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2 09:00
수정 : 2019.06.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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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 엘지유플러스 AR서비스 담당이 31일 서울 서초구 엘지유플러스 스튜디오 강당에서 AR 서비스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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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VR 승부수 거는 이통3사
5G 요금제 홍보도 되지만
시장 초기 유통망 선점 목적도
이용자 늘수록 광고매력도 커져
이통3사의 ‘플랫폼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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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 엘지유플러스 AR서비스 담당이 31일 서울 서초구 엘지유플러스 스튜디오 강당에서 AR 서비스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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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렇게 제 휴대폰에 연예인 청하씨가 나타났습니다. 춤 한 번 같이 춰 볼까요?”
지난 5월3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엘지유플러스(LGU+) 증강현실(AR) 스튜디오. 김민구 에이아르서비스 담당이 앱을 열어 연예인 청하를 불러내자 3차원 영상 캐릭터가 스마트폰 카메라에 그대로 나타났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그래픽 아바타가 아니다. 수개월 전 청하가 엘지유플러스 스튜디오에 방문해 찍은 영상을 에이아르로 복구한 것이다. 연예인 섭외와 스튜디오 준비는 모두 엘지유플러스가 도맡았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연 엘지유플러스는 “미국 에이아르콘텐츠 시장 에잇아이(8i)와 독점 제휴하고 덱스터 스튜디오와 협업해 만든 작품”이라며 “이제까지 방송인 에이아르 콘텐츠 750여편을 찍었고 올해 100억원을 들여 1500편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이동통신사가 별안간 연예기획사를 하려는 걸까, 아니면 증강·가상현실(VR) 사업자가 되려는 걸까? 모두가 고개를 갸웃할 법한 상황에서 김준형 5G서비스추진그룹 상무가 ‘힌트’가 될 답을 기자들에게 내놓았다. 김 상무는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매장에 소나타 에이아르 모델을 구현하거나 티브이 광고에 브이아르 운동화를 보여주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며 “에이아르스튜디오를 원하는 고객사에게 임대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설명을 풀면 이렇다. 이동통신사가 증강·가상현실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직접적 이유는 5세대(5G) 통신망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기존 4세대 통신망(LTE)으로도 동영상이나 음악을 듣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5G 요금제를 팔려면 5G로만 구현 가능한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고화질 대용량으로 5G에서만 구현 가능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연료가 됐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에이아르와 브이아르 플랫폼 사업자로 나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큰 그림’도 가지고 있다. 이통3사에겐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유통 플랫폼이 있다. 개발사들과 협업만 잘 되면 자사 콘텐츠를 직접 팔기도 하고 고객사 요청을 받아 광고를 띄울 수도 있다. 이통사가 중점을 두는 건 후자다. 양질의 콘텐츠로 이용자를 많이 끌어들일수록 광고주에게 매력적인 플랫폼 사업자가 된다. 김 상무는 “에이아르 비즈니스모델의 골자는 프리미엄 상품 결제와 광고 시장”이라며 “이를 위해 이통 3사들이 앞다퉈 차별화된 콘텐츠를 내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현실·증강현실 유통망을 키우려는 전략은 케이티(KT)와 에스케이텔레콤(SKT)도 비슷하다. 케이티는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와 앱노리 등 국내 여러 스포츠·게임 개발사들과 손잡고 가상현실 콘텐츠 유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브라이트’라는 오프라인 가상현실 체험관도 만들었다. 유명 호텔 객실이나 백화점, 해외 명소를 브이아르 기기로 구경할 수 있도록 꾸민 공간이다. 케이티는 광고를 원하는 회사에 공간을 빌려주고 유통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옥수수’에 5GX관을 열고 연예인의 라디오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하는 듯한 가상현실 서비스를 구현하고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브이아르 라이브도 설치했다. 또 유명 가상현실 만화 ‘조의 영역’과 가상현실 애니메이션 ‘프롬 더 어스’, 엠넷 TV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브이아르 등 인기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콘텐츠는 이미 1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업계는 이통사의 과감한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한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는 “이통사들도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투자규모를 조율하고 있을 것”이라며 “자금을 쥔 대기업들 가운데 플랫폼사업자를 자처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이통사가 그 중심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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