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07 11:19
수정 : 2018.09.0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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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성주골프장 터에 배치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의 모습. 성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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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워드 신간 ‘공포’서 일화 소개
취임 직후 미국 예산 투입에 격노
“끔찍한 합의…미 포틀랜드에 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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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성주골프장 터에 배치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의 모습. 성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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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못마땅해 했고, 미국 예산이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은 뒤 미 본토에 전환 배치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공개되는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부편집인의 저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봄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이 한국 성주에 배치한 사드의 ‘전략적 유용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허버트 맥마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NSC)에게 ‘한국이 사드 비용을 냈냐’고 물었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미국이 실질적으로 비용을 부담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화를 내며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그날 오후 다시 대통령을 찾아가 “그것은 우리에게 아주 좋은 합의였다. 그들이 우리에게 99년간 땅을 무상으로 빌려주고, 우리는 시스템, 설치, 작동 비용만 낸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하며 “그게 어디로 가는지 보고 싶다”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도에서 골프장이 포함된 사드 배치 지역을 파악한 뒤, “이건 쓰레기 땅이다”라고 격노하며 “(한국의 사드 배치는) 끔직한 합의이다. 누가 이 합의를 했냐? 어떤 천재가? 당장 빼라. 그 땅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큰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10년 동안 100억달러가 드는데도, 미국에 있지도 않다. 빌어먹을, 당장 빼서 (미 서부 오리건주의) 포틀랜드에 둬라”고 소리쳤다. 한국 사회를 양분하고, 한-중 관계를 파탄 직전까지 몰고 간 사드 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중단될 수도 있었던 셈이다. 이런 내용은 6일치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실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사드 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배치는 철회되지 않았다. <뉴스위크>는 사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으로 인해, 한국 지도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나서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하다. 사드가 배치될 때 유력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배치’를 요구하는 미국과 반대하는 중국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절충점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말기 안보 정책을 좌지우지하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17년 4월 ‘사드 알박기’를 주도하며 배치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사드를 빼내진 않았지만, 자유무역협정과 교환할만큼 배치 자체에 목을 매지도 않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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