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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0 04:59 수정 : 2019.07.10 11:35

[더친절한기자들] 저렴하다는 5G 요금의 진실은
이통사가 내세우는 ‘데이터당요금’ 살펴보니
엘티이보다 5G가 27∼45% 싸다는데
데이터 뭉텅이로 묶어 5만원대 ‘박리다매’
AR·VR 명목으로 저가 요금 원천 봉쇄
5G는 인프라…경제력 따라 배제 않아야

“국내 5G 요금은 데이터 단위당 요금이 엘티이(LTE) 대비 30~40% 이상 저렴하다.”

5G 요금제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에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답변입니다. ‘데이터당 요금을 따져 보면 5G가 더 싸다’고 반박한 셈인데요. 최근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해 “40%라는 수치에도 동의할 수 없고 5G 요금제가 엘티이보다 싼 것도 아니다”라고 맞섰습니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이동통신사와 정부는 5G는 어디가, 어떻게 엘티이보다 싸다고 주장하는 걸까요?

먼저 과기부가 제시한 ‘데이터 단위당 요금’은 1기가바이트당 데이터 가격을 의미합니다. 서로 다른 요금제 간 가격 차이를 비교할 때 이 개념을 씁니다. 예를 들어 엘티이 요금이 5만원에 4GB이면 1기가바이트당 가격은 1만2500원라고 볼 수 있습니다. 5G가 5만5천원에 8GB이면 1기가바이트당 6875원이 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요율이 낮을수록 데이터 단위당 요금이 싸졌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각 요금제별 데이터요율만 견주면 5G 데이터 가격은 엘티이보다 5625원 더 쌉니다. 엘티이 대비 45% 할인된 가격입니다. 참여연대는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 27% 싸졌다고 봅니다. 5만원짜리 요금제와 5만5천원짜리 엘티이 요금제를 단순 비교하는 건 현실과 맞지 않다며, 엘티이 요금제도 5만5천원으로 올려 잡고 5천원에 해당하는 데이터량을 더 얹어서 계산했습니다. 참여연대가 구한 데이터당 요금은 9400원입니다. 어쨌거나 엘티이보단 싸졌으니 소비자들에겐 희소식입니다.

그런데 5G 요금제를 펼쳐놓고 보면 싸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전체 요금 구간이 5만5천원부터 12만5천원까지 엘티이 대비 5천∼2만5천원 올라갔기 때문이죠. 엘티이 요금제에 있었던 3만원대와 4만원대 상품도 아예 사라졌습니다. 이유는 데이터량에 있습니다. 이통사들이 수익성 낮은 저가요금제를 늘리는 대신 데이터를 많이 주고 돈을 더 받기로 한 것입니다.

정부가 인가한 에스케이텔레콤 요금제를 들여다 보면 에스케이텔레콤은 5G 5만5천원 요금제 구간에서 엘티이 대비 2배인 8GB를 지급하기로 했고 7만5천원 요금제엔 엘티이 대비 1.5배인 150GB를 책정했습니다. 데이터를 많이 주는 만큼 엘티이 3만3천원(1.2GB)·4만3천원(2GB)·5만원(4GB) 요금제는 5G 5만5천원(8GB) 요금제로, 6만9천원 요금제(100GB)는 7만5천원(150GB)로 훌쩍 뛰어올랐습니다. 7만9천원 이상 고가 요금제 이용자들에겐 4천∼5천원을 할인받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저가요금제 이용자에겐 요금을 더 내는 선택지밖에 없습니다. 신고사업자인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도 ‘데이터 박리다매’를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통사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 ‘5G 전용 콘텐츠’를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정부에 ‘5G 이용약관 개정근거’ 제출자료를 통해 “5G 서비스로 VR 콘텐츠를 시청하면 5분 만에 1기가바이트를 소진한다”며 “5G의 빠른 속도와 대용량 서비스 때문에 소량 요금제는 실익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증강·가상현실을 즐기려면 최소 8기가바이트는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러나 시민사회계는 “5G 네트워크를 어디에 얼마나 쓸지는 소비자 자유”라며 업계가 소비자 선택권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봅니다. 예컨대 대용량 콘텐츠는 와이파이로 시청하고 꼭 필요한 서비스에 한해 5G 서비스를 1∼2GB씩 이용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상식적으로 그렇게 트래픽이 많이 드는 콘텐츠를 누가 데이터로 시청하겠느냐”며 “소비자들이 무선 와이파이를 쓰든 피시(PC)를 쓰든 대안을 활용할 수도 있는데 애초에 저가요금제 자체를 원천봉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5G 요금제를 비싸게 느끼는 소비자들은 엘티이를 쓰면 되지 않을까요? 일견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시장조사기관들은 현실적으로 엘티이만 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봅니다. 엘티이 중심인 한국에서 혼자 3G를 쓰기 어렵듯,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5G로 변한다면 혼자서만 엘티이를 쓰긴 어렵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5G는 가전과 자동차, 집,도시를 하나로 연결하고 원격의료를 지원하는 등 우리 생활 전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5G 네트워크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날, 5G 요금을 감당할 수 없는 계층은 사회 인프라 전체에서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5G시대만큼은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가족들처럼 통신요금 낼 돈이 없어서 윗집 와이파이를 수소문하는 풍경이 없기 바란다”며 “이통사들은 하루 빨리 저가요금제를 신설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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