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2 12:49
수정 : 2019.06.0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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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CES) 2016의 삼성전자 전시장 앞에서 모델들이 삼성이 개발한 초고화질 첨단 텔레비전인 에스유에이치디 티브이(SUH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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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셋톱박스에 ‘텔레칩스’ 쓰기로
SKT도 국산칩 시험…LGU+ 아직
미-중 텃밭에 국내업체 첫 진출
중소기업 동반성장 새 역사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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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CES) 2016의 삼성전자 전시장 앞에서 모델들이 삼성이 개발한 초고화질 첨단 텔레비전인 에스유에이치디 티브이(SUH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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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화질 티브이(UHD TV) 수신기(셋톱박스)를 만드는 이동통신사들이 최근 시스템 반도체 칩을 국산용으로 바꾸는 실험에 나섰다. 저전력 칩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인데, 국내 설계전문회사(팹리스)와 제조사가 동반성장하는 첫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2일 이동통신업계 쪽 말을 종합하면, 케이티(KT)는 오는 9월 새로 생산되는 초고화질 티브이 셋톱박스에 국내 팹리스 업체 ‘텔레칩스’의 멀티미디어칩을 쓰기로 했다. 방송 화면뿐만 아니라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블루레이·게임·비디오 등 다양한 영상 데이터를 처리해 티브이로 재생하는 시스템온칩(SoC)이다. 케이티는 지난 2004년부터 고화질(HD)·초고화질 티브이 셋톱박스를 만들어 왔지만 국산 칩을 탑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미국 브로드컴과 중국 하이실리콘의 칩으로만 셋톱박스를 생산해왔다. 케이티 관계자는 “국외 칩 성능이 좋지만 그만큼 발열도 심한 편이어서 고민이 됐다”며 “최근 국내 업체 역량이 많이 올라와서 저전력에 주요 기능 위주로 구현하기 적합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에스케이텔레콤(SKT)도 최근 일부 셋톱박스 생산라인에 국산 칩을 시험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최근 브로드컴이 펌웨어 업데이트를 거부하며 국내 이통사들과 여러 차례 갈등을 일으키자 국내 생산라인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일부 생산라인에 국산 칩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엘지유플러스(LGU+)는 미국 시냅틱스 칩만 사용하며 국산 칩을 쓸 계획은 아직 없다.
팹리스 업계는 국내 업체들이 이동통신사업자들의 파트너가 될 만큼 성장했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한다. 2010년대 들어 셋톱박스 사양과 품질을 높이면서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양질의 멀티미디어칩을 찾아나섰지만 미국과 중국 반도체 업체에 필적하는 국내 업체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일부 팹리스 업체들이 저전력 고품질 멀티미디어칩들을 내놓으면서 이통사들의 선택지를 넓혔다. 대기업제조사들이 자체 설계팀을 꾸리지 않고 중소팹리스의 고객으로 나선 점도 동반성장의 선례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난 10여 년 간 정부와 팹리스업계가 끊임없이 투자해 이룬 성과”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팹리스 업체들이 국내 고객사들과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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