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정공장 LCD 라인 단계적 전환
이재용, 내달 투자방안 밝힐 예정
중국산 공세에 예상된 발표 늦어져
재판·수사 의식 시기조절 분석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 탕정 공장에 13조원가량을 투자해 ‘양자점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퀀텀닷 오엘이디) 패널 생산을 시작하기로 하면서 액정표시장치(LCD) 중심 티브이(TV)·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오엘이디(OLED)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게 됐다. 저가 중국산 제품의 공세로 삼성 엘시디 패널 생산 축소가 지난해부터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이번 투자 발표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시작 즈음 이뤄져 이른바 ‘오너리스크’가 투자 발표 시점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전자업계와 정치권의 복수 관계자의 설명을 조합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10월10일께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사업장에서 정부 관계자와 이재용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3조원 투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엘시디 생산 라인을 단계적으로 퀀텀닷 오엘이디 패널 제작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엘시디 패널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엘시디 생산 라인을 상대적으로 기술 장벽이 높은 대형 오엘이디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중·소형 오엘이디만 생산해왔다. 그러나 투자 발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재판·수사를 의식해 ‘시기 조절’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엘시디 기반 큐엘이디(QLED) 티브이로 수익을 내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와 내부 의견 정리가 덜 된 영향이라는 풀이도 많았다.
이번 투자 발표는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8월29일)이 이뤄진 지 한달 보름여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애초 지난 여름께 투자 발표가 예상됐으나 대법원 판결이 계속 미뤄지면서 발표 일정도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2심과 달리 그의 회삿돈 횡령 및 이를 통한 뇌물 공여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대가성 행태였다고 판결하면서, 이제 본격화할 파기환송심에서 실형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터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 선고 3일 전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공장을 찾아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 이 부회장은 퀀텀닷 오엘이디 전환과 관련해 현장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티브이 시장은 엘시디가 99%를 차지하고 있고 이 가운데 삼성전자 점유율은 금액 기준 30%에 이른다. 삼성은 엘시디를 활용한 고가 중심의 큐엘이디 티브이 포트폴리오를 저가로 확대하는 동시에 오엘이디에 대해선 ‘퀀텀닷’ 기술을 앞세워 선두주자인 엘지 ‘올레드 티브이’와 차별화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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