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7 15:58
수정 : 2019.05.07 20:13
박재완 사외이사, 거버넌스위원회·감사위원회 위원장 맡아
MB정권 기재부 장관 출신 성대 교수 ‘독립성 논란’ 재점화
정기주총서 대신지배연구소·서스틴베스트도 사외이사 반대
‘리조트예약 ‘사위 추천서’” 장충기 메시지 명단에 들기도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삼성전자 이사회 산하 6개 위원회 가운데 거버넌스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앉았다. 박 전 장관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서 독립성과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으며 이례적으로 30%에 육박하는 반대표를 받았다.
7일 업계와 삼성전자 설명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박 전 장관을 거버넌스위원장과 감사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17년 출범시킨 거버넌스위원회와 감사위원회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경영 사항 심의 △주주 소통 강화 △회사 업무 감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사회 내부 조직이다. 박 전 장관은 임원 보수를 결정하는 보상위와 내부거래위에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의 거버넌스위원장 등 선임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는 지난 2016년부터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활동해 지난 3월 임기가 끝날 예정이었지만, 예상을 뒤집고 재선임됐다. 삼성그룹 소속 공익법인인 성균관대 교수이며 재직 시절 성과가 불분명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용역비 3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연구소와 서스틴베스트는 재선임 반대의사를 밝혔고, 정기주총에서 박 전 장관의 사외이사 재선임 찬성률은 71.4%, 감사위원 선임 안건 찬성률은 72%에 그쳤다.
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을 거쳐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고용부 장관 때 “삼성전자와 백혈병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고 공언했다. 또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차장(사장)을 ‘형님’이라 부르며, ‘리조트 예약’과 ‘사위를 위한 미국 대학 추천서’를 부탁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사들 가운데 가장 오래 사외이사 활동을 해 위원장으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재계 관계자는 “세간의 논란을 감안하고서라도 충성심 있는 인물을 앉혀 위험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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