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택시기사가 또 목숨을 끊었다. 이미 카카오 카풀 개시를 앞두고 법인 소속 2명을 포함해 택시기사 3명이 숨졌다. 어디에도 가벼운 죽음은 없다. 이번 안타까운 개인택시기사의 죽음 뒤에는 ‘타다 퇴출’이라는 외침만 남았다.
‘기사 포함 렌터카 호출’ 서비스인 타다는 모빌리티 시장에 던져진 큰 돌이었다. 친절한 기사가 운전하는 쾌적한 차는 승차거부를 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래로 7개월여 만에 타다는 1천대까지 늘어났다. 타다가 택시보다 20% 비싼데도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택시의 후진적 서비스에 시달린 이들일수록 더욱 그랬다.
택시는 타다와 경쟁이 안 된다. 택시는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요금을 받아야 하고 쾌적하고 편안한 디젤 승합차는 운행할 수 없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타다는 렌터카 사업자이기에 택시 규제를 받지 않는다. 택시기사들은 거리에서 타다를 만날 때마다 눈을 흘기고 원망한다.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고 여겨서다. 개인택시기사들은 더 그렇다. 법인택시는 웨이고와 마카롱 등 새로운 서비스로 도전하고 있지만, 수천만원짜리 면허를 사들인 개인택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마지막 보루인 면허값마저 떨어진다.
“합법적인 서비스는 불법으로 바꾸라고 떼를 쓰고 변화를 도와드리려고 해도 거부하고 어려운 길로 간다.” 지난 9일 이재웅 쏘카 대표는 개인택시를 지목하여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쏘카 자회사로 타다를 운영하는 브이씨엔씨(VCNC) 박재욱 대표도, 개인택시기사가 숨진 이튿날인 16일 페이스북에 기나긴 글을 올렸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이 같이 갈 수 있는 혁신의 길을 계속 찾겠다. 지치지 않겠다”고 했다.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타다 서비스를 응원하는 이들을 향한 ‘혁신의 다짐’이 더 깊이 느껴졌다.
박 대표가 언급한 “변화를 부정하고 거부하는 분들”은 택시기사들일 것이다. ‘우리가 가는 길이 옳은데, 왜 당신들은 이해하지 못하느냐’는 타다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자세로 어떤 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박 대표가 페이스북 글을 고민하는 동안 타다 쪽은 택시기사의 죽음을 막는 데 개인택시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죽음 앞에서 사업에 미칠 영향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변화를 이끄는’ 바람직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전통산업과 혁신산업의 조율·중재는 정부의 몫이겠지만, 혁신으로부터 도태된 이들의 주검을 넘어 ‘지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이 사회에 필요한 ‘혁신’은 아닌 듯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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