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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2 18:43 수정 : 2008.10.15 16:07



1. 보수의 새 거점-기독교복음주의
2. 3개 축-헤리티지재단, 러시 림보, 폭스뉴스
3. 보수주의 운동 발전사
4. 네오콘-눈 뜨고 꿈꾸는 자들
5. 진보의 부활은 가능한가

지난해 11월 그 어느 때보다 전세계 관심이 많이 집중된 가운데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는 공화당의 재집권으로 끝났으나, 극명하게 드러난 미국 사회의 보수화 경향은 새로운 과제를 남겼다. 1950년대 진보의 흐름에 대항해 모습을 드러낸 미국의 현대 보수주의는 로널드 레이건 시대를 거쳐 21세기 조지 부시 대통령 시대에 와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앞으로 20~30년간 민주당의 재집권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사회의 보수화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그것은 근본적 변화인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가. 오른쪽으로 가는 미국을 5차례에 걸쳐 점검해본다.

자체 미디어로‘우파이념’ 저인망 전파

록키산맥의 한 정점인 파익스피크를 마주하고 있는 콜로라도주의 아름다운 전원도시 콜로라도스프링스. 이 작은 도시의 끝자락 언덕배기에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4개 동의 깔끔한 건물들이 서 있다. 미국내 최대 복음주의 단체 중 하나인 ‘포커스 온더 패밀리’의 본부다. 지난해 미국을 뜨겁게 달군 동성결혼과 낙태, 줄기세포 연구 등 사회 쟁점에서 보수적 가치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여기서 태동해 미 전역으로 뻗어나갔다. 지난해 11월2일 대선에서 이라크나 경제 문제를 제치고 ‘도덕적 가치’가 유권자 선택기준 첫 손에 꼽힌 데엔 이들의 역할이 크다.

“우리의 핵심 가치는 결혼과 가족이다. 우리는 일부일처제 결혼제도를 지지하고 가족의 가치를 옹호한다. 점점 더 많은 미국 시민들이 이런 가치에 눈을 뜨고 있다.” 이 단체 국제사업 책임자인 켄 래인은 ‘포커스 온더 패밀리’의 활동목표를 이렇게 두 단어로 압축해 설명했다.

이 단체가 자신의 이념을 전파하는 활동은 놀라울 정도로 방대하고 역동적이다. 1300명이 일하는 이곳 본부는 자체 출판 시설은 물론, 라디오 스튜디오까지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미 전역의 가정에 배달되는 인쇄물만 매달 400만통에 달한다. ‘배달본부’라고 불리는 3층짜리 건물의 출판 시설에선 매달 12종의 잡지 230만부가 인쇄된다. 또 150명의 상담원이 매일 1만5천통의 전화상담에 응하고 있다. 여기서 제작되는 토크쇼는 미 전역의 200개 지역방송국을 통해 매주 750만명의 라디오 청취자에 전달된다.

성탄절이 갓 지난 지난달 27일, 한겨울인데도 이곳엔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이 눈에 띄었다. 홍보담당자 그웬 스타인은 “매년 25만명이 이곳을 찾는다.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온다”고 말했다. 2층짜리 방문객센터의 지하엔 어린이 라디오 스튜디오를 비롯해, 웬만한 놀이공원을 방불케 하는 현대식 어린이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 건물 1층 극장에서 방문객들에게 보여주는, 설립자 제임스 도브슨 박사의 노력을 담은 15분짜리 소개영화는 의미심장하다. 로널드 레이건과 아버지 조지 부시, 그리고 부시 현 대통령 등 세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도브슨 박사와 함께 이 영화에 모습을 드러낸다. 레이건과 부시는 가족의 가치 수호를 위해 싸우는 ‘포커스 온더 패밀리’에 찬사를 보낸다. 공화당과 복음주의 단체와의 정서적 유대의 끈은 이렇게 연결돼 있다.

%%990002%% 본부건물인 ‘행정빌딩’ 1층 로비 벽엔 미국과 전세계에 뻗어있는 지부, 라디오 방송국들의 모습을 담은 커다란 지도가 나란히 걸려 있다. 동북부의 대도시는 물론 저 남부의 시골도시까지 방송국의 불이 켜지지 않은 곳이 없다. 폴 허트릭 부총재는 “진보세력이 미디어와 영화, 대학 등 핵심 사회기반들을 장악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실제 미국사회 밑바닥을 움직이는 힘은 이런 복음주의 단체들에서 나오는 듯했다.

‘가족지상주의’내건‘포커스 온더 패밀리’
잡지 230만부 발행…750만명에 라디오방송
정치단체 결성 선거마다 영향력 확대 시도

복음주의 단체의 힘은 지난해 대선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포커스 온더 패밀리’의 인사들은 내심 이런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듯했다. 캔 래인은 “오랫동안 잠자던 미국의 복음주의자들이 깨어나고 있다. ‘도덕적 가치’가 그들을 깨웠다. 지난 대선에서 ‘레드스테이트’(공화당 승리지역)와 ‘블루스테이트’(민주당 승리지역)의 지도가 이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복음주의 단체의 영역은 이제 대선에만 머물지 않는다. ‘포커스 온더 패밀리’는 지난해 정치활동단체인 ‘포커스 온더 패밀리 액션’을 발족했다. 세금감면을 받는 ‘포커스 온더 패밀리’는 공식적으로 정치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을 보름가량 앞둔 10월15일 ‘패밀리 액션’은 워싱턴에서 10만여명이 참가한 ‘결혼 수호집회’를 열었다. 여기서 제임스 도브슨 박사는 “11월(선거일)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판결을 뒤집을 순 없지만 상원을 바꿀 수는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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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 국내 이슈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대선을 앞둔 어수선한 와중에 미 상원은 갑자기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한 상원 관계자는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인권법안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민주당 상원지도자인 톰 대슐 의원(사우스다코타)실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 지역구에 복음주의자가 3만명이다. 이들의 표를 얻으려면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사정했다”고 전했다. 톰 대슐은 결국 낙선했다.

한때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는 듯했던 복음주의는 지난 10년간 정치적·종교적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리 에드워즈 박사는 “1973년 연방대법원의 낙태 합헌 판결이 복음주의 운동을 활성화하는 정치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의 재선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거대한 보수주의 흐름 밑바닥엔 바로 복음주의의 부활이 자리잡고 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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