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30 19:27
수정 : 2019.04.3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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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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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사업 뒤늦게 전환 왜
15년전부터 ‘메모리 편중’ 지적에도
핵심투자 역량 집중해오다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못 갖춰
설계자들도 국외 가거나 고사
2년전부터 투자 규모 늘려
투자금액 10년 단위로 발표
‘133조는 착시효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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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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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전환’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5년 전인 2005년부터 “메모리반도체 편중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여론에 직면했고 같은 해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 투자역량은 계속해서 메모리반도체에 집중됐고 시스템반도체는 계속 뒷전으로 밀려났다.
최형섭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과학기술사)는 “시스템반도체 1위 인텔도 80년대까지 메모리반도체를 만들었지만 두 공정이 양립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메모리를 포기했다”며 “반면 삼성전자는 추격자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었는데도 예측 가능한 반도체 수요곡선에 기대느라 결단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10년간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때마다 스마트폰 부문에서 연간 10조원대 실적을 올리고 가전도 1조원가량 양호한 성적을 보이면서 반도체 실적부진 효과를 상쇄했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 스마트폰 국제시장이 포화되고 교체시기도 길어지자 마냥 스마트폰 실적에만 기댈 수는 없게 됐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메모리 수요를 일으킨 클라우드 시장도 올해 매출 실적엔 기여하지 못했다.
오래 끌었던 ‘비메모리 전환’을 올해 시도한 건 지난해 장착한 ‘실탄’ 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5나노·7나노 공정을 실현하는 극자외선(EUV)공정 장비는 1대당 2천억원이 넘어 설비 투자 부담이 크다. 삼성전자가 연간 반도체 투자액 10조원 가운데 시스템반도체에는 2조∼3조원, 많아야 5조원 안팎으로 투자하는 데 그쳤던 이유다. 그러다 2017년과 2018년 메모리반도체에서 좋은 실적을 보이면서 반도체 투자액을 20조원까지 크게 늘렸고 시스템반도체 투자액도 덩달아 늘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삼성전자가 최투자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까지도 대부분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짓는 등 투자의 우선순위가 메모리였다”며 “제대로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에 투자한 건 최근 2년이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메모리반도체에 집중되는 동안 국내 시스템반도체 설계자는 국외로 빠져나가거나 거의 고사했다.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인 이정동 서울대 교수(산업공학)는 “메모리는 자본 기반이지만 비메모리는 창의적인 설계자의 역량이 필수적”이라며 “국내시장이 메모리 쪽으로 집중되면서 메모리 공정 쪽 인력이 많이 길러진 반면 설계자 인력은 부족했던 게 현실”이라고 했다.
투자규모가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도 투자금액을 10년 단위로 발표해 ‘착시효과’를 노렸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가 중장기 비전을 발표한 건 2009년 이건희 회장이 이명박 정부로부터 ‘원포인트’ 사면을 받고 ‘비전 2020’ 투자계획을 발표한 이래 처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비전 2030’을 전격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10년간 투자하겠다고 밝힌 133조원을 1년 단위로 쪼개면 13조원 내외인데,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10년 동안 매년 반도체에 10조∼20조원씩 투자한 것과 견주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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