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5.21 09:04 수정 : 2019.05.21 09:04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올리버 하트(맨 왼쪽), 에릭 매스킨(가운데) 하버드대 교수 등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최대 블록체인 행사 ‘컨센서스’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세계 최대 블록체인 행사 ‘컨센서스’
지난주 뉴욕에서 개최…4500여명 모여
노벨상 경제학자들 ‘스마트계약’ 주목
전통 금융기관들 암호화폐 투자 탐색
세계 각국 규제·법률 마련 숙제 여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올리버 하트(맨 왼쪽), 에릭 매스킨(가운데) 하버드대 교수 등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최대 블록체인 행사 ‘컨센서스’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비트코인’ ‘가상화폐’가 포털 검색어 순위에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2018년 들어서면서부터 줄곧 가격이 곤두박질친 암호화폐가 5월 들어 급등했기 때문이다.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 지난 4월1일 406만원에서 5월20일 현재 960만원대까지 올랐다.

때마침 미국 뉴욕에선 세계 최대 규모의 블록체인 콘퍼런스가 열렸다. 2013년 창간한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가 매년 주최하는 ‘컨센서스’(Consensus)다. 지난 13~15일(현지시각) 힐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3일간 열린 올해 행사엔 전세계에서 4500여명이 참가했다. 뉴욕시는 이 기간을 블록체인 주간으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지원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신봉자들만 모인 게 아니었다. 법과 규제를 만들려고 하는 미 연방 하원의원들과 재무부 차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 등 당국자들, 그리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등 경제학자들까지 모여 블록체인의 미래를 함께 논의했다.

■ 경제학자가 바라본 블록체인

2009년 비트코인 탄생 후 10년이 지나는 동안 다양한 전망이 나왔다. 피투피(P2P) 형태로 개인 간 송금이 가능한 암호화폐가 은행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부터, ‘디지털 골드’의 구실을 하며 새로운 자산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과 이를 이용해 만든 암호화폐는 아직 초기 단계다. 가격 변동성이 워낙 커서 온전한 화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일부 사람들만 자산으로 취급한다.

우선, 경제학의 대가들은 현 단계 블록체인의 장단점을 짚는 데서 토론을 시작했다. 장점은 블록체인의 특성이 네트워킹과 계약 의무 이행 비용을 줄일 것이라는 부분이었다. 계약이론 정립에 기여한 공로로 201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는 “블록체인이 이론적으로는 계약 의무를 이행하는 데 용이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크라우드펀딩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고 봤다. 모두가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블록체인 환경에선 모금 현황이 공개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는 이야기다. 그는 주주의 의결권 행사 등 복잡한 기업 내 계약 등에서도 이런 특성이 장점으로 발휘될 수 있다고 했다.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에 기여한 공로로 200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도 동의했다. 그는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잠재력은 필요한 수준의 계약 정보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매를 예로 들었다. 사전에 정한 프로토콜에 따라 낙찰되기 때문에, 서로의 응찰가를 공개하지 않고도 참여자들이 낙찰 결과에 수긍할 수 있다. 조슈아 갠스 토론토대 교수도 계약을 블록체인에 올리면 계약 위반 시 법원에 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암호화폐에 대해 이들은 부정적이었다. 데이비드 여맥 뉴욕대 교수는 암호화폐가 ‘교환의 매개수단’ ‘계산단위’ ‘가치의 저장수단’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 화폐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그는 화폐의 정의를 다시 고민하게 만든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기관투자자들은 관망 중

현실적으로 블록체인이 단순히 새로 나온 기술에 머물지 않고 큰 사회적 파급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이를 활용한 암호화폐가 투자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취급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이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카카오가 만든 블록체인 회사 그라운드엑스(Ground X)의 한재선 대표는 컨센서스 발표에서 “한국인들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수용하기로 유명할 뿐 아니라, 대부분이 가상 아이템 및 가상화폐 개념에 이미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 겸 벤처캐피털인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도 “싸이월드, 한게임, 아이템베이 등을 통해 한국인들은 일찍이 디지털 자산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개념에 익숙해졌다”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미 암호화폐를 발행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출시한 곳들이 많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 앱을 탑재해 암호화폐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그라운드엑스는 자체 암호화폐 클레이(Klay)를 발행했고, 라인도 링크(Link)를 발행해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까지 했다.

암호화폐는 아직은 이른바 ‘개미’(개인 투자자)가 주도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존 금융권에서도 블록체인 기술 활용과 암호화폐 투자에 눈길을 주고 있다. 일부 금융사는 기관투자자 진입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는 암호화폐 거래소 백트(Bakkt)를 출시했고, 미국 규제당국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비트코인 선물 상품의 승인을 신청했다. 세계 5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도 올해 자회사를 통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암호화폐 수탁 및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관투자자의 약 22%는 이미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40%는 5년 안에 이 시장에 뛰어들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2월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한 미국의 대형 증권사 티디(TD)아메리트레이드의 스티븐 쿼크 부사장은 다른 금융기관들에 “일단 문을 열기만 하면 엄청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 것을 촉구했다.

물론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합류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가운데 한곳인 ‘유니언 스퀘어 벤처스’의 프레드 윌슨 공동창업자는 “현재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 시장의 기관투자자는 암호화폐펀드와 나와 같은 벤처펀드들”이라며 “금융권의 기관투자자들이 1, 2년 안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미국의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대표도 같은 견해를 낸 바 있다.

블록체인 업계는 기관투자자들이 입성하기엔 아직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본다. 윌슨은 블록체인 코어의 개발 버전이 1.0도 되지 않았고 보안, 확장성 등 향상시킬 분야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최근 해킹된 사실을 예로 들며 “자산을 맡겨도 되겠다는 신뢰가 구축되지 않는 이상 (기관이) 이 시장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과 규제 마련도 기관투자자들이 원하는 진입 요건이다. 그나마 미국은 뉴욕주가 비트라이선스를 발급하는 등 일부 제도를 갖췄지만 많은 지역은 여전히 회색지대다. 기관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면 투자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에스이시는 최근에도 2건의 이티에프 심사 결과 발표를 연기했다.

줄곧 미국 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헤스터 퍼스 에스이시 위원은 “에스이시가 암호화폐 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이유는 너무 열심히 규제를 적용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에스이시가 업계 스타트업들과 적극 교류한 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증권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하우이 테스트 등의 규제 기준이 시대에 한참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 정인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juan@coindeskkorea.com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