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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5 18:04 수정 : 2019.06.06 00:42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연합뉴스

3GPP 9월 규격 보완해 12월 규격 내놨지만
‘세계 최초 5G폰’ 타이틀 탓 낡은 규격 고수
통신·속도·호환 모든 면에서 품질 떨어져
퀄컴은 “늦더라도 최신 버전” 한 달 차로 공급
소비자 희생양 삼아 이겨 봤자 불완전판매 불과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5세대(5G) 스마트폰’을 위해 옛 규격의 통신 칩을 사용했다가 출시 한 달 뒤에야 업데이트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강제 업데이트가 아니어서 지금도 과거 소프트웨어 사용자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통신망 불안정과 맞물려 5G 서비스 초기 불량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5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세계 최초 5G폰 상용화에 사용된 통신모뎀 칩 규격을 지난달 10~14일 새로 업데이트했다. ‘갤럭시S10 5G’ 사용자 가운데 90%는 새 규격 기반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를 받았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지난 4월 기준 삼성전자 5G 단말기가 23만대 팔렸으니 최소 2만3천명은 아직 업데이트가 안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과 12월 이동통신표준화기술협력기구(3GPP)가 두 차례 공개한 규격 가운데 9월 규격을 사용해 칩을 만들었는데, 새 규격에 비해 통신장애가 잦고 다른 통신장비와 호환성도 떨어졌었다.

삼성전자가 ‘9월 규격’을 채택한 건 지난해부터 논란거리였다. 3GPP는 사업자 편의를 위해 통신세대가 바뀔 때마다 표본규격을 만들어 공개하는데, 지난해는 9월 규격을 만든 뒤 몇 가지 문제가 발견돼 50여 항목을 수정한 뒤 12월 규격을 다시 발표했다. 시장 사업자 대다수가 최신 규격에 맞춰 재정비를 할 때 퀄컴과 통신모뎀칩 경쟁을 벌이던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9월 규격을 택했다. 5G칩과 5G폰 모두 ‘세계 최초’로 내놓기 위해서였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나중에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새 규격으로 가자’는 말들이 나왔지만 정부와 일부 사업자들이 밀어붙이면서 예전 규격을 택한 것으로 안다”며 “한 달만 늦췄어도 새 규격으로 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업데이트한 뒤 통신 품질이 개선된 게 맞다”고 했다.

실제로 두 규격 간 차이는 명확하다. 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9월 규격 칩은 12월 규격 칩보다 통신 속도가 느리고 미세한 신호를 잡을 때 민감도가 떨어진다. 12월 규격을 택한 에릭슨·노키아 통신장비와 호환할 수 있지만 같은 규격만큼 원활하진 않고 가끔 끊김도 발생한다. 5G가 보편화됐다면 소비자들이 느끼지 못했을 수준이지만, 서비스 초기엔 충분히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결국 지난 4월 ‘갤럭시S10 5G’를 산 소비자들만 140만원에 이르는 돈을 주고 낡은 규격의 칩을 써온 셈이다.

삼성전자는 “출시 후 한 달 만에 새 규격으로 교체했다”고 강조했지만 지난 2월 새 규격을 쓰기로 결정할 수 있었다. 통신장비회사들은 12월 규격이 나오자마자 이를 분석한 뒤 자신들이 적용할 항목을 추려 2월에 발표했다. 통신장비와 통신모뎀칩을 만드는 삼성전자도 선택의 기로에 섰지만 3월28일로 예정된 출시일에 맞추기 위해 최신 규격을 포기했다. 반면 퀄컴은 새 규격을 기반으로 5G칩을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5G 서비스 초기 불량은 통신망이 불안정했던 탓이 크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을 붙잡으려던 삼성전자의 조급함도 불완전판매에 기여했다. 한현배 한국공익통신협동조합 이사장은 “구형 규격을 적용해 이미 한 차례 업데이트가 예정된 폰을 시범용도 아니고 고가의 상품으로 내 놓는 건 양심이 없는 행위”라며 “소비자들에게 미리 알리고 양해를 구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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