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4 15:50
수정 : 2019.06.04 19:00
멜론 사기 혐의로 검찰수사 받자
음악계 반발·카카오 브랜드 타격
관련자 3명 여전히 현직서 업무
매출 효자노릇 멜론 손댈 수 있을까
음원스트리밍 업체 ‘멜론’이 검찰 수사망에 오르면서 카카오도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검찰수사 소식을 접한 음악계 반발이 거센데다 당시 사업을 총괄한 경영진 상당수가 카카오에 남아 있어서다. 카카오는 내부 조사에 착수한 한편 책임자를 어디까지 조치할지 고심 중이다.
(관련기사 : [단독]‘멜론’, 유령음반사 만들어 저작권료 수십억 빼돌린 의혹)
4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카카오는 최근 검찰 수사와 관련해 멜론 사업부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 관련자 인사조처에서 끝낼 수도 있지만 음악계 반발과 카카오 브랜드 가치를 고려하면 사업부 구조개편도 배제할 수 없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멜론이 매출 타격을 입을 경우 카카오 전체 실적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카카오는 당시 멜론 사업에 몸담은 핵심인사를 상대로 진상조사에 나섰다. 지난 2009년 유령음반사 엘에스(LS)뮤직이 만들어질 당시 사업을 총괄한 신원수 전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용장 전 로엔엔터테인먼트 사업총괄 부사장은 카카오를 떠났다. 그러나 당시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이제욱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현재 멜론 사업을 총괄하는 CMO(Chief Music Officer)로 활동하고 있다. 사업부 핵심에 있던 일부 실무진도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엠에 남아 근무 중이다.
멜론의 사기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거나 사업부를 재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이 범행시기로 보는 2009년부터 2011년 동안 멜론은 에스케이텔레콤(SKT) 소속 자회사였으므로 카카오와 연관될 일은 없다. 음원 다운로드 로그분석 시스템을 도입한 2013년 이후로는 조작 가능성도 낮다. 그러나 검찰 수사 소식이 이승환, 밴드 타카피 등 음악계 인사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다 멜론을 불매하겠다는 소비자들도 나오고 있어 카카오로서는 발빠른 조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론이 악화될 경우 실적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멜론의 분기 매출은 1200억원대, 연간 매출은 5000억원대로 연결기준 카카오 전체 매출(약 2조)의 25∼30%를 차지한다. 카카오의 주요 수입원인 포털 다음의 분기 광고매출(1200억)과 카카오톡 분기 광고 매출(1000억), 게임 분기 매출(1000억)에 맞먹는 수준이다.
멜론 수사에 휘말린 카카오가 예전 멜론의 주인인 에스케이텔레콤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지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이 적시한 혐의가 사실이라면 1조8700억원으로 책정된 매각대금 자체가 부풀려진 셈이어서, 카카오가 에스케이텔레콤과 어피니티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당시 경영진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벌일 수 있다.
멜론을 매각하고 별도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를 운영 중인 에스케이텔레콤(SKT)도 이번 수사로 불똥이 튀었다. 사기혐의 대상 금액이 수십억원 규모여서 에스케이텔레콤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은 적지만 모회사인 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자회사 사안인데다 매각한 후 대다수 자료가 어피니티와 카카오로 넘어가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고 사실 확인 중”이라며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어피니티와 에스케이티에 구상권 행사를 검토할 계획이고 이에 앞서 저작권자들이 입은 손실이 확인되면 선제적으로 적극 보상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카카오 멜론을 제외한 에스케이텔레콤 플로, 벅스뮤직, 지니뮤직, 네이버뮤직을 불러 음원 시스템을 파악했다. 5일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한국음원제작자협회 3개 권리신탁자단체와 만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업계와 권리신탁자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수사 결과를 반영해 정책 보완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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