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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20 17:59 수정 : 2018.12.20 21:42

그래픽_김지야

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그래픽_김지야

삼성전자가 액면가를 100원으로 낮추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쉽게 200만원을 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가가 자기 가치를 찾아가기 때문에 액면분할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지만 단기는 사정이 다르다. 주가가 올라갈 때는 상승 속도를 높이고 반대로 떨어질 때는 하락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액면분할로 보유 주식이 늘어나면서 나오지 않아도 될 매도물량이 나오기 때문이다. 평소에 접해보지 않았던 가격이 되는 것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투자자에게 4만 원대 삼성전자 주가는 생소한 숫자다. 이전에 참고할 만한 가격대가 없다 보니 주가 변동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7월에 디(D)램 시장가격이 고정가격 밑으로 내려왔다. 반도체 경기가 호황에 들어간 201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고정가격은 물건을 파는 쪽과 사는 쪽의 개별 협상에 의해 정해지지만 시장가격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시장가격이 하락하고 시간이 지나면 고정가격이 따라 내려오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 상황은 이미 시작됐다. 10월부터 고정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시장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고 있는 만큼 좀 더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시장에서는 반도체 2개사의 4분기 이익이 20조원에 미달할 걸로 전망하고 있다. 3분기에 비해 2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1990년 이후 반도체는 다섯 번의 경기 둔화를 경험했다.1996년~1998년, 2000년 말~2001년, 2007년~2008년, 2011년~2012년, 2015년~2016년 초가 그 기간에 해당한다. 둔화 형태는 2000년까지와 그 이후가 달랐다. 앞의 두 번은 반도체 가격 하락과 이익 둔화가 상당히 컸다. 하락이 시작되고 3~4개월 후에 주가가 고점 대비 절반 밑으로 떨어질 정도였다. 반면 2001년 이후 둔화는 부드럽게 진행됐다. 2015년 같은 경우 불황에도 불구하고 투자액이 변하지 않을 정도로 경기 둔화가 약했다. 반도체 공급자가 줄면서 가격 통제가 가능해진 덕분이다.

지금은 반도체 경기 둔화 초기다. 업황이 한번 나빠지면 최소 1년 이상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정가격과 시장가격이 역전된 7월을 경기 둔화의 시작으로 볼 경우 지금은 경기 둔화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 밑으로 내려왔지만 바닥에 도달했다고 보기 힘들다.

다행히 이번 경기 둔화는 비교적 조용히 진행될 것 같다. 경기 호황기 때 반도체 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아 불황 때에 하락할 여력이 작기 때문이다. 이미 주가가 그런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10개월 넘게 떨어졌지만 하락률이 30%밖에 되지 않는다. 추가 하락 역시 그 폭이 크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내년 상반기에 반전을 기대해본다.

이종우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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