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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2 16:28 수정 : 2019.05.02 17:02

최근 설계부문 강화한 삼성전자
팹리스 업계 30여곳 주력품목
“인력·아이템 겹쳐 출혈경쟁 심해”
업무협력 강화하고 파운드리도 열어야
‘상생’한다지만 대기업 결단 언제쯤

정부의 1조원대 시스템반도체 투자계획에 중소기업 팹리스(시스템반도체 설계) 업계는 ‘대기업과 동반성장 구조를 촘촘하게 만들어야 투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2일 <한겨레>가 국내 팹리스 업체들을 두루 취재한 결과, 이들은 대기업과의 인력·주요품목 경쟁을 주된 어려움으로 꼽았다. 카메라 관련 팹리스 관계자는 “대기업이 설계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인력과 아이템 모두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품목이 겹치는 팹리스들이 업종을 전환하거나 문을 닫은 적도 있다”고 했다.

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fabless)와 이를 구현하는 파운드리(foundry)사는 이론상 공생관계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설계시장에서 팹리스와 삼성전자는 경쟁 관계다. 삼성전자 시스템엘에스아이(LSI)사업부가 최근 기술집약반도체(SoC)와 전력관리칩(PMIC), 카메라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 설계부문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국내 팹리스 30여곳이 주력으로 삼은 품목이다. 한 기술집약반도체 관련 팹리스 관계자는 “팹리스가 잘 하는 게 있고 대기업이 잘 하는 게 있는데 대기업들은 성장 가능성이 보이면 자체 팀을 꾸리고 아이템 경쟁에 나선다”고 했다.

대기업의 경우 팹리스와 공동개발을 할 수도 있지만 분쟁이나 잡음을 기피하는 기업문화 탓에 뛰어난 설계자를 채용해 자체설계팀을 꾸리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의 시스템반도체 설계부문 진출·확장은 고스란히 팹리스 업계 인력난으로 이어진다. 대기업 선호현상으로 학부생 확보가 어려운 데다 어렵게 채용한 인재들도 4∼5년만에 경력을 쌓고 대기업으로 빠져나간다.

한 스마트폰 관련 팹리스 관계자는 “기껏 키워놓은 중견 인력을 대기업에서 계속 빼가는데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갓 대학 졸업한 학생들도 대기업 못 가면 재수·삼수하지 중소 팹리스에는 안 온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반도체 설계 부문을 강화하면서 설계자를 대거 충원하기 시작했고, 지난해까지 대략 1천명을 충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팹리스 업계는 국내 파운드리에 공정 개방도 적극 요청했다. 생산물량이 많은 삼성전자는 규모의 경제를 이유로 퀄컴과 인텔 등 소수 대기업 고객 위주로 주문을 받아왔다. 결국 디비(DB)하이텍과 매그나칩 반도체 등 생산물량이 적은 공장에 일을 맡기다 보니 팹리스 업체들끼리 생산 순위 경쟁을 벌이거나 긴급상황에서 발주처를 찾지 못할 때가 잦았다고 한다. 자동차 관련 팹리스 관계자는 “중국 파운드리사에 일감을 맡길 때마다 자국 팹리스에 우선순위를 줘 늘 찬밥 신세였다”며 “우리도 발주처 걱정 없이 적재적소에 생산할 수 있도록 국내 파운드리사가 공정을 적극 열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설계기술은 강소 팹리스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파운드리도 국내 팹리스가 요청한다면 언제든 열 용의가 있다”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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