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4 18:13
수정 : 2019.01.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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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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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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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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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미국 주식시장이 저점을 향해 내려가고 있을 때 투자자들이 제일 무서워했던 게 무엇일까?
아마 ‘시장이 2000년 아이티(IT)버블 때처럼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였을 것이다.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2000년은 미국 경제가 120개월에 걸친 장기 확장을 끝낸 직후다. 지금도 확장 기간이 115개월을 넘는다. 오랜 경기 확장이 끝나면서 주가가 하락했던 사례를 걱정했던 것이다. 하락을 이끈 주체도 비슷하다. 2000년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크게 하락한 것처럼 이번에도 인터넷과 아이티 기업의 하락이 컸다.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애플, 아마존조차도 하락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였다. 2000년이나 지금이나 금리 인상이 하락의 직접 원인이 된 것도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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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결과는 좀 달랐다. 2000년에는 하락이 빠르고 강하게 진행됐다. 3월11일 5048까지 올랐던 나스닥 지수가 한 달 만에 34.3%나 떨어질 정도였다. 이후에도 주가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채 연말에 2500까지 밀렸다. 이번에도 주가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석 달 사이에 20% 정도 떨어지는 데 그쳤고 1월 들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2000년보다 밀어 내리는 힘이 약해 시장이 쉽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연초에 시작된 주가 상승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덜어줬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주가 움직임이 2000년과 달라 시장이 버블 붕괴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주가가 반등을 끝내고 다시 하락하더라도 폭락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를 보는 시장의 시각도 달라졌다. 지난해 4분기에 금리 인상을 핑계로 주가가 하락했다. 올 초에는 그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주가가 다시 반등했다.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올리기 힘든 상황임을 고려할 때 지난 넉 달간 하락-상승을 통해 금리의 역할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다른 변수의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단기적으로 기업 이익이, 중장기적으로는 경기 동향이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둘 다 상황이 좋지 않다. 삼성전자가 30% 가까운 이익 감소를 발표했다. 다른 기업도 상황이 비슷해 올 상반기까지 이익이 주가를 끌고 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비슷하다. 에스앤피(S&P)500기업의 올해 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7.8%로 낮아졌다. 지난해 9월 전망치는 10.1% 증가였다. 지난해 순이익 증가율 22%보다 크게 둔화한 수치다. 나스닥은 더하다. 3분기 이후에나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가가 반등에 성공했지만 갈 길이 여전히 멀다. 반등이 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상황이 좋아져야 하는데 지금 경기나 기업실적을 감안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사고팔고를 반복해야 할 것 같은데 피곤한 일이다.
이종우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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