한 것은 차치하고, 전시 참여 기업들 역시 시이에스에 견주면 전시한 제품들이 양과 질에서 모두 차이가 났다.
이번 시이에스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으로 평가되는 엘지전자의 롤러블 텔레비전(엘지 올레드 시그니쳐 알(R))은 1대만 전시됐다. 아직 양산되는 제품이 아니라 몇 대 없는데, 시이에스에 전시된 제품들은 다음주부터 열리는 디스플레이 관련 국제전시회에 출품하기 위해 배송되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 역시 임원방에 있던 개발중인 제품을 떼어오는 등 전시품 수급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문 대통령이 부스를 직접 찾아 악수를 했던 네이버랩스의 로봇팔 ‘앰비덱스’는 5세대(G) 이동통신으로 통신하는 ‘브레인리스’(뇌가 없는) 로봇으로 시이에스에서 주목받았지만, 기술을 함께 만든 퀄컴과의 협의내용 때문에 ‘뇌 있는’ 로봇으로 작동됐다. 시이에스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던 ‘어라운드 지(G)’ 역시 준비시간이 촉박해 주행은 못하고 서있기만 했다. 코웨이 부스는 제품들을 단순 나열해놓기만 해, 가전제품 판매장 느낌이 났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아쉬워했다. 준비기간이 채 열흘이 안됐는데, 지난 27일까지 부스 정비를 마무리해야 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미 예정된 다른 전시회들이 있는 상황에서 급박하게 추진돼 전시장을 차린 우리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일반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 제품과 기술을 둘러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설 연휴 이후에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힘든 중소·스타트업들은 전시회가 또다른 기회이지만 촉박한 일정 탓에 아예 얼굴도 못 내민 곳들이 많았다. 실제로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지난 22일 기업들에 보낸 ‘미래비전 간담회 및 전시회’ 참가 안내 문서를 보면, 참가 여부를 당일까지 회신하도록 하고 있다.
참가 요청을 받은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생각했고, 전시회보다는 대통령 간담회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직원이 10명이 안되는데 3일 동안 부스를 차려야 하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라며 “시이에스 갔다와서 밀린 업무도 처리해야 하는데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갓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제품에서 6개 제품이 (시이에스 주최 쪽이 주는) 혁신상을 이렇게 수상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지만, 혁신상을 수상한 한국 스타트업 가운데 전시에 참여하지 못한 곳도 있다. 해당 업체 대표는 “가급적이면 간담회라도 참석하려고 했는데 부스까지 차려야 했고, 이미 계획된 다른 전시회와 회사 일정이 있어서 참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들 입장에선 ‘재탕 시이에스’보다는 시이에스를 비롯한 전시회 참가 지원을 정부가 체계적으로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미국 시이에스 참가를 지원한 기관은 코트라를 비롯해 창업진흥원, 대구·성남·수원시 등 지방자지단체들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전시 장소 역시 지원기관에 따라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고 통일성도 없었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는 “한국은 부스 디자인을 다 따로따로 하다보니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전체적인 참가 규모조차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 시이에스에서 스타트업들 부스를 차린 유레카 파크의 프랑스 부스는 ‘라 프렌치 테크’라는 브랜드가 눈을 끌었고, 일본·영국·룩셈부르크 등도 국기와 국가의 상징색을 통해 통일감을 줬다. 어느 회사든 어느 나라 스타트업인지 알 수 있는 방식이다. 특히 이탈리아 부스는 취재진이 방문하면, 기업 소속이 아닌 별도의 홍보대행사 직원이 안내하며 적극적으로 취재를 지원하기도 했다. 협회 쪽은 “내년 시이에스에는 한국 참가업체 지원을 위해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콘트롤 타워를 설치하고, 한국을 상징하는 브랜드이미지(BI)와 장치 디자인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태우 최현준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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