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그룹 지배구조 개편 예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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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기자들 만나 “논의 필요하다” 밝혀
대·소주주 모두 만족할 해법 못찾은 듯
물적·인적 분할 등 다양한 카드 만지작
반도체 하락세로 하이닉스 매력 떨어진 탓도
에스케이(SK)그룹이 예고해온 지배구조 개편이 차질을 빚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 경기가 꺾이며 지배구조 개편의 효용과 명분이 불분명해진데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규제 강화로 소요 자금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 대표이사(사장)는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민관 합동 5G+위원회’에 참석해 기자들을 만나 “중간지주사 변형이 쉽지가 않다”며 “성장회사와 스테이블 회사(이익성장이 정체된 회사) 사이의 멀티플(기업가치) 차이를 해소해야 하는데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입장과 달리 “다른 방법도 여러가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에스케이그룹은 에스케이텔레콤을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쪼개어 투자 부문을 중간지주회사로 삼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업계에선 에스케이그룹이 중·장기적으로 중간지주회사와 에스케이㈜를 합병할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 터라, 에스케이㈜의 손자회사인 에스케이하이닉스는 기업 인수합병 등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점 등이 지배구조 개편 명분으로 제시돼왔다. 박 사장은 올초까지만 해도 “연내 전환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이날 이례적으로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우선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실적 성장세가 꺾인 것을 지배구조 개편 방안 재검토의 가장 직접적 이유로 보고 있다. 최근 반도체 경기가 악화하며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줄면서 지주사 전환 명분을 갖기 어려워졌다.
대주주와 나머지 주주 간의 이해관계 충돌도 중요 변수다. 박 사장이 지난 2월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밝힌, 에스케이텔레콤을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물적분할한 뒤 사업 부문에서 이동통신사업부를 따로 떼어내어 재상장하는 방안은, 최태원 회장 등 지주사를 지배하는 총수 일가에 유리하다. 대주주 입장에선 지주사를 통해 에스케이하이닉스 등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소액주주를 비롯한 다른 주주들은 핵심 사업부를 잃는 셈이 된다. 지분율 40%에 이르는 에스케이텔레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도 불가피하다.
전환 자금 마련도 문제다. 에스케이하이닉스 지분 20%를 소유한 에스케이텔레콤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조건(상장사 20%·비상장사 40%)은 충족하지만, 향후 개정될 공정거래법(상장사 30%·비상장사 50%) 조건엔 미치지 못한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에스케이하이닉스 지분 10%를 매입하기 위해 핵심 사업부를 재상장하거나 유상증자를 하는 등 자금조달 조처를 취할 수 있으나 이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중간지주사 전환은 주주와 투자자, 전체 산업 차원에서 좋은 시그널이 있을 때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신다은 최하얀 박태우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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