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뉴스분석 왜?
공매도,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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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자사 신약 ‘올무티닙’에 대한 임상연구 부작용 사망 사례 등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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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매도는 사악한가. 한미약품 사태로 공매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악재성 정보를 미리 안 일부 세력이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로 큰돈을 벌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비난의 과녁이 틀린 건 아닐까. 미리 정보를 알거나 건네준 행위, 정확한 정보를 제때 알리지 않은 기업에 책임을 엄중히 묻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공매도 자체는 정상적인 주식 투자의 한 방식일 뿐이다.
공매도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신성장 산업의 대표 사업군인 의약 분야의 성장 종목인 한미약품에서 사고가 터졌다. 지난달 30일 과거 한 다국적 제약사와 맺은 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대형 악재를 한미약품이 공시를 하기도 전에 큰 폭의 주가 하락이 있었고, 그 배경에 대량 공매도가 있었던 탓이다. 악재성 정보를 미리 안 어떤 세력이 공매도로 이득을 챙겼고, 이 정보를 몰랐던 소액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다는 의혹이다.
검찰과 금융위원회 등 증권범죄 조사 당국은 한미약품의 공시 지연과 공시 전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주식 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 한미약품 임직원이나 대주주의 관여 가능성도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중이다. 그러나 당국도 공매도 자체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제도 자체의 존폐를 따질 이유도 없고 이렇다 할 만한 흠결도 뚜렷하지 않다고 보는 편이다.
공매도가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2013년 셀트리온 사태가 있다. 셀트리온 역시 바이오 분야의 대표 성장주로, 시가총액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는 코스닥 대장주이다. 사소한 루머에도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종목은 아니라는 뜻이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상징으로 분류되며 정부 고위 관리나 정치인들이 자주 입에 올리거나 현장 방문지로 찾으며 유명세도 크다.
셀트리온 사태의 반전 드라마
셀트리온 사태는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이라고까지 불렸다. 회사 쪽이 이런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냈다.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허위 소문을 퍼뜨렸고, 회사 쪽은 자사주 취득 등 직접 회사 금고문까지 열어 주식을 사들이며 소액주주를 위해 주가 방어를 했다는 게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이다. 이런 주장은 이 기업의 최고경영자인 서정진 회장이 직접 언론 인터뷰에 다수 출연하고 금융당국 인사를 만나가면서 더욱 확대 강화시켰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쏜 화살을 맞은 건 공매도 세력이 아닌 셀트리온 경영진이었다. 공매도 거래는 주식시장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거래이며, 오히려 셀트리온 쪽의 자사주 취득을 위한 주가 방어 행위가 시세조종 혐의에 해당한다는 게 조사 결과의 큰 줄기였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 전후로 셀트리온 쪽의 분식회계 의혹이 확산되고 있던 터라 여론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는 공매도 세력이 아닌 셀트리온 쪽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럼에도 셀트리온 사태는 부당한 방식으로 주가를 떨어뜨려 돈을 벌려는 음험한 공매도 세력이 존재한다는 잔상을 남겼다.
2008년에는 정부가 공매도 거래 자체를 금지한 일도 있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 보호 신청을 계기로 불거진 금융위기가 계기였다. 미국에서 불어온 거대한 회오리바람에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리고, 이 과정에서 공매도에 따른 과도한 주가 하락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위원회는 그해 10월1일 전격적으로 공매도 거래 금지 조처를 내렸다. 당시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소액 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 주장과 청원이 줄을 이었다. 언론 매체에서도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확대에 따라 과도한 주가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공매도 거래로 번 돈을 국외로 빼면서 원-달러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쏟아냈다. 이런 여론과 금융당국의 금지 조처도 공매도를 비정상적인 거래나 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불편한 존재라는 인상을 갖게 하는 데 영향을 줬다. 공매도는 과연 주식시장의 적인가?
과연 공매도란 무엇인가. 공매도는 주식 거래 경험이 없거나, 있더라도 전문적인 투자자가 아니라면 익숙하지 않은 주식 거래 형태다. 그러나 원리는 단순하다. 일반적인 주식 매매 거래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할 때 매수하고,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할 때 파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익은 매수가격보다 매도가격이 더 비쌀 때, 즉 주가가 오를 때 발생한다. 공매도는 이와 정반대다. 공매도는 주가가 오를 때 손해를 보고 내릴 때 이익을 보는 거래다. 일반적 주식 매수 거래가 주가가 상승하는 방향에 돈을 거는 투자(롱포지션)라면,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하는 방향에 돈을 거는 투자(쇼트포지션)라는 점만 다르다.
공매도 금지하는 나라 16곳뿐
단순한 원리에도 불구하고 일반 주식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거래 방식이 다소 복잡하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다른 사람이나 기관이 보유한 주식을 빌려서 거래가 이뤄진다. 단순화하면 이렇다. 투자자 ㄱ이 ㄴ에게서 1000원짜리 주식 1주를 빌려 3일 뒤에 되돌려준다고 가정해보자. 3일 뒤 이 주식의 가격이 500원이 되면 투자자 ㄱ은 500원의 시세 차익을, 주식을 빌려준 ㄴ은 500원의 손실을 입는다.
공매도를 좀 더 세분화하면 대주거래와 대차거래로 구분할 수 있다. 대차거래 시장은 주로 금융회사나 연기금 등이 주도하고, 대주거래 시장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할 뿐 그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주식을 빌려주는 주체가 대차거래는 연기금 등 기관이고 중개인이 예탁결제원이라면, 대주거래는 증권사가 주식을 직접 빌려준다는 데 차이가 있다. 또 대주거래 시장은 참여한 개인투자자가 적고, 주식을 빌려줘야 하는 증권사가 자체 보유한 주식의 종목 수가 적다는 점에서 대차거래 시장보다 그 규모가 매우 작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요컨대 큰 틀에서 공매도는 일반적인 주식 매수 행위와 돈을 거는 방향이 다를 뿐이다. 주가란 언제나 오르거나 내리기 마련인 상황에서 주식 거래를 오르는 것만 전제를 해서 투자를 하도록 제한한다면 그 자체가 매우 어색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공매도 거래는 매우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갑자기 등장한 신종 투자 기법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의 경우 공매도 거래가 시작된 것은 1969년이다. 돈을 빌려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신용융자제도가 허용될 때 함께 공매도 거래가 허용됐다. 다만 당시 허용된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을 빌려주는 주체는 금융투자회사로 한정됐다. 오늘날의 기관 중심의 대차거래가 허용된 것은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다.
한미약품 사태로 공매도 다시 논란
셀트리온은 ‘공매도와의 전쟁’ 주장
리먼사태 당시 일시적 금지 했으나
정상적인 주식거래 형태의 하나
다른 사람 보유한 주식 빌려 거래
주가 오르면 손해보는 게 특징
개인투자자들은 불만 많겠으나
정보 투명성 등 기업 책임이 중요
정부는 2008년 10월1일 금지한 공매도 거래를 8개월 뒤인 2009년 6월1일 비금융주부터 다시 허용한다. 금융위기 직후 급격한 시장 불안이 어느 정도 가셨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당국이 공매도 거래는 급격한 시장 불안기에는 그 불안을 부추기는 데 영향을 주지만, 공매도 자체는 주식시장에서 허용되어야 하는 주식 거래 형태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양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관찰된다. 금융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금융위기 기간에 한국과 비슷한 조처를 취했다. 우리나라의 금융위원회와 비슷한 구실을 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08년 7월 미국의 대표 모기지 회사인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에 대한 공매도를 부분 금지(*일반적 공매도는 허용하되 무차입 공매도만 금지함. 무차입 공매도는 일반 공매도와 달리 주식을 되돌려주기로 한 기일을 뜻하는 결제일까지 주식을 빌리기로 약속만 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가리킴)하는 조처를 취한다. 비우량담보대출(서브프라임) 부실이 확대되면서 불거진 불안이 두 모기지 회사의 주가 하락으로 나타나던 와중에 급격히 증가한 공매도가 이런 불안을 더욱 부추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당국은 그 이후 공매도 금지 종목 범위를 점차 확대하다가 그해 10월8일 공매도 금지 조처를 해제한다.
여기서 보듯 한국은 물론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공매도를 정상적인 거래로 본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주식시장을 갖고 있는 나라 65곳 중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16곳에 그쳤다. 금지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중국·짐바브웨·요르단 등 자본시장 개방 수준이 낮은 나라들이다. 더구나 공매도를 허용을 하다가 금지한 경우는 없었다. 금융위기와 같은 급격한 시장 불안 때 제한적으로 공매도 규제를 취하는 경우 역시 보편적이었다. 미국과 한국 당국이 공매도 거래에 취한 입장과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공매도 논란은 ‘남의 다리 긁기’
이런 시각과 달리 공매도에 대한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먼저 공매도 투자를 하는 쪽과 일반 거래를 하는 쪽이 원하는 바가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공매도 금지까지 주장하는 쪽은 공매도 투자자가 아니라 공매도를 하지 않는 개인투자자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 거래를 하는 쪽은 주가가 오르는 쪽 뉴스를 반긴다. 반면 공매도 투자를 하는 쪽은 드러나지 않은 기업의 부실이나 위험과 관련한 뉴스를 원한다. 주식 보유자로선 보유 주식 기업에 대한 부정적 소문이 시장에 돌면 공매도 투자자들이 의도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고 받아들이기 쉬운 입장인 셈이다.
두번째는 공매도 투자자들 대부분이 기관이고, 특히 외국인 투자자라는 점도 소액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부정적 인식을 갖는 한 배경이다. 개미투자자들보다 더 많은 정보와 자금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단기 시세 차익을 얻고자 거짓된 소문을 퍼뜨리고 공매도로 돈을 번다는 것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과정을 겪으면서 여전히 국내 주식시장에 남아 있는 반외자 정서도 이런 불만을 강화시키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한 간부는 “공매도가 사악한 거래라는 주장들이 주로 어디에서 나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만 말했다.
그럼에도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을 단순히 거래 손실에 실망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개인투자자만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논란의 바탕에는 시장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이 여전히 존재하며, 기업 경영진의 개인적 혹은 해당 기업의 이익에 따라 당연히 시장에 알려야 할 정보를 알리지 않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흘리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사태 역시 악재성 정보를 회사 쪽이 뒤늦게 공시한 게 공매도 논란을 부르는 계기였다.
이런 점에서 공매도 논란은 ‘남의 다리 긁기’라고 할 수도 있다. 과녁이 잘못됐다는 점이다. 공매도 그 자체보다 공정하고 정확한 정보 유통이 안 되는 시장 현실과 이런 현실을 악용해 (공매도이든 아니든) 이득을 취하거나 손실을 안기는 투자자나 기업 행태,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하지 못하는 제도와 당국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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