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확인…매수유입”
“1·2분기 실적 지켜봐야”전망 엇갈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12일 새벽(한국시각)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국내 정보기술(IT)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14일 삼성전자를 비롯해 이번달에 줄줄이 예정돼 있는 대형 아이티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아이티주의 향방은 실적 발표를 거치면서 향후 전망에 대한 가닥이 잡혀야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 효과’ 없었다
인텔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96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10% 늘어난 것이고, 미 증시 분석가들의 예상치 94억2천만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소폭 하락한 21억2천만달러였다. 또 인텔은 올 총 투자규모를 지난해 38억달러보다 많은 49~53억달러로 제시해 아이티산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비쳤다. 인텔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2.5% 상승해 이런 좋은 성적표에 화답했다. 인텔이 전체 아이티 경기를 반영하지는 않지만 업계 1위라는 상징성, 향후 아이티 경기 전망에 대한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국내 기술주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주리라는 예상이 개장 전에 흘러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전기전자업종지수는 12.87이나 빠졌고 삼성전자는 간신히 보합으로 마감했다. 전날 디스플레이경기 바닥론에 힘입어 오름세를 탔던 엘지필립스엘시디와 삼성에스디아이는 각각 1.56%, 3.3%씩 하락했고 하이닉스도 2.48% 내림세였다. 엘지전자만 상승세를 유지했다. 다른 아시아 증시도 한국 증시와 비슷했다. 대만의 난야, 파워칩, 프로모스 등 주요 기술주들이 모두 하락세였고, 일본 기술주들도 소폭 상승과 하락이 뒤섞여 혼조세였다. ■ 실적 발표가 관건
이번달에는 14일 삼성전자, 24일 엘지필립스엘시디, 25일 삼성에스디아이, 26일 엘지전자 등 주요 아이티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구희진 엘지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기 때문에 인텔의 실적 발표만으로는 투자 심리를 호전시키기 쉽지 않다”며 “일단 실적을 확인해야 투자자들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2조원대 아래로 떨어져 바닥을 칠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컨센서스다. 엘지필립스엘시디도 전년동기 대비 100% 가까운 실적 하락이 예상되고 있으며 엘지전자, 하이닉스 등도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각 기업들이 어떤 사업계획과 전망을 내놓느냐다. 김장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미 실적이 안좋다는 것은 다 알려져 있는 상태여서 시장이 큰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가 향후 전망에 대해 얼마나 자신있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느냐”라고 말했다. 인텔이 올해 반도체 경기 하락 전망에도 투자 계획을 확대 발표한 것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적 발표 뒤 주가의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바닥을 확인한 만큼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과 올해 1, 2분기 실적의 가닥이 잡힐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 나뉘고 있다. 구희진 연구원은 “엘시디(LCD) 경기가 1분기에 바닥을 칠 것이라는 점, 휴대폰 경기가 통상 1분기에 좋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의 실적은 앞으로 계속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1분기 실적이 확인되면 매수에 들어가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장열 연구원은 “엘시디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객관적 지표가 없다”며 “1, 2분기 실적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후식 동원증권 연구원은 “객관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이 싸긴 싼데, 투자자들은 실적이 더 깨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엘시디 가격이 의미있는 반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2분기를 매수 타이밍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