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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7 15:41 수정 : 2019.11.18 10:39

황창규 KT 회장이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KT 제공

6년 만에 차기 회장 선임 앞둬
‘낙하산’ 후유증 막아낼지 주목
1차 관문에 황 회장 영입 인사들
1노조는 “KT 내부 출신” 여론전
황 회장 ‘물밀 개입’ 여부에 촉각
청와대 쪽 ‘향배’도 관전 포인트
내달 중순 최종 후보 4~7명 추려
KT 구성원들 “잘 뽑아야 이용자도 행복
국민들도 관심 갖고 지켜봐야 달라” 당부

황창규 KT 회장이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KT 제공
한 달 남짓 일정으로 케이티(KT) 차기 회장(CEO·최고경영자) 선임 ‘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다. 현직인 황창규 회장의 연임 덕택에 이 올림픽은 6년만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황 회장 쪽과 정치권 쪽의 ‘보이지 않는 손’이 어른거린다는 뒷말이 나온다. 투명하지 못한 선출 과정을 거쳐 임명된 전임 회장들이 ‘낙하산’ 꼬리표에 발목 잡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람 앞 등불’ 신세로 전락하면서 회사 경영이 마비되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케이티 회장은 ‘주요 재벌 회장 이상의 대우와 의전을 받으면서 경영을 엉터리로 해도 책임지지 않는(자신은 손해를 보지 않는)’ 자리로 꼽힌다. 누구나 탐내는 이유다. “올라가기도 어렵지만, 한번 앉으면 절대 스스로는 내려오지 않으려는 자리”라는 말도 있다. 이런 탓에 단순 참가에 의미를 두거나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으려는 목적으로 도전장을 내는 이들도 있다. 이번에는 현직 임원 7명을 포함해 총 37명이 도전했다. 전무급 이상의 고위 임원 출신과 옛 정보통신부 관료 및 국회 관련 상임위 출신 등이 대거 포함됐다. 2013년 황창규 회장 선임 때도 도전자가 40명을 훌쩍 넘었다.

17일 현재 케이티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은 이사회에 딸린 지배구조위원회가 서류 심사를 하고 있다. 최종 후보에 오를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지배구조위의 관문부터 넘어야 회장후보심사위원회가 주관하는 본선에 오를 수 있는 터라 서류 심사 단계부터 상호 견제와 각종 소문들이 돌고 있다. 케이티 안팎과 도전자들 사이에선 황 회장 쪽과 정치권 쪽의 ‘입김’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배구조위 구성부터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구성원 모두 황 회장 재임 기간 동안 영입된 인물이거나 황 회장의 측근인 탓이다.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 수석을 지낸 김대유(위원장)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고, 노무현 정부 시민사회수석 출신의 이강철, 김종구 법무법인 여명 고문변호사(전 법무부 장관),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 교수, 황 회장 비서실장 출신의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사내이사)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과 황 회장 비서실장 출신이 포함돼 있는 셈이다. 내부 사정에 밝은 새노조 간부는 “김종구·장석권 사외이사는 임기가 얼마 안 남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다. 차기 회장과 함께 일하게 될 쪽은 참여정부 출신의 김대유·이강철이다. 또한 김인회 사내이사는 황 회장의 ‘사자’ 구실을 할 수밖에 없고, 실무를 맡고 있는 위원회 사무국 직원들도 황 회장의 지휘를 받는 케이티 직원이다. 그림이 이상하지 않냐”고 말했다.

케이티 내부의 지형도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복수의 케이티 임직원 말을 종합하면, 황 회장은 최근 2년 동안 ‘임원 퇴출’ 인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로 수많은 자영업자에게 큰 피해를 주면서 회사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고, 상품권을 현금화해 임원 이름으로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준 불법행위 등이 드러났지만, 책임자인 고위 임원들 대다수가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케이티 내부에선 대부분 황 회장의 ‘측근’이거나 검찰·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황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황 회장이 고위 임원 인사를 미룬 게 아니냐라는 분석이 나온다. 케이티 고위 임원들 사이에선 “현직 임원이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케이티의 한 관계자는 “차기 회장에 도전한 현직 임원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전직이나 외부 인사가 오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와 여당 쪽의 이른바 ‘친문’ 실세들의 개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회장 선임 때 반복적으로 나타난 ‘권력’ 개입의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케이티 임직원은 물론 도전장을 낸 후보자 일부에서도 이런 ‘추측’이 나온다. 한 도전자는 “도전자 쪽이 정치권을 끌어들여 배경으로 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다만, (민간 기업 인사에 개입하는 걸 꺼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로 볼 때 (이전 정부 때와 달리) 실세들이 소리나지 않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이미 청와대랑 얘기 끝냈다고 떠들고 다니는 도전자도 있다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회장 후보군 윤곽은 지배구조위 심사와 회장후보심사위 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달 중순 쯤 드러날 전망이다. 현직 1~2명, 전직 2~3명, 외부 1~2명 등 4~7명을 가량을 추려 최종 후보를 가릴 것이란 예상이 많다. 현직·전직·외부 그룹을 고루 안배해 반발과 논란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케이티 안팎과 도전자들 사이에선 최종 후보에 구체적인 인물까지 거론된 ‘예상 후보군 리스트’까지 돌고 있다. 특히 도전자 중 현직 인사들은 황창규 회장 쪽 ‘후광’을 입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케이티 내부와 정치권 실세와의 대학 동문의 지원을 받는 도전자나 케이티 1노조의 암묵적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인물도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출처를 알기 힘든 ‘예상 그림’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뜻이다. 황 회장과 고위 임원들은 이미 여러 건의 고발을 받아 검찰·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내사 중인 건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경찰의 케이티 수사 결과, 황 회장의 사법처리 여부, 낙하산 논란이 커졌을 때의 청와대 쪽 반응 등에 따라 판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셈이다. 포스코처럼, 이사회가 책임감을 느껴 도덕적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식으로 정치권을 배경으로 삼거나 사법처리 가능성이 있는 도전자를 전격 배제하는 등의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후순위가 최종 후보로 전격 결정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케이티를 퇴직한 전직 고위 임원은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로 통신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피해를 봤다. 케이티 경영진이 통신의 공공·공익성을 무시하고 수익성만 추구하는 경영을 하다가 일으킨 인재다. 케이티는 옛 체신부서 민영화돼 통신관로 등 주요 자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케이티 차기 회장 역시 수익성에 집착해 통신의 공공·공익성을 외면하고 4차 산업혁명 주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아현국사 화재 같은 사고가 또 터질 수밖에 없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 대한 기여 등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케이티 차기 회장이 투명한 절차를 통해 능력 있는 인사가 뽑혀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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