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9 17:00
수정 : 2019.04.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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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택시업계가 총파업을 벌인 20일 서울 은평구의 한 택시회사에 택시들이 잔뜩 주차돼 있다. 2018.12.2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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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월급제 3월 국회서 무산
합의이행 ‘실무기구’ 구성도 안돼
업계선 “당·정 움직임 없어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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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택시업계가 총파업을 벌인 20일 서울 은평구의 한 택시회사에 택시들이 잔뜩 주차돼 있다. 2018.12.2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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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 택시단체들과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이 성사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택시기사 월급제 시행과 택시 규제 혁신 등 합의사항에서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당사자들의 진통 끝에 ‘대타협’을 이뤄냈다고 하지만 합의안의 실제 이행 단계에서 국회와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7일 마련된 6개 합의 내용 중 이행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핵심 합의 사항이었던 자가용을 이용한 출퇴근 목적 카풀 시간제한과 택시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근로시간에 부합하는 월급제’를 시행하려면 국회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과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 합의문엔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도록 노력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으나, 해당 법안들은 국회 상임위의 법안심사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여야는 지난달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를 열어 해당 법안을 심사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여당은 지난 5일 다시 소위를 열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이 같은 ‘난항’은 법인 택시 사업자들이 택시기사 월급제에 반대하는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법인택시 사업자들은 국토위 여야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월급제를 시행하면 택시 회사가 망하게 될 것”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감안해 서울과 광역시(대구 제외)에서 먼저 시행하는 ‘단계적 접근’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인 택시 사업자의 논리를 상당 부분 반영해 “월급제 시행에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택시 산업 규제 혁신 논의에도 진척이 없다. 합의문에는 “택시 산업의 규제 혁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우선적으로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상반기 중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과 함께 “구체적 이행을 위해 당정과 업계가 참여하는 실무 논의기구를 즉각 구성한다”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즉각’ 꾸리기로 한 논의기구는 구성되지 않았다. 모빌리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모빌리티 업계의 카풀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규제 혁신이 바로 뒤따라야 하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서 답답하다”며 “규제 혁신에 대타협 합의에 참여하지 못한 업체들의 의견도 반영돼야 하는데 정부와 여당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의 움직임이 더디자 모빌리티 업체들은 ‘규제샌드박스’의 문을 두드리고 나섰다. ‘벅시’나 ‘차차크리에이션’ 등의 업체들은 최근 렌터카·택시를 활용한 합승 서비스를 규제샌드박스 대상으로 신청했다. 서울시도 택시 카드결제단말기 운영사인 한국스마트카드와 함께 지피에스(GPS)기술을 바탕으로 택시요금을 책정할 수 있는 ‘앱미터기’를 허용해달라며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상황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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