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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24 10:34 수정 : 2019.04.25 10:04

현재 기지국 모습

지역 주민들 요구로…“5월까지 공사 완료”
서울 금천구 ‘시민감시단’, 50개 개선 요구
도로변·초등학교 근처 27개 새 단장 약속
주민 행동으로 흉물 기지국 해결 사례 주목
이통사, 다른 구·도시로 확산될까 우려

현재 기지국 모습
새 단장 기준으로 제시된 친환경 기지국 모습
이동통신사들이 서울 금천구 주민들의 개선 요구를 받아들여, 이 지역의 ‘흉물’ 기지국 27개를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는 모양으로 단장하기로 했다. 어지럽게 널려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선로를 정리하라고 요구해 관철시킨 데 이어, 금천구 주민들이 통신·방송 쓰레기 수거 및 흉한 기지국 개선 요구 행동에 나서 두번째로 이뤄낸 성과로 꼽힌다. 금천구 주민들의 ‘조용하지만 큰 행동’이 서울의 다른 구와 다른 도시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24일 서울 금천구 주민들과 전파관리소 관계자 등의 말을 들어보면, 서울전파관리소는 이동통신 3사와 협의해 금천구 관내 흉물 기지국 27개를 친환경 기지국 모양으로 단장하기로 했다. 단장 공사는 나무나 플라스틱 재질의 펜스로 흉해진 기지국을 가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동통신사들은 빠르면 5월까지 기지국 단장 공사를 끝내겠다고 금천구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앞서 건물 옥상이나 주택가 도로 가에 설치된 이동통신 기지국의 안테나들이 헝클어진 꽃다발 모습으로 변하며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금천구 주민 20명(각 동마다 2명)은 ‘시민감시단’을 구성해 도로 가와 초등학교 주변의 흉물 기지국 50여개의 사진을 찍어 개선해달라고 서울전파관리소와 이동통신사 쪽에 요구했다. 시민감시단은 “이번에 개선 약속을 받은 기지국들이 친환경 모습으로 제대로 단장되는지, 추가로 건설되는 기지국들이 친환경 기준을 충족하는지, 기지국의 전자파 방출량이 안전기준을 충족하는지 등을 상시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감시단으로 활동 중인 한 주민은 “이통사들이 건물주하고만 협의해 멋대로 기지국을 설치해버리고 나면 미관이나 전자파 피해는 고스란히 이웃에 사는 주민들이 당하게 되는 게 문제이다. 주민들이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하려는 게 활동 목적”이라며 “이동통신사들이 기지국을 설치하기에 앞서 주민들에게 설명하도록 의무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기지국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이동통신 3사가 각각 2~4개의 이동통신망을 운영하는데다 기지국 철탑을 공유해 기지국마다 안테나를 수십개씩 어지럽게 달면서 흉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5G)은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써 전파의 회절성이 약한 특성 때문에 기지국이 건물 옥상 밖으로 삐죽이 고개를 내미는 형태로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미관을 더 해친다.(▶관련기사:‘이동통신 기지국’ 도시미관 해치는데…이통사들 “정부 인가 받았다”)

현재 모습

친환경 단장 이후 예상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동통신사에 전파사용료 감면 혜택까지 주면서 기지국을 친환경 모습으로 설치해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이통사들은 비용을 이유로 친환경 기지국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전파관리소가 준공검사 요청을 받은 기지국 가운데 10%만 무작위로 골라 피뢰장치와 전자파방출량 등이 기준을 충족하는지와 친환경 모양을 갖췄는지 등을 검사하고 있는 것도 허점으로 꼽힌다. 전파관리소는 최근 20%로 돼 있던 검사 대상 무작위 선정 비율을 규제완화를 이유로 10%로 낮췄다.

금천구 주민들은 아파트·빌라와 주택가 미관을 해치고 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초고속인터넷 폐 가입자 회선과 위성방송 폐 안테나 등을 해당 사업자들이 수거·정리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서비스 이용이 해지됐다는 이유로 폐 선로와 안테나를 수거하지 않아 쓰레기로 쌓이고 있다. 금천구 주민들은 이미 지역 내 빌라 한 곳을 정해 통신사들에게 폐 가입자 회선을 수거해보게 하는 방식으로 정리 전과 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실험해보기까지 했다.

시민감시단으로 활동하는 한 주민은 “통신·방송 쓰레기 문제는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요구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이 비용 문제 등을 들어 수거를 꺼려,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가입 해지 시 철거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회선을 5G 이동통신으로 대체하는 등 기술적인 해결 방안을 건의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금천구 주민들의 행동이 다른 구나 도시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통신사 팀장은 “기지국 단장과 가입자 회선 정리 모두 꽤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 전국으로 확산되면 부담이 크다. 새로운 통신망 구축 투자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사진 금천구 시민감시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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