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6 18:05
수정 : 2019.07.1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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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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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일 규제 대상 확대 전망
규제 수위까지 높아질까 걱정
재계 “맞대응 카드 마땅찮아”
일 자극 않고 소재확보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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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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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수출 규제에 맞서 일본 정부에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업계는 일본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순도 불화수소 등 3대 품목 재고 물량을 최대한 쓸어모아야 하는데 양국 관계 악화로 규제 수위가 더 높아질까 염려해서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수입처 다변화나 국산화’는 장기 과제여서 당장의 재고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 업계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 관련 제3국 중재위 요청 답변 시한인 18일과 일본 참의원 선거인 21일 사이에 또 한 차례 수출 규제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일본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재고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다음 규제 대상으로는 일본산 장비와 탄소섬유, 기능성 필름 등이 거론된다.
우선 반도체업계는 극도의 보안 속에 다각도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일본 말고도 대안 찾는다’는 행보를 드러냈다간 일본 정부가 더 단단히 고삐를 죌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외기업 발굴부터 우회 수입까지 내부적으론 검토 안 해 본 방안이 없다”면서도 “아직까진 일본산을 대체할 만한 공급처가 없기 때문에 일본 정부를 자극하는 행보는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고 했다. 공급처 국산화와 다변화를 모색하고는 있지만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건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대법원 선고를 앞둔 이 부회장의 ‘경제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드러낼수록 나쁠 게 없지만 일본 정부 눈치를 보느라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거론된 ‘제3국 공장을 통한 재고 우회 확보’는 사실상 일본 수입과 똑같은 허가절차를 밟아야 해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러시아산 고순도 불화수소 샘플이나 국내 기업들 샘플을 시범용으로 써보는 등 공급처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공식화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
반도체업계가 당면한 역설은 이 부회장의 5박6일 일본 출장에서도 일부 나타났다. 이 부회장은 당초 스미토모화학 등 주요 소재 제작사들을 만날 계획이었으나 대부분 방문을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압박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 소재 기업들이 한국 기업 총수를 만나기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결국 이들 기업의 주요주주인 미쓰비시유에프제이(UFJ)파이낸셜그룹 등 대형은행들을 만나 “곧 관계가 풀릴 테니 기업들에게 잘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출장을 마무리지었다. ‘이 부회장이 물량을 긴급 수혈했다’는 일부 보도는 아무 성과 없이 귀국했다고 할 수도, 구체적 행적을 섣불리 공개할 수도 없었던 삼성전자가 차선책으로 내놓은 설명이었던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일본에게서 소재를 받아오는 입장이어서 맞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며 “정면돌파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신다은 송경화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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