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06 17:14
수정 : 2017.02.06 20:56
장기 국채 대량 매도로 한때 금리 급등
아베노믹스 통화완화 한계 공격 나섰나
일은이 대규모 매수로 응전해 일단 진정
아베노믹스의 중심축인 일본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시장의 공격을 받아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3일 일본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급등해 일본은행(BOJ)이 무제한으로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진정시키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0.113%로 개장했던 일본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오전 10시께 0.153%까지 수직 상승했다. 국채 금리 급등은 채권값 급락을 뜻한다. 다급해진 일은은 점심 휴장 중에 5~10년물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제야 금리는 제자리로 돌아가 0.10%로 장을 마쳤다. 이날 일은이 사들인 국채 액수는 7239억엔에 이르러 주간 평균 매수액(1조5000억엔)의 절반에 육박했다.
다만 일은이 무제한으로 사들인 국채의 금리가 0.11%로 지정돼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10년만기 국채의 목표 금리인 -0.1~+0.1% 구간을 벗어나는 것으로 사실상 금리 인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조작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금리 상승은 엔화 강세의 한 요인이다.
이날 일은의 채권매수 계획 발표(오전 10시10분)를 10분 앞두고 금리가 급등한 점에 비춰 이른바 ‘채권시장 자경단’이 등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시장 자경단은 대규모 재정적자 위험, 물가 상승, 통화정책 변경 등으로 금리 상승 가능성이 있을 때 국채를 대량 매도하는 투자 세력을 말한다. 일은이 완화적 통화정책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오는데다 트럼프 행정부도 엔화 약세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국내외 환경이 급변하자, 채권시장 자경단이 공격적 채권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유럽재정위기 당시에도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이들의 표적이 돼 금리가 급등한 사례가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채권 자경단은 시장에서 금리를 상승시켜 재정적자나 인플레이션 조짐에 경고를 보낸다”며 “이번 사태는 일본 중앙은행이 시장에 허를 찔려 양적완화가 중단된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