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8 18:10
수정 : 2019.07.2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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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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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지원 시작됐지만
대기업 불공정거래와 미비한 지원책에
‘돈만 쏟아붓고 효율 낮을까’ 중기 우려
“자금 지원보다 현장 실태 파악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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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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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나서며 예산 지원 등을 포함한 여러 반도체산업 지원책을 내놨다. 이에 업계는 “지난 10년 동안 반도체 관련 정부 예산이 계속 줄었는데 분위기가 반전되어 반갑다”면서도 “반도체업계 내 불공정거래 관행을 깨고 중소기업 지원 제도를 내실화하지 않고서는 정책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28일 지적했다.
반도체 후방산업 중소기업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전속거래를 강조하는 폐쇄적인 반도체산업 구조다.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디비(DB)하이텍 등 거대 반도체회사들이 협력사 공유하기를 꺼려 반도체 중소기업들은 복수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소기업 처지에선 수억원을 들여 연구개발을 해도 채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소재·장비 회사 3만여곳의 거래처를 보면 두 반도체 대기업을 동시에 고객으로 두는 회사가 극히 드물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최대한 고객이 많아야 살아남는데 그나마 있는 대기업들마저도 서로 경쟁하니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동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반도체업계는 400~500개 공정마다 사용하는 소재의 형태와 배합 비율이 모두 달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공동개발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공정 적용 뒤 3~6개월가량 다른 기업과 거래하지 않는 조건(배타적 권리 조항)으로 계약을 맺는다. 문제는 전속거래 유지 기간과 방법 등 민감한 계약조건을 결정하는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짧으면 1년, 길면 3년씩 전속거래 기간을 둔다는 점이다. 아예 타사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으로선 국외 시장은 물론 다른 국내 고객사마저 잃는 셈이지만 당장의 계약 성사가 중요하므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단가 조정 분쟁도 끊이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협력사와 직접 거래하는 대신 자사 계열사를 사이에 두고 거래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 과정에서 인위적 단가 조정 작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평판디스플레이(FPD) 설비 제조·판매업체인 세메스에, 에스케이하이닉스는 구매대행기업(MRO) 에스케이행복나래에 일부 협력사 선정·계약을 위탁하고 있다. 유통 마진을 내야 하는 구매대행회사가 본사 직거래와 동일한 단가를 받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실제로 두 구매대행회사는 매출 40% 이상을 각각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 에스케이하이닉스에 의존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관행은 김학수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공개한 조사 결과에도 나타난다. 김 교수가 소재·부품·장비·환경 등 반도체 중소기업 25곳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고객사의 기술가치 인정이 인색해 연구개발이 어렵다”는 곳이 52%, “고객사와의 단가 결정 구조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곳이 84%, “고객사가 국내 경쟁사를 대상으로 자사 독점거래를 요구해 고객 다변화가 어렵다”는 곳은 40%였다.
전속거래 문제를 해소할 대안은 마땅치 않다. 정부와 반도체산업협회는 중소기업들에 반도체 대기업 3곳의 공정 표본 일부를 제공해 추가 거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연 1~2회에 그칠 뿐이다. 이마저도 특정 기업과 전속거래를 약속한 중소기업들은 계약 위반 시비를 우려해 참여하지 않는다. 정부 연구개발 지원 자금은 형평성 논리 탓에 2~3년마다 지원 대상이 달라져 장기 투자를 받기 어렵다.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회장은 “대기업이 국외 기업보다 불리한 조건을 국내 기업에 적용하거나 단가를 지나치게 낮추는 관행을 유지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치밀한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산업 전반의 현황을 파악한 뒤 어느 품목을 어떻게 키울지 장기 전략을 짜는 게 자금 투입의 선결조건이라는 것이다.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와 차세대 반도체 가운데 어느 분야의 소재·장비 국산화가 우선순위인지를 놓고 벌써부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지만 정부는 ‘국산화 연구개발 활성화’ 외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공정 기술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어 세계 시장이 앞으로 어떤 부품과 소재를 쓸지도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특정 소재를 당장 국산화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보고 그에 맞는 산-학-연 분업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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