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22 19:10
수정 : 2019.08.23 15:39
애플, 에어팟 1세대로 시장 개척
처음엔 “담배꽁초·콩나물 같다” 혹평
지금은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 변화
삼성 갤럭시 버즈 가세로 판 커져
2분기 2700만대 팔려 1분기보다 54%↑
‘톤플러스’ 히트 엘지도 뛰어들 채비
무선 이어폰의 성장세가 거침이 없다. 애플 에어팟에서 시작해 삼성 갤럭시 버즈가 가세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고 스마트폰에서 유선 이어폰의 3.5㎜ 단자 구멍이 사라지고 있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를 보면, 올 2분기 무선 이어폰의 세계시장 규모는 2700만대로 올 1분기(1750만대)에 견줘 54%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1250만대에서 올 1분기 이미 40% 커진 데 이어, 올 2분기에만 1천만대가량 더 팔린 것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19년 시장 규모를 8700만대로 전망한 바 있는데 예상보다 성장세가 가팔라 “8700만대 대비 20~30%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4월 무선 이어폰의 세계시장 규모가 2021년 270억달러(32조6000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 역시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강자는 역시 애플이다. 올 2분기 애플 에어팟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3%로 ‘두 대 중 한 대’를 차지했다. 올 1분기 대비 판매 증가율은 37%였다. 점유율은 1분기(60%)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시장 자체가 커진 영향으로 증가세는 여전했다. 2위는 삼성전자였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8%대의 점유율을 유지했는데 판매량은 69% 증가한 것이었다. 애플이 지난 4월 ‘에어팟 2세대’ 제품을 출시한데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10을 출시하며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를 새로 내놓은 것이 시장 확대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 큐시와이(QCY)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제품들의 성장세도 매서웠다.
기다란 선은 물론 목걸이형 넥밴드 등 추가 기기 없는, 온전한 형태의 무선 이어폰 시장은 2016년 애플이 ‘에어팟 1세대’를 내놓으며 개척했다. 출시 당시엔 “담배꽁초나 콩나물 같다”는 혹평도 있었지만 이제는 ‘패션 아이템’이 됐다. 무선 이어폰은 아이티(IT) 제조사에 보조 액세서리를 넘어 필수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10만~20만원대로 판매가가 비교적 고가인데다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해 자사 스마트폰 판매와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최근 발표된 올 2분기 애플 실적에서 아이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지만 에어팟을 포함한 웨어러블 등 주변기기 매출은 48% 증가하며 아이폰의 부진을 일부 만회했다.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 비중은 48.3%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는데, 2012년 이후 처음이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갤럭시노트10을 내놓으며 플래그십(주력 상품)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3.5㎜ 단자 구멍을 없앤 것도 무선 이어폰 시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애플이 2016년 에어팟을 내놓으며 유선 이어폰을 꽂을 수 있는 3.5㎜ 구멍을 처음 없앴는데, 삼성전자도 3년 만에 결국 같은 길에 들어섰다. 하반기엔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시장 구도가 더욱 다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넥밴드형 블루투스 이어폰 ‘톤플러스’로 세계적 히트를 쳤던 엘지(LG)전자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엘지전자는 지난해 말 톤플러스를 담당하는 컴패니언디바이스사업부를 스마트폰의 엠시(MC)사업본부 소속에서 사운드바 등 오디오 분야를 담당하는 에이치이(HE)사업본부로 이관했다. 톤플러스 신제품과 ‘완전한’ 무선 이어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음질에 보다 힘을 쏟기 위한 조처로 해석된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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