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09 17:07
수정 : 2017.02.14 16:53
증권주와 은행주. 둘 다 금융주에 속하지만, 주가를 움직이는 힘은 다르다.
먼저 증권주. 두 달 동안 18% 올랐다. 종합주가지수의 네 배에 해당하는 상승률이다. 실적만 보면 증권주가 오를 이유가 없다. 4분기 성적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거래대금을 고려하면 올해 1분기도 비슷한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주가가 상승했다. 낮은 가격 덕분인데, 지난해 11월에 증권주 주가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하락했다. 금융회사가 부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걸 고려하면 장기 보유 관점에서 매수하기 좋은 상태였다. 낮은 가격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자 상승에 탄력이 붙었다. 투자자들이 주가가 낮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했기 때문이다. 가격이 상승 동력인 만큼 앞으로 주가도 가격에 대한 평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일부 증권주의 경우 두 달 사이에 주가가 50% 가까이 상승해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을 거로 전망된다.
은행주도 시작은 증권주와 비슷했지만 중간에 내용이 바뀌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낮은 가격을 기반으로 주가가 올랐지만, 올해 들어서는 실적으로 상승 동력이 변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익이 급증한 게 원인이었는데, 동력이 바뀌자 과거 실적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지난 3년간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지 못해 실적 대비 저평가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 바꿔놓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예대마진이 확대돼 이익이 늘어날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으로 시장은 증권주같이 저가 메리트에 의해 주가가 한번 오른 주식들의 향배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화학, 철강, 건설, 조선이 거기에 속하는데, 지난해에 주가가 상승한 뒤 지금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낮은 가격이란 메리트가 사라진 공간을 채울 만한 요인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반도체 주식은 가격이 너무 높아 일반 투자자가 매매하기 힘든 주식이 됐다. 현재 이익 규모가 커 앞으로 실적이 조금 더 늘어나더라도 이목을 끌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중소형주는 시장의 중심이 되기에 규모가 작고, 관심도도 떨어진다. 침체 국면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상승 동력이 약해져 당장 어떤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 결국 종합주가지수가 오르기 위해서는 낮은 가격을 기반으로 한번 올랐던 종목들이 다시 상승해야 한다. 아직은 순환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상태로는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 상승 지속 기간이 짧고, 업종별로 등락이 빈번히 엇갈려 연속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증권주를 마지막으로 가격이 싼 주식이 없어졌다. 그만큼 종목 선택이 힘들어졌다는 의미가 되는데, 가격 메리트에 이익 증가가 뒷받침되는 종목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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