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4 21:01
수정 : 2019.02.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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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쏘카 대표. 쏘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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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쏘카 대표. 쏘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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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하겠다고 하는 이해관계자와 혁신을 저지하겠다고 하는 이해관계자를 모아놓고 어떤 대타협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걸까요?” “택시의 퇴로를 마련해주고 피해를 돌봐야 하는 기구(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지칭)가 반대로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네요.”
요즘 ‘핫한’ 이재웅 쏘카 대표가 ‘택시-플랫폼 상생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날 선 글들이다. 이 대표는 일부 개인택시 기사들이 쏘카의 자회사 브이씨엔씨(VCNC)의 ‘타다 베이직’(기사 포함 렌터카 대여 서비스)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라며 검찰에 고발하자 “무고·업무방해로 맞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지난 21일 브이씨엔씨의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 출시 기자회견에 나와 “(택시업계와)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못해 많은 오해가 생긴 것 같고, 오해가 불식됐으면 좋겠다”며 “택시산업이 잘 유지되고 연착륙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이씨엔씨는 이날 기자간담회 전에 택시단체들에 미리 알려 이해를 구했다고 한다. 택시를 대하는 이 대표의 태도가 변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타다에 택시가 ‘필요한’ 시기가 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5개월 만에 회원 33만명을 확보한 타다 베이직은 운송원가가 택시보다 훨씬 많이 들지만, 요금은 중형택시의 1.2배만을 받아왔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타다 베이직을 무한정 증차하기엔 한계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타다 플랫폼’에 택시를 얹게 되면, 타다는 호출 중개를 해주고 요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을 수 있다. 택시와 손잡는 것이 ‘기사 포함 렌터카 대여’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을 운영하는 것보다 수익 차원에서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택시업계와의 악감정은 타다에는 득이 될 수 없다.
타다는 ‘택시와의 협력’을 계속 강조하지만 타다 프리미엄이 택시업계 전체와의 협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타다 프리미엄은 ‘카카오 블랙’과 같은 배기량 2800㏄ 이상 개인·법인 고급택시를 ‘타다’ 앱을 통해 호출하는 서비스다. 그러면서도 요금은 일반택시의 1.2~1.4배만 받을 예정이다. 이는 기존 고급택시는 물론 모범택시보다 싼 요금으로, 서울에 있는 모범택시 1367대(지난해 11월 기준·모두 개인택시)가 고사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질 좋고 저렴한 서비스의 등장은 이용자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다. 타다의 성장 요인이 서비스 ‘혁신’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택시기사 2명이 목숨을 끊고, 경쟁자인 카카오가 서비스를 접을 정도로 격렬했던 ‘카풀-택시’ 갈등 국면에서 타다가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택시와의 협력을 힘주어 말하게 된 마당에, 이 대표가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논의에 대해 과거처럼 “무엇을 기대하냐”고 관전자처럼 비난하기보다는 좀더 책임있는 자세로 논의에 참여하길 기대한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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