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6 18:34
수정 : 2019.02.2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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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MWC 2009’ 3홀 중앙에 자리잡은 화웨이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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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2019’ 전시장 안팎서 화제
“GSMA 이사회 회의서 갑론을박” 전해져
화웨이 장비 채택한 쪽은 “그래서?” 무시
안 쓴 쪽은 “장비 공급 채널 리스크”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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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MWC 2009’ 3홀 중앙에 자리잡은 화웨이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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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이동통신 컨퍼런스 겸 전시회 ‘엠더블유시(MWC)’를 주관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유럽연합(EU) 정부와 의회에 화웨이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사용 금지 조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버라이즌과 에이티엔티(AT&T) 등 미국 이동통신사들이 이에 강력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750여개 이동통신사를 대표하는 지에스엠에이의 공신력이 훼손되게 됐다.
26일(현지시각) ‘엠더블유시 2019’에 참가한 이통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 이통사들이 이번 전시회 개막에 앞서 지에스엠에이가 발송한 서신 내용에 대해 공식 채널을 통해 강력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에스엠에이가 회원사들의 동의 없이 서신을 발송했거나, 미국 이통사들이 트럼프 정부 쪽의 요구로 ‘헐리우드 액션’을 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화웨이는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로, 엠더블유시 2019의 메인 스폰서다.
앞서 지에스엠에이는 지난 14일 유럽연합 정책·법률 입안자들에게 트럼프 정부의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 요구를 신중히 생각하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엘티이(LTE) 때처럼 네트워크 장비 공급업체 간 치열한 경쟁은 유럽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시민과 기업들에게 경쟁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며 “5G 개발을 제한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은 유럽 소비자와 기업들의 권익에 반할 위험을 갖고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세계이통사업자협회, EU 정부·의회에 “화웨이 장비 금지 신중해야” 서신)
이는 즉각 미국 트럼프 정부가 주도하는 화웨이 5G 장비 사용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기류가 확산되는 것으로 해석됐다. 때마침 영국의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가 화웨이 통신장비를 써도 보안상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후 독일·프랑스·뉴질랜드 등도 가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시 방한 중이던 무니르 마주비 프랑스 디지털국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과 관련해 “특정 기업에 대한 보이콧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네트워크의 핵심은 신뢰성과 안전성이다. 무조건적인 불신과 순진한 믿음 모두 경계해야 한다“며 “프랑스의 통신장비 공급업체 선정 과정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이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이라면 배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전시장에서는 미국 이통사들이 지에스엠에이의 서신 발송 내용에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상반된 움직임이 보인다. 화웨이 장비를 채택한 쪽은 미국 이통사들의 반발을 무시하는 모습이다. 엘지유플러스(LGU+) 엘지유플러스 네트워크부문장은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3월 상용화 시점 기준으로 1만5천여개의 기지국이 구축될 것으로 보이는데, 95%가 화웨이 장비다. 경쟁업체 것에 견줘 품질이 뛰어나고 장비 공급이 원활하다”고 말했다. “스탠드 얼론(SA) 방식 통신망 구축 때도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화웨이 장비를 배제한 쪽에서는 미국 이통사들의 반발 사실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익명을 전제로 언론에 관련 사실을 공개하기도 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엠더블유시 2019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지에스엠에이 이사회 회의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장비 서플라이 체인(장비 공급 채널) 쪽에 보안 위협이란 리스크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선 이와 관련해 “버라이즌과 에이티엔티(AT&T) 등은 지에스엠에이 회원사이기에 앞서 미국 이통사”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화웨이 장비의 보안 문제가 이슈화하지 않으면, 화웨이 장비를 배제한 이통사 경영진이 배임 혐의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게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화웨이 5G 장비 가격이 경쟁사에 비해 30% 이상 싼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편 궈핑 화웨이 최고경영자는 이날 오전 기조연설에서 “화웨이는 기술 공급자로서 어떤 나쁜 짓도 하지 않는다. 어떤 백도어도 없고, 나중에라도 심지 않을 것이다. 미국 규제기관도 화웨이 장비 봤지만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웨이 5G 장비는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고, 백팩 형태로 디자인해 비용을 40% 줄였다. 연간 태풍이 15개 지나가도 멀쩡하다. 보안이 없는 혁신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이날 오후에는 전시관에서 5G 장비의 보안 검증을 맡고 있는 ‘시시아이티(CC IT)보안검증연구소’ 책임자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다.
바르셀로나/글·사진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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