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2 13:54
수정 : 2019.03.1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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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큰 길 가에 있는 한 건물 옥상 모습.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와 안테나가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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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성 높은 5G 이통 안테나 고개 내밀며
도심 건물 스카이라인 지저분하게 만들어
옥상 안테나 다발은 헝클어진 부케 모양
법에 환경친화적으로 설치하게 하고 있지만
이통사업자에 맡겨둬선 기대하기 어려워
지자체 “더 방치하면 해결책 찾기 힘들어
기지국 준공 전 도시미관 훼손 심의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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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큰 길 가에 있는 한 건물 옥상 모습.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와 안테나가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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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심 번화가를 걷다가 상대적으로 낮아보이는 건물의 스카이라인을 올려다보면 뭔가가 고개를 내민 것 같은 모습이 흔히 눈에 띈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 안테나들이다. 2세대(CDMA·PCS)·3세대(WCDMA) 이동통신 기지국 안테나는 건물 옥상 가운데 마련된 철탑에 달렸던 것과 달리, 4세대(LTE) 안테나는 철탑을 벗어나 길 쪽 끝에 배치되고, 5G는 건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쳐다보는 형태로 설치되고 있다.
건물 옥상 위나 도로 가에 설치된 이동통신 기지국 철탑의 안테나 다발들도 헝클어진 꽃다발처럼 흉물스러운 모양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케이티(KT) 사옥에는 5G 기지국이 건물 중간으로 내려와, 광화문광장 쪽 창문에 붙어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곤충이 달싹 붙어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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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 빌딩 옥상에 이동통신 기지국 안테나들이 어지럽게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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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기지국이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비판에 이어 도심 미관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동통신 기지국은 3세대 때까지만 해도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다. 통화품질 향상을 위해 “기지국을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많을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혐오시설로 간주돼 민원까지 발생시킨다. 서울시 한 구청의 담당과장은 “집값 떨어뜨린다고 하소연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에스케이텔레콤(SKT)이 2세대부터 5세대까지 4개, 케이티가 3세대부터 5세대까지 3개, 엘지유플러스(LGU+)가 3개(2·4·5세대) 등 총 10개의 이동통신망이 가동되고 있다. 이통사들은 비용 절감과 정부의 중복 투자 방지 및 경관 훼손 최소화 정책에 따라 기지국 철탑을 함께 사용(공용)하는 경우고 많은데, 이 때문에 도심 번화가 낮은 건물이나 아파트단지 상가 옥상의 기지국 철탑의 안테나 다발이 갈수록 더 덥수룩해지고 있다. 이동통신망당 사방으로 하나씩 총 4개의 안테나만 달린다 해도 40개가 붙는 셈이어서다.
주위에 마땅한 높이의 건물이 없거나 옥상 사용을 허가받지 못한 경우에는 도로 한켠에 기지국용 전봇대를 세워 이통 3사가 함께 사용하는데, 전봇대 밑둥에 네모난 백팩 크기의 배전판(전력 공급 및 낙뢰 방지 시설 등을 담고 있음)이 매미처럼 다닥다닥 붙어 흉한 경우가 많다. 주위에 친환경 모양 담장(펜스)을 설치해야 하지만, 대부분 벌거숭이로 방치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펜스 설치 허가를 지자체가 잘 안 내준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기지국이 미관을 해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예견됐고, 전파법에 ‘도시미관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환경친화적으로 무선설비를 설치하도록 명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마련됐다. 기지국을 환경친화적으로 설치하면 전파 사용료를 감면해주는 제도도 마련돼, 2015~2017년 감면액만도 110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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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빌딩 밖으로 이동통신 기지국 안테나들이 고개를 내밀며 위태롭게 매달린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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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도시미관 훼손 기준이다. 이통사들은 “기지국 안테나 모양과 설치 형태 모두 정부 심사·인가를 받은 것”이라며 “환경친화적으로 설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자체 관계자들은 “환경친화적 기지국 인증을 받아 전파사용료 감면까지 받았다고 하는 것들도 도시 미관을 해치기는 마찬가지다. 좀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5G 이동통신망 구축이 본격화돼 기지국이 촘촘히 박힐수록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기존 이동통신은 800㎒~1.7㎓ 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는데 비해 5G 이동통신은 3.5㎓와 28㎓ 대역 주파수를 쓴다. 주파수 대역이 높아질수록 전파의 회절성은 떨어지고 직진성이 강해 기지국이 더 촘촘하게 깔려야 한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건물주가 싫어해서”, “전파를 방해할까봐” 등의 이유로 도시미관 문제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기지국 설치 시 지자체나 주민들의 의견을 듣거나 심의를 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한 구청에서 활동하는 한 민관협치위원은 “안테나를 마구잡이로 설치하는 문제를 더 방치하면 해결책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준공 전 도시미관을 훼손하지 않는지 심의를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사진은 <한겨레>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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