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사 제공 사이트, 구두점 패턴 이용해
‘구글이 가사 베껴서 제공하는지’ 검증했더니
“가사 100편 이상 동일한 구두점 패턴 발견”
구글 “내부 확인 중…외주기업과 거래 끊겠다”
검색엔진 서비스 진화할수록 유사문제 생길 듯
미국의 한 가사 제공 사이트가 자사의 가사와 구글의 가사 검색 결과를 비교해 본 결과 상단구두점까지 완전히 동일했다며 구글이 가사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각) 가사 제공 사이트 ‘지니어스’가 상단구두점(’)을 모스부호로 만들어서 자사 가사 서비스에 섞은 결과 구글이 똑같은 형태로 검색 결과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지니어스는 지난 2016년부터 가사에 일련의 상단구두점 패턴을 만들어 자신들만의 표식으로 삼았다(동영상). 예를 들어 가수 알레시아 카라(Alessia Cara)의 노래 ‘낫 투데이’(Not Today) 가사에 구두점을 넣을 때 미리 정한 패턴에 따라 곡선과 직선으로 나누어 표기했다. 이를 모스부호 상의 점과 선으로 해독하면 ‘RED-HANDED(현행범)’라는 문구가 완성된다. 지니어스는 구글 가사 서비스 검색 결과 구두점이 똑같이 재현된 가사를 100편 이상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니어스에게서 제공받은 리스트를 검증한 결과 3개 이상 똑같은 패턴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현재는 구글 가사내용이 수정된 상태다.
지니어스는 지난해 디자이너의 히트 곡 ‘팬더’ 가사를 제공할 때부터 문제를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여러 가사 사이트들이 가사를 잘못 표기하는 가운데 더지니어스만 디자이너에게 직접 가사를 제공받아 정확한 가사를 제공했는데, 구글이 검색결과에 똑같은 가사를 제공한 걸 발견했다는 것이다. 지니어스는 구글이 검색결과 상단에 가사 제공 사이트 링크를 추천하지 않고 직접 가사를 제공하면서 자사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지니어스가 제기한 문제를 확인하고 있다. 문제가 된 기업과 계약을 끊겠다”고 해명했다. 구글은 지난 2016년부터 캐나다 가사 제공 사이트 리릭파인드(LyricFind)와 제휴를 맺고 검색엔진에 가사를 게재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리릭파인드는 자신들이 직접 가사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네이버와 다음이 자사 음악서비스인 네이버뮤직과 멜론 가사를 이용해 문제의 소지가 적다. 그러나 포털이 지금 추세대로 상점 추천·여행·번역 등 여러 서비스를 직접 제공한다면 소유권을 두고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외주업체와 제휴할 경우 서비스 질 관리도 따로 해야 한다. 김형택 디지털리테일컨설팅그룹 대표는 “포털 화면에 들어가는 정보는 수많은 제휴업체와 공유소스가 엮인 결과물”이라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늘 있고 포털이 정보의 신뢰성을 브랜드로 삼기 때문에 필터링 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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