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부양 위한 규제 완화책 잇달아
금융권, 틈새 개척 등 새 사업 채비 분주
부동산 금융시장이 일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 올해도 아파트 분양 등 부동산시장의 전반적 침체가 계속되면서 건설자금 공급원인 부동산 금융시장 역시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투자의 방법과 대상을 확대하고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잇단 부동산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며 금융권이 부동산투자의 선봉에 나설 것을 유혹하고 있다. 한마디로 위험과 기회가 뚜렷하게 공존하는 상황인 것이다. 분명 어려운 시기지만 또 다른 기회의 장이 열렸다고 보고 미래를 대비해 공격적 투자에 들어간 금융권의 모습을 이 들여다봤다.
지난해 부동산 금융과 관련한 수많은 제도 변화가 있었다. 우선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부동산투자가 규제됐던 은행, 보험, 자산운용사, 종합금융회사 등이 부동산펀드 설립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새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은 개인이 간접투자기구의 간접투자증권 100억원 이상을 매입하는 경우와 법인이 50억원 이상을 매입하는 경우 및 투자자가 30인 미만인 경우에 사모부동산간접투자기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공모형 투자기구에 비해 규제를 덜 받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모로 조성된 부동산간접투자기구는 부동산 재매각 제한 금지, 나대지 개발 전 재매각 금지 및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자산총액 제한 등 규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런 장점 때문에 사모부동산간접투자기구는 자금의 성향에 따라 위험률이 높은 사업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법인세 감면, 일반리츠 설립 쉬워져
새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은 일반리츠 설립을 훨씬 쉽도록 한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과 맞물려 업계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개정 부동산투자회사법은 많은 기대 속에 출범한 일반리츠가 법인세 면제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제도 시행 후 설립 실적이 미진하자 건설교통부가 내놓은 대안이다. 개정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르면 부동산투자회사(리츠)는 대도시와 신도시 중심 상권의 건축물에 회사 전체 자산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다. 이 법이 예정대로 올해 4월부터 시행되면 부동산 금융 활성화에 나름대로 기여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이 법은 또 설립 최저자본금 인하(500억원→250억원), 현물출자 허용 등 파격적 내용을 담고 있으며 명목회사형 리츠의 허용으로 법인세 등에서 감세 및 절세 혜택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일반리츠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500억원으로 돼 있는 현행 리츠 설립 최저자본금을 인하함으로써 중소형 부동산도 투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고 미국 내 리츠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현물출자도 설립시 총 자본금의 50% 이내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박영철 한인상호신용금고 사장은 “현물출자 허용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물건(투자 대상 부동산)을 제때 수급할 수 있고 그동안 회사 설립시 부담으로 작용했던 현금 구비액이 줄어듦으로써 틈새시장이었던 중소 규모 부동산 금융도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새 법인세법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갖춘 프로젝트파이낸싱회사(PFV)에 대해서는 법인세 부과를 면제한다. 일정 요건이란 금융기관이 5% 이상 출자할 것, 자본금 50억원 이상일 것, 존립기간 2년 이상인 한시적 PFV일 것 등이다. 또 PFV가 배당 가능 금액의 90% 이상을 배당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이는 곧 개발사업을 위해 한시적 PFV를 설립하고 투자자 모집을 통해 개발사업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신탁업법도 개정되면서 토지신탁사업에 대한 금전신탁이 가능해지고 후분양형 토지신탁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금전신탁을 허용한 것은 부동산신탁사가 기존 금융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올해는 이처럼 새로운 제도들이 본격 시행됨으로써 부동산 금융시장이 새로운 환경에 접하게 되는 원년이다. 경기도 내 건설금융 전문업체인 용신건설산업금고 박홍구 사장은 “줄어든 규제와 훨씬 많은 기회 제공이 새로운 부동산 금융제도의 핵심”이라며 “부동산시장이 여전히 얼어 있다는 것만 빼면 금융권으로서는 기존 업무 외에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신탁사, “뉴마켓 우리가 주도”
부동산 금융과 관련한 여러 주체들 중 가장 덩치가 큰 부동산신탁사들의 역할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구나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신탁사들은 신규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건설공사 수주액이 전년(87조원) 대비 1.4% 감소한 86조원 수준으로 나타나고 아파트 분양시장 등도 침체를 거듭하고 있어 영업은 분명 위축되겠지만 새로운 법률의 등장이 몇 년 후를 대비해서든 아니면 타사와의 경쟁에서 뒤질 수 없어서이든 신규 사업 진출 경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KB부동산신탁 이우정 사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탁업계는 오히려 이 틈바구니 속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야 하고 실제로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출범한 다올부동산신탁의 시장 진입으로 6강 체제로 재편된 부동산신탁업계는 실제로 올해를 도약의 해로 삼고 후분양제에 대비한 신상품 개발, 사업성 분석팀 강화, 리츠 신설, 신탁 영업 및 수주 전략 모색 등으로 분주하다. 우선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신탁시장 규모가 커졌고 또 신탁사들간 경쟁 강화로, 새로운 또 다양한 기법들이 등장하는 등 질적으로도 진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부동산투자회사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도입 등으로 인해 부동산투자 패턴이 기존의 직접 투자 위주에서 간접 투자 위주로 변화하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유동자금을 부동산투자로 유도할 기회가 만들어졌다. 신탁제도가 법제화됐다는 것도 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후분양제 도입을 규정한 ‘건축물분양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신탁사의 분양보증을 받으면 상업용 부동산의 선분양이 가능해진다. 이는 투자자 및 수분양자(분양받는 사람) 보호와 시장 투명성 확보 측면에서 신탁사의 역할과 목소리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KB부동산신탁의 경우 올해를 제2 창립의 해로 선포하고 올 흑자 목표를 최소 100억원 이상으로 잡아 사업성 분석을 시스템화하는 위험관리 시스템도 보강했다. 지난해 회사 모두 17건의 부실자산을 처분하거나 충당금으로 적립해 회사 유동성을 강화했다. 회사측은 “일련의 개혁 조치들이 관리감독기구 등 외부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올해는 회사의 사업 기회가 배가될 것이라는 전망을 기초로 실제 사업 수행능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신탁은 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회사 인지도와 코아루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개발신탁사업의 신규 수탁시 10여명으로 구성된 수탁소위원회, 토지신탁심의위원회, 상임위원회의 단계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등 리스크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기업구조조정 리츠 상품인 CR리츠 ‘K1’에 이어 올해 K2, K3를 출시할 예정이다.
생보부동산신탁은 상업용 부동산 후분양제에 맞춰 출시한 ‘환불조건부 부동산 신탁 상품’의 홍보를 위해 외환은행과 제휴를 체결하고 금융기관, 시행사, 시공사 등 고객을 찾아다니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은 올 초 조직을 기존 4본부 12팀 1실에서 4본부 15팀 1실로 확대 개편하고 신규 시장 개척 및 영업수익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순이익 50억원을 달성하는 등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두었으며 자산유동화관리회사(AMC) 인가도 받았다. 후발주자인 다올부동산신탁은 지난해 30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1조5천억원 이상의 사업 물량을 확보하고 전문 인력의 지속 확보로 공격 경영을 계속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지난해 건설부동산업계가 모두 어려웠지만 신탁업계는 업체별로 20억~50억원대 순이익을 달성했다”며 “새 환경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조금은 공격적인 전략들을 펼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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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사 최대 경쟁자는 은행
비록 부동산신탁사들이 지난해 좋은 실적을 올렸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까지 계약액의 1% 수준이었던 부동산 신탁수수료는 최근 0.75~0.8%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자체 경쟁 강화와 시장 악화에 따른 사고사업장 증가 등으로 수익구조는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며 “더구나 은행권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시 자금관리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면서 신탁사들의 자금관리 수수료 수입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선호하는 최근 부동산 금융시장의 동향과도 관련이 깊다. 건설사나 시행사의 금융 조달방법이 과거에는 부동산투자신탁이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옮겨가고 있다. 2002년 1조2천억원이었던 부동산투자신탁은 2003년 9천억원, 지난해 3천억원 규모로 줄었고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은 2001년 2조3478억원, 2002년 5조9595억원, 2003년 6조8천억원(추정) 등으로 증가했다. 은행들이 수익성이 좋다는 프로젝트파이낸싱에 치중하면서 부동산시장 흐름도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바뀌었고 생명보험사, 저축은행, 신용금고 등도 PF투자를 늘리게 됐다. 저금리 추세가 계속되면서 금융권에 프로젝트파이낸싱이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보장한다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금융의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중도금 집단 대출과 계약금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상가 중도금 대출은 저축은행들이 총 분양금의 30~40%선까지 대출하는 것으로 제1 금융권에서는 잘 손대지 않는 부분이다. 또 토지 매입 단계부터 인허가 과정에서 저축은행이 계약금을 미리 대출해 주는 계약금 대출은 이후 사업 인허가가 떨어지면 은행에 다시 리파이낸싱해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역시 기존 은행들은 기피하는 방식이다. 한솔저축은행의 경우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모두 2천억원 정도의 부동산 대출을 했고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증권사나 캐피털사의 부동산 채권 담보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과 연계해 대출하는 방법도 확대되고 있다. 캐피털사들이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저축은행과 연계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 경매시 필요 자금을 대출해 주는 경락자금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최호철 일산상호저축은행 차장은 “저축은행들이 틈새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이유는 부동산시장 자체가 신상품 개발에 한계가 있어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이 뛰어들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저축은행 특성에 맞도록 토착 금융과 부동산 금융을 적절히 조화시킨 틈새상품을 찾는 데 업계가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 투자 활성화, 증권사도 속속 진출
연기금 등의 부동산투자도 활성화된다. 기획예산처는 올해 모두 37개 사업성 기금을 장기 공공임대주택 건설 지원 등 경기 활성화 지원에 지난해보다 7.4% 늘린 25조3천억원을 운용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서울 테헤란로의 대형 빌딩들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리츠투자에도 나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부동산펀드가 결합된 상품도 등장했다. 산은자산운용이 지난해 말부터 선보인 ‘산은플러스특별자산투자신탁’은 4건의 아파트 개발사업에 대한 대출 채권을 조합해 만기가 서로 다른 8개의 특별자산간접투자기구로 구조화한 상품이다.
증권사들도 부동산 금융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시장 진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부동산 금융팀을 출범시킨 동원증권은 지난해 모두 30여건의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성공시켰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0월 메리츠증권 출신 부동산 금융 전문가를 영입해 부동산 금융본부를 신설했다. 회사측은 “사업 안정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투자 규모도 큰 민관합동형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위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 엑스포 컨벤션사업에 주주로 참여한 바 있는 대우증권은 SK건설이 짓는 부산 오륙도 SK뷰 아파트 건설사업에 500억원 규모의 부동산펀드를 조성해 이를 지원했다. 대한토지신탁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금융시장을 대부분 금융주체들에게 허용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이 예상된다”며 “투자 장벽이 허물어진 상황에서 업계는 고도화된 전략과 상품을 개발해 전체 부동산 금융시장의 진화도 담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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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의 중심, 후분양제 현재 선분양제도에서 주택사업자는 사업 돌입 전 수요자로부터 계약금 및 중도금 형태로 대금을 받아 주택을 건설하고 완성된 주택을 수요자에게 넘긴다. 금융권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 명목으로 일부 자금을 조달하지만 토지 구입비, 건설비 일부에 그친다. %%990003%%
하지만 후분양제가 실시되면 모든 사업주체들이 돈 없이는 사업하기가 어렵다. 특히 현재 주택 건설비용의 80%를 수요자의 계약금 중도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 주택산업구조에서 후분양제의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주택건설자금을 주택사업자 스스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자의 신용도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후분양제하의 주택 금융체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금융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사업자 간 지분투자로 프로젝트회사를 만드는 등의 방법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제한적으로 공급받던 건설자금을 아예 사업비용 전체를 금융기관이 대는 방식이다. 다음이 개발업자와 투자자가 지분투자를 통해 프로젝트회사를 만들어 금융기관으로부터 건설자금을 대출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건설업계는 프로젝트회사를 유한책임 파트너십 형태로 설립할 수 있도록 해 건설업자가 자기자본에 대해 유한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법으로 자본을 조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금융의 주요 제도변화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 : SOC 등에 투자하는 SPV가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면 법인세 감면: 투자자 모집을 통한 개발사업 추진 가능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 : SPV형 리츠 도입, 설립자본금 축소(500억원→250억원), 설립시 자본금 50% 이내 현물출자:리츠 활성화를 통한 AMC업무 본격 추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 회사형 부동산투자신탁 허용:투신사와의 연계사업 추진 가능 건축물분양에관한법률 제정 : 3천㎡ 이상 건축물의 경우 신탁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선분양 가능:상업용 건축물에 대한 관리신탁 및 대리사무 영업 활성화 :
신탁업법 개정: 토지신탁사업에 대한 금전신탁 허용:금전신탁업무 및 후분양형 토지신탁 추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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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종길 기자 jerry@economy21.co.kr
사진 = 이주노 기자 jooroad @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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