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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3 19:28 수정 : 2005.02.13 19:28

서울시 ‘자기비판적’ 보고서
빠른 사업 시행·가시적 성과 급급탓

“빠른 사업의 시행과 가시적 결과를 1차적 목표로 삼는 한 뉴타운은 재개발 사업의 변종에 불과하다.”

이명박 시장 들어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강·남북 균형발전 사업인 뉴타운에 대해 최근 서울시가 통렬한 자기비판을 한 책을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내용은 서울시가 최근 펴낸 〈뉴타운 만들기 과정의 기록-왕십리 뉴타운〉에 나와 있다.

자문 엠에이(MA·뉴타운 사업 관리와 디자인 조정을 위탁받은 건축가)로 왕십리 뉴타운 계획에 참여했던 이상헌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책에서 “서울시는 왕십리 뉴타운에서 절차와 과정보다는 효율성과 결과에 더 집착했다”며 “지속가능한 도시개발과 정비를 위해 민간에 맡기는 쉬운 방식보다 행정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지만, 서울시는 가시적 성과 때문에 기존의 재개발 조직과 관행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책은 애초에 공공성이 중시된 뉴타운 개발이 재개발의 변종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자세히 기록했다. 2003년 1월 엠에이들은 왕십리를 현장 답사한 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전면철거 뒤 재개발’ 방식이 아닌 ‘수복형 재개발’을 제안했다. 조선시대 형성된 길과 도시조직이 남아 있는 역사·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소단위 별로 자생적이고 점진적인 개발을 유도하고 전략 지역만을 선정해 전면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수차례 자문회의와 주민 간담회를 거쳤지만 △개발이익을 기대하며 전면철거 재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재개발추진위 △가시적 성과를 내길 원하는 서울시에 의해 수복형 재개발은 좌절되고, 그해 10월 개발기본계획이 발표됐다.

정기용 총괄 엠에이는 “아무도 기존의 도시를 서서히 변모시키는 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며 “결과적으로 ‘전면철거 뒤 재개발’이라는 무지막지한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엠에이들이 개입할 여지는 없어 보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책은 애초 공영·민영 혼합개발 방식을 계획했지만, 뉴타운 발표 뒤 땅값이 3배 이상 폭등해 공영개발이 불가능해졌고, 용적률 또한 재개발추진위와의 협의 과정에서 최고 220%까지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서울시가 주민들을 장기간 설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교수는 “‘주민 참여’는 개발이익을 올리려는 재개발추진위원회의 활동이 전부였다”며 “뉴타운이 제대로 되기 위해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자발적인 주민조직이 필요하고, 서울시가 이를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1차 시범지구로 지정해 지난해 11월 착공한 왕십리 뉴타운은 2010년께 완공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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