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5 18:06
수정 : 2019.12.05 22:17
지배구조위, 통신·경영 전문성 맞춰 심사기준 정비
‘원칙’에 충실…정치권 배경 도전자들은 탈락 예상
8~10명 선정해 10일쯤 회장후보심사위 올릴 듯
현직은 구현모·이동면·박윤영, 외부는 노준형 등
전직은 최두환·김태호·임헌문·표현명·이상훈 등 꼽혀
전문성·CEO 경험·법적 리스크 가능성 등이 가를 듯
한달 남짓 케이티(KT) 차기 회장 후보 선출 절차가 진행된 가운데 유력 후보군에 이른바 ‘낙하산’ 인사들은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을 진행중인 케이티(KT) 이사회 산하 지배구조위원회가 통신·경영에 대한 전문성을 잣대로 8~9명을 선정해 다음 주 초쯤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 올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채 전 회장과 황창규 회장은 임기 내내 낙하산 지적에 시달렸고, 정권 교체 뒤에는 퇴진 압박을 받는 빌미가 되면서 회사 경영이 마비되기도 했다.
5일 <한겨레>가 케이티 이사회 사정에 밝은 전현직 임원, 차기 회장 후보 도전자들을 상대로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케이티 지배구조위는 통신·경영에 전문성에 무게를 두고 회장후보심사위에 올릴 명단을 추리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8~10명을 선정해 다음주 초쯤 다음 단계인 회장후보심사위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권 실세를 배경으로 삼거나 낙하산으로 알려진 도전자 가운데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은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첫 관문 격인 서류심사 및 평판조사 일정이 끝나가도록 과거 정부와 달리 정권 쪽에서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는데다 문의 전화조차 받지 않는 게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에는 이사 추천권이 없어져 이전처럼 중간에 새 도전자를 끼워넣는 게 불가능하다. 케이티 전직 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한 사외이사가 여권 인사에게 의중을 물었다가 타박을 당한 뒤 이사회의 명예를 걸고 원칙대로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정치권 관계자는 “케이티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통화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괜스레 맞장구를 쳤다가 녹음이라도 되면 어쩌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지배구조위는 도전자 37명을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해 1차로 20명 안팎을 추렸고, 이들을 대상으로 추가로 벌인 평판조사 결과를 합산해 8~10명으로 대상을 좁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배구조위는 회장후보심사위에 올릴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후에는 회장후보심사위가 2~3명으로 좁히고, 이사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후보를 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케이티 관계자는 “회장후보심사위에 5명을 올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탈락자들의 반발로 소음이 커질 수 있다. 8~10명 정도가 올려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케이티 안팎에선, 현직 중에서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본부장(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부문장(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 전직 중에선 최두환 전 포스코ICT 사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임헌문 전 케이티 매스총괄 사장, 표현명 롯데렌탈 사장, 이상훈 전 전자통신연구원장, 외부 인사로는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회장후보심사위에 올려질 가능성이 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케이티 시이오 선임 절차에 밝은 전현직 임원들은 후보군 각각에 대한 관전 포인트를 묻는 <한겨레> 질문에 구현모 사장은 황창규 회장 비서실장 출신이고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법적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박윤영 부문장은 부사장급이라는 점이 우선 지적했다. 최두환 전 사장은 나이가 많은 반면 정보통신기술업체 최고경영자(CEO) 경험이 풍부하고, 임헌문 전 사장은 황창규 회장과 관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황 회장 후계자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최고경영자 경험이 없으며, 김태호 전 사장은 강성 노조가 있는 공기업을 잘 이끌었고 정치권의 해임 요구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 등이 각각 명암으로 거론됐다. 표현명 사장은 이석채 전 회장 때 승승장구했고 롯데렌터카를 크게 성장시킨 것, 이상훈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전자통신연구원장을 지내 아직 관련업체 취업 때 정부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점, 노준형 전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 고려 대상으로 꼽혔다.
차기 회장 후보자군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하는 회장후보심사위와 최종 후보를 정하는 이사회에 황창규 회장이 참석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 회장은 그동안 차기 회장 후보 선임에 간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정하는 이사회 참석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케이티의 한 임원은 “차기 회장에겐 낙하산 꼬리표도 문제지만 ‘황창규 후계자’ 꼬리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황 회장을 포함해 사내이사 3명은 참석 안하는 게 모양새가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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