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05 16:52
수정 : 2016.12.05 21:58
달러 다시 강세로…아시아 증시는 하락세
유럽증시는 하락 출발뒤 상승반전 등 혼조세
8일 ECB 은행채매입 등 양적완화 발표 기대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부결되고 마테오 렌치 총리가 사퇴를 선언한 여파로 유럽발 은행부실 우려가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나타냈다.
5일 코스피지수는 0.37% 내린 1963.36에 장을 마쳤다.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1% 안팎 하락했다. 유로화 가치는 이날 오전 한때 1.5% 급락해 20여개월 만에 가장 낮은 유로당 1.050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어 열린 독일(DAX)과 프랑스(CAC40) 등 유럽 증시는 하락 출발했으나, 곧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혼조세를 나타냈다. 이탈리아(FTSE MIB) 지수 역시 2% 하락 출발하다 상승 반전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에스앤피(S&P)가 국민투표 부결이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게 시장의 불안을 누그러뜨린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일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은행채 매입과 같은 특단의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이탈리아 은행권의 부실여신은 전체 대출의 18%(2015년 기준)로 유럽 국가들 가운데 사이프러스(44.9%)와 그리스(34.7%) 다음으로 높다. 유럽연합(EU) 은행권 부실여신의 평균 비율은 5.6%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국민투표가 부결될 경우 최대 8개의 이탈리아 은행이 파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8개 은행에는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몬테 파스키(BMPS)가 포함돼 있다. 1472년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 은행은 지난 7월 유럽금융감독청이 실시한 대형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파산 가능성이 가장 큰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탈리아의 부실 은행들이 연쇄 도산할 경우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국가의 금융권으로 위험이 전염될 수 있다. 또 이탈리아와 금융거래 노출 비중이 높은 프랑스(44%)와 독일(13%)에도 부담이 된다. 일각에선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 야당(오성운동)이 유럽연합 탈퇴를 내세우는 점을 들어 유럽의 시스템 위기를 우려한다. 하지만 유럽연합을 탈퇴하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한데다 이탈리아 국민의 70%가량이 잔류를 희망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8일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적극적인 대응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28일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부결될 경우 국채 매입을 늘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양적완화(QE) 연장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이탈리아 사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트럼프 당선과 달리, 사전 여론조사에서 부결 가능성을 일부 점쳤던 터라 시장이 충격을 미리 흡수한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에는 단기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의 양적완화 역시 유로화 약세 요인으로,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키워 국내 증시에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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