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7 20:55
수정 : 2020.01.0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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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아이티(IT)·가전 전시회 ‘시이에스’(CES)의 최대 관심사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이다. 개막일에 하루 앞선 6일 시이에스 기조연설을 맡은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자사가 만든 로봇 ‘볼리’와 함께 등장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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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현장서 엿본 ‘로봇의 진화’]
베일 벗은 삼성전자의 새 로봇
뜻밖에 사람 형태 아닌 공 모양
반려견이 바닥에 과자를 쏟으면
카메라로 인지, 청소기 가동시켜
엘지는 똑똑해진 로봇청소기 선봬
“구석이나 가구틈 끼면 못나왔지만
이젠 스스로 학습, 같은 실수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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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아이티(IT)·가전 전시회 ‘시이에스’(CES)의 최대 관심사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이다. 개막일에 하루 앞선 6일 시이에스 기조연설을 맡은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자사가 만든 로봇 ‘볼리’와 함께 등장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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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시작된 세계 최대 아이티(IT)·가전 전시회인 ‘시이에스’(CES·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주인공은 기술 환경 변화와 발전에 따라 그 주인공이 계속 바뀌어왔다. 60~70년대는 라디오가, 80년대 이후에는 텔레비전(TV)과 휴대전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00년대 들어선 애플의 아이폰 등장으로 스마트폰과 그 유사품인 태블릿피시(PC)에 관심이 쏟아졌다. 이후 로봇이 시이에스의 중심에 섰다. 이젠 로봇의 진화를 이야기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시이에스 2020’ 개막 전날인 6일(현지시각)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건 삼성전자의 새 로봇 ‘볼리’(Ballie)였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새 로봇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콘셉트와 형태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날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이 시이에스 기조연설을 통해 공개한 것은 뜻밖에도 ‘공’이었다. 사람 얼굴을 그려 넣거나 팔다리를 갖춘 형태로 만드는 로봇업계 흐름에서 벗어나 있었다.
야구공만한 크기의 구형 로봇 ‘볼리’는 “헤이, 볼리!”라는 사용자의 부름에 굴러와 반응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집을 비운 사이 애완견이 바닥에 과자를 쏟으면 카메라 등을 통해 이를 스스로 인지해 주위 로봇청소기를 가동시킨다. 화분에 물을 줄 때가 되면 알려주고, 사용자가 이를 이행하면 ‘해야 할 일’(To Do List)에서 제외해준다. 김 사장은 “볼리는 개인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간 중심의 혁신’이라는 자사 로봇 연구 방향을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 무대에 선 ‘볼리’는 마치 애완견처럼 김 사장을 졸졸 따라다녔고 김 사장은 “굿 보이”라고 칭찬했다. 주인공은 연설자 김 사장이 아닌 볼리로 봐도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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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드는 기능을 갖춘 엘지(LG)전자의 클로이 셰프봇.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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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로봇에 자주 적용되는 디자인 테마다. 거부감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번 시이에스에서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푸두테크(Pudu Tech)는 식당에서 상용화하고 있는 음식 배달 로봇에 귀여운 고양이 얼굴 형상을 입힌 ‘벨라봇’을 선보였다. 로봇 몸통은 4개 층의 쟁반으로 이뤄져 직관적으로 효용성에 초점을 맞췄는데, 얼굴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고객이 쟁반 위 음식을 가져간 뒤 귀를 만져주면 얼굴 디스플레이에 웃는 고양이 표정이 드러나며 반응한다. 이처럼 인간과의 소통은 로봇에게 주요한 과제다.
최신 로봇 대부분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구동되다 보니 인공지능과 로봇, 나아가 가전 산업의 경계선은 옅어지고 있다. 엘지(LG)전자가 이번 시이에스에서 내놓은 로봇청소기는 가구 배치 등 집 안의 환경을 학습해 오류를 줄여나가는 게 특징이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로봇청소기 사용에서 가장 불편한 점이 구석이나 가구 틈새에 낀 채 빠져나오지 않는 것인데 이 로봇은 스스로 학습해 같은 장소에서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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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젬스’(GEMS). 증강현실(AR) 안경을 쓰고 개인 가상 트레이너한테서 지도를 받는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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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최종 목적은 결국 인간을 더 잘 돕는 것이다. 시이에스는 매년 참여 기업 가운데 ‘혁신상’을 수여하는데 많은 로봇 가운데 대만 아이티아르아이(ITRI·Industrial Technology Reserch Institute)가 만든 ‘페콜라’가 상을 탔다. 이 로봇은 전적으로 노인의 삶을 돕기 위해 설계됐다. 노인의 일상과 신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평소와 다른 행동을 감지하고 결국 위험을 예방한다. 비디오 기반의 낙상 감지 기술로 노인이 넘어졌을 때 보호자가 영상으로 이를 확인하게 하는 식이다. 대만의 산업기술연구기관인 아이티아르아이는 이번에 혁신상 2개를 수상해 주목을 받았다.
라스베이거스/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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