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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7 05:00 수정 : 2019.06.07 12:01

그래픽_고윤결

지각변동 직면한 모빌리티 산업

캘리포니아 해법
‘교통네트워크사업자’ 제도 신설
승차공유 기사·차량 자격 등 규제

뉴욕시의 선택
택시 반발속에 공유차량 공급과잉
결국 우버·리프트 등 총량 제한

국내 ‘플랫폼운송사업자’ 논의
택시면허 유료로 빌려 공유사업
택시노조 “사실상 도급제” 반대

패러다임 바뀌는 ‘모빌리티’
정부가 장단기 산업전략 세우고
이해당사자와 밀착 조율 나서야

그래픽_고윤결
지난달 15일 ‘타다 퇴출’을 요구하며 개인택시 기사가 목숨을 끊은 뒤로 논란이 뜨겁다. 화두는 ‘면허’다. 타다는 물론 카풀 논란에서도 택시업계의 주장은 단순하다. ‘면허 없이, 왜 유상운송행위를 하냐’는 것이다. 택시가 면허제로 운영되는 이유는 공공성 확보 때문이다. 운수사업을 민간 부문에서 경영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면허제 등을 통해 진입을 제한함으로써 기업보다 공공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택시산업은 요금, 배기량, 연료부터 차량 외관, 차고지 확보 등에서 규제받고, 세제 혜택과 보조금 등 지원도 적지 않게 받는다.

택시는 면허제로 보호받으면서도 과속·난폭 운전, 승차 거부, 낮은 서비스 수준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왔다. 면허제의 가장 큰 이점인 수요공급 조절도 실패했다. 자가용 대중화와 대중교통망 확대로 택시의 수송분담률은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자치단체는 개인택시 면허 발급을 남발했고 정부 예산으로 감차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공급이 많으면 택시 잡기가 수월해야 하지만, 개인택시는 고령 운전자가 많고 법인택시는 사납금 채우기를 위한 승객 골라 태우기 때문에 심야시간 승차난은 여전하다.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모빌리티 업체는 이런 지점을 파고들어 새 서비스를 내놓았다. 카풀은 자가용 유상운송행위의 예외규정을, 타다는 렌터카 기사 알선 허용 예외규정을 활용한, 택시와 유사한 서비스다. 택시 종사자들은 불법 또는 편법이라고 반발했지만 소비자들은 새 서비스에 열광했다. 타다는 서비스 7개월 만에 1천대까지 늘어났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사회적 과제는 택시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소비자 편익과 공익에 부합하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기존 택시 종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대안으로 ‘운송네트워크사업자’(TNC) 제도가 주목받는다. 2013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미국에서는 우버 등 승차공유 서비스 기업에 ‘운송네트워크사업자’ 자격을 부여했다. 스마트폰 앱과 자가용을 이용해 돈을 받고 여객운송을 할 수 있게 하되 운전자와 차량에 조건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새 서비스를 제도화했으나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택시면허 가격 폭락으로 택시기사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뉴욕시는 지난해 8월 우버·리프트 등의 총량을 제한하고, 기사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운송네트워크사업자와 유사한 ‘플랫폼운송사업자’ 신설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제안을 구체화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모빌리티 업체들이 ‘진입 비용’ 차원에서 택시사업자에게 이용료를 지급하고 면허를 빌려 규제 없는 택시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하는 안이다.

이 법안은 아직 발의도 되지 않았으나 반대가 적지 않다. 민주노총 민주택시노조는 “택시면허를 양도·양수 하지 않고 임대하려는 것은 지입제·도급제를 합법화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모빌리티 업계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택시회사를 인수해 ‘마카롱택시’를 내놓은 스타트업 케이에스티(KST)모빌리티의 권오상 전략총괄이사는 “택시면허제도의 취지에 비춰 택시임대 허용은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면허를 임대하지 않아도 운송가맹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소비자 편익에 부합하는 서비스들이 나올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도 “택시면허의 총량이 유지되면서 모빌리티 사업자들이 진입하는 구조라면 이에 대한 관리는 정부가 해야지, 사업자 간 거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택시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려면 정부가 산업정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운송네트워크사업자와 같은 새로운 법적 지위의 신설은 전체 모빌리티산업의 판을 흔들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전체 모빌리티산업의 전략을 세우고 산업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지 따져봐야 하고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사전 합의와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한국엔 ‘승차공유’가 없다?

모빌리티 서비스 따져보니
‘타다’는 차량공유에 가까워
전면적 승차공유는 허용 안 돼

기사를 포함한 렌터카 실시간 호출서비스를 하는 ‘타다’를 비롯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업계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갈등은 ‘승차공유 대 택시’나 ‘공유경제 대 택시’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타다를 승차공유나 공유경제로 지칭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스마트폰과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차량 호출(Car hailing) 서비스는 2008년 창업한 ‘우버’가 효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버를 공동창업한 개릿 캠프는 당시 출시된 아이폰으로 차량을 실시간 호출하고 요금정산도 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단순히 차량을 ‘호출’하는 것으로만 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택시와 에스케이텔레콤(SKT)의 티맵택시가 ‘차량호출 서비스’에 해당한다.

현재는 우버가 ‘승차공유’(라이드 셰어링·Ride sharing), ‘공유경제’ 기업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초기 우버는 영업용 리무진을 호출하는 서비스(현재의 우버 블랙)였다. 유휴자원의 공유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공유경제’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우버가 ‘일반인들이 자가용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빈자리나 여정을 공유’하는 승차공유 서비스(우버 엑스)를 내놓은 것은 2012년 ‘리프트’가 등장하면서다. 리프트는 창업자들이 짐바브웨에서 목적지가 같은 이들이 밴을 함께 타고 가는 것(카풀)에 착안해 사업을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자가용 유상운송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승차공유가 전면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출퇴근 목적의 카풀을 허용하는 예외조항에 근거한 풀러스와 카카오 카풀, 어디고, 위풀 등의 카풀서비스가 ‘승차공유’에 해당한다.

승차공유와 차량공유(Car sharing)는 구분된다. 차량공유는 운전자 없이 차량만 공유하는 것으로, 스마트폰으로 시간 단위로 차량을 빌릴 수 있고 자유롭게 반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자가용을 구매해서 보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공유차량을 타면, 교통체증·주차난·환경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업체들은 주장한다. 국외에 이미 등장한 자가용을 공유하는 피투피(피어투피어·P2P) 모델이 한국에선 불법이다. 그래서 쏘카·그린카·딜카 등 비투시(B2C) 모델만 운영되고 있다.

타다(베이직)는 쏘카의 자회사인 브이씨엔씨(VCNC)의 플랫폼을 통해 쏘카의 11인승 카니발 렌터카에 쏘카가 알선한 운전기사를 포함해 실시간으로 호출하는 서비스다. 이 때문에 타다는 승차공유는 아니며 굳이 구분하자면 차량공유에 가깝다. 타다는 일부 기업이 업무용 차량을 보유하는 대신 타다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공유경제 기업’으로서의 의미를 부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택시도 타다처럼 ‘공유차량’에 해당한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한국 모빌리티 서비스들은 규제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공유경제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유경제’라는 이름짓기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공유를 통한 사회적 가치를 내세우지만 플랫폼 기업이 이윤을 독식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우버도 불안정한 일자리(플랫폼 노동자)의 기사를 양산한 운송사업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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