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8 18:14
수정 : 2019.02.28 18:17
|
그래픽_고영숙
|
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
그래픽_고영숙
|
올해 우리 경제를 전망할 때 제일 큰 걱정거리는 반도체였다. 경기가 꺾인 게 분명한데, 수출이나 기업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경제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시점부터 반도체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지금은 저점 대비 30% 넘게 상승했다. 같은 시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보다 배 이상 높다. 모양만 보면 자동차 업종에 대한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것과 비슷하다.
외국인이 반도체 주가 상승을 이끈 주역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외국인은 전체 순매수의 90%에 해당하는 3조6000억원을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쏟아부었다. 외국인이 반도체 주식을 사들인 건 비슷한 시간에 나스닥이 강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유사종목으로 반도체가 꼽혔고 때마침 주가도 낮아 많은 매수가 들어올 수 있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 삼성전자 비중이 늘어난 영향도 일부 있었다.
수급을 빼고 나면 주가에 유리한 부분을 찾기 힘들다. 기업 실적이 특히 좋지 않은데 삼성전자,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51조원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8월 해당 수치가 88조였으니까 불과 여섯달 사이에 이익 전망이 42%나 줄어든 셈이 된다. 업황 둔화도 계속되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7.1% 줄었다. 디램(Dram) 가격은 개당 2.35달러로 일주일 사이에 4.5% 하락했다. 주가와 달리 불리한 상황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
자료 : 한국거래소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
자동차업종을 참고하면 앞으로 반도체 주가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 주가가 9만3000원을 바닥으로 강하게 상승해 한 달 반 만에 13만원이 됐다. 최근까지 추가 상승을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고 이후 반락해 12만원까지 밀렸다. 투자자들이 추가 상승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매도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반도체도 비슷한 모양이 될 수 있다. 여러 차례 시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가 4만7000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추가 상승이 어렵다고 판단해 매도로 돌아설 경우 그동안 잠잠했던 기업 실적과 경기 둔화가 다시 하락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주가 상승 기간이 아니다. 지난해 말까지 하락한 데 따른 반등이 진행되고 있는 상항이다. 반등인 만큼 주가가 오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시장뿐만 아니라 종목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난 한 달 동안 상승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최고치의 80% 수준까지 올라왔다. 반도체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반도체에 대해 온통 비관적인 전망밖에 없었고 지금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주식 칼럼니스트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